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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07.08.21 03:17 댓글:7 조회:1,434

그동안 발리를 들락 거리면서도 난 왜 또 이곳으로 기어들어오나 스스로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냥 어떤 힘에 이끌리듯, 발리행 비행기표를 끊고 무작정 날아오면서도 스스로에게 물었었다.

왜 또 발리?  아무 계획도 없고, 막상 오면 그저 노닥거리고 거리를 걷고 사람을 만나는 일 뿐인데....


10년이다. 딱 10년을 언제나 숨막히는 일상에 시달리며, 일에 시달리며 살았다.

순전히 성격 탓이지만, 일 중독은...고치기 힘든 병이다.

누가 시키지 않을 땐 더욱 심하게 몰아쳐대는 이 고질병.

1년에 4개월은 일요일마저도 없고. 나머지 6개월의 반 이상의 일요일도 컴 작업하느라 보낸다.

내가 연애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마저도...스스로 신기하다.

그래서 함께 하고 있는 그이가 더 소중한거 같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자지 못하고 일만하던 나는 어느 순간 문득 발리의 부름에 시달리고...

그렇게 뭔가에 홀리듯 발리를 가면, 더할나위 없이 평안한 기분이 든다.

그곳의 에너지는 언제나 여유롭고, 바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매력이다.

어느 휴양지나 마찬가지겠지만,

발리의 그 수줍은 여유로움은 아마도 그 어느 휴양지에서도 찾기 힘들거 같다.

그 수줍은 여유로움 속에서 하나가 되어 뒹굴다 오면...겨우 3,4일 일정에도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더라.

이번 여행 후 나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꿨다.

드디어 일중독이라는 고질병을 버리고, 조금씩이라도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노력중이다.

발리에 감사한다.

그리고 짧은 사나흘의 휴가를 더욱 알차게 해준 발리섶에 감사한다.

누군가가 나의 무계획에 무모험에 그저 널부러지고 노닥거리는 여유로운 여행 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겨우 그걸 하려고, 비싼 돈 들여 꼭 발리까지 가야하는 거냐고...

여행은...스스로가 만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이곳에 가면 무얼 꼭 봐야하고 무얼 꼭 해야하고 무얼 꼭 먹어야하고...

누군가에겐 그것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라 비행기 삯이 더 아까울 수도 있잖아.

나는 앞으로 몇번의 발리행을 감행할지 모른다. 

언제나 처럼 나는 무계획으로 달려갈 것 같다. 

그냥 난...그곳에 내가 있다는게 좋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작년과 달라진 점은...

여행 후에도 내가 여전히 발리섶을 들락거린다는 거다.

특별한 여행 계획을 갖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그냥...발리섶을 오면 좋으니까.ㅋ

꼭 써먹을 정보만을 위해서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 추억을 또 더듬고, 남들의 여행들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하고...

나에겐 이제 그런 여유도 생겼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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