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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11.09.15 13:57 댓글:20 조회:1,812

발리에 산 지도 벌써 10개월이 되어갑니다.

처음 발리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는 잠시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왔고 또 발리가 최종 목적지라기 보다는
잠시 스치듯 발길 닿는 곳이라 생각했기에 큰 짐은 없었습니다. 한 사람당 달랑 케리어 하나씩.
옷가지와 비상약, 심지어 구명조끼까지 챙겨온 저희에게 책이란...
단지 남는 시간을 잠시 때우기 위한 가벼운 오락거리 정도?? ..;; 였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붓살이가 시작되면서 점점 책에 대한 갈증이 더해졌습니다.
TV도 없고 영화관도 없는~!! 우붓에서 아내와 함께 살다보니, 책이란게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읽은 책을 다시 펴보는 일은 극히 적었겠지만, 이 곳에서는 한 번 덮은 책도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아..우리가 꾸따의 뽀삐스 거리를 두고 우붓으로 온데는 '도서관' 이 큰 이유였지..?

우붓에는 '뽄독 빽각'라는..거의 발리 유일의 여행자와 우붓거주자를 위한 도서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위주의 책들 뿐이라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같은 여행자들은 쉽게 접근하기가 힘든게 사실입니다.
일본책들은 몇 권씩 있는데 반해 한국책은 한 권도 없더군요.

이런 에피소드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날, 우붓에 계신 금홍이님이 뽄독빽각에 책을 좀 기증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거기서 일하고 계신분이
'한국사람들은 거의 이 곳에 거의 오지 않는다.
우리 도서관은 보다시피 공간도 크지 않은데 언제 올지 모르는 한국여행자들을 위해 책 놓을 공간을 마련하긴 힘들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금홍이님은 '여행자 도서관 - 사랑방'의 개념을 덧붙여 설명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그런 공간을 꼭 만들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너무도 공감가는 말이었습니다.


이 생각의 연장선에서 '그럼 이렇게 제안 하나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여행 오셔서 다 읽으신 책들, 덤으로 한권 가져온 책들을 저희에게 기증해 주십시오.
   - 우붓지역에 머무시는 분들 중 남는책이 있으시면 전화주세요. 달려가서 감사히 기증받겠습니다.
   - 저희집에 들르셔서 주시는 분들께는 발리커피 무한대접 드립니다. ^^ 
   - 물론 우붓을 찾으신 분 중 책이 필요하신 여행객들에게 무료로 대여해 드리겠습니다.

2. 한국에서도 책을 보내주실 수 있으면, 보내주십시오.
   - 저희에게 보내주신 책은 저희의 소유가 아님을 명확히 밝히겠습니다.
   - 향후 더 좋은 공간, 더 나은 곳이 생긴다면 기증받은 책들을 모두 이관하겠습니다. 
     그 공간은 한국 여행객들을 위한 우붓의 사랑방이 될 수도 있고, 카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기증받은 책은 그 내역과 기증인을 밝히겠습니다.


저희가 보답할만한 것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는 우붓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보내주신 책은 우붓에 있는 거주자들과, 우붓을 찾는 여행객들, 우붓에서 자라는 한국 아이들에게 상당히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식을 쌓고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는 것을 나누고 베풀 수 있음에 더 행복함을 느끼는 분들께서 많이 호응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작은 출발이지만 작은 것이 모여서 큰 힘을 내듯, 한 권의 책이 모여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위안과 위로를 드릴 수 있는 곳이 하루 빨리 생겼으면 하는 바램도 덧붙여 봅니다.



** 호응이 괜찮으면 지속적으로 상황보고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락처(발리) : +62 821 47 248467 제이 & 아이리스
         (한국) : 070-8929-9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