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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11.11.10 23:42 댓글:3 조회:1,462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이란 곳을 가면
 19세기 인상파 화가인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에서의 점심식사" 란 그림이 있습니다.
 무명의 화가보단 네임밸류를,
 그리고 동양의 작품보단 고상하고 우아한 서양의 것을 추종하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척 선호하는 작품이지요.
 여인의 벌거벗은 나체상이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까닭에
 작품이 공개된 당시만해도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세기의 걸작이 된 지 오래입니다.
 헌데 수준높은 평론가들은 아직도 파격적인 기법을 간간이 문제삼지만
 미학적인 안목이 없는 저의 불만은 예나 지금이나 포커스가 틀립니다.
 제목과는 달리 아무리 들여다봐도 점심식사의 흔적이 안 보인다는 것...
 빵부스러기 하나없는 화폭에
 너무나도 걸맞지 않는 제목이라는 것이었지요.

 저는 지금 막 한적한 스미냑의 교외에서
 "마당에서의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메뉴라고 해봐야 부침개와 빈땅, 소주와 라면이 전부이니
 마네의 그림을 닮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알콜로 고양된 기분만큼은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발리에 와서
 우기에
 간만에 비없는 날을 보내면서
 한 지붕 밑에 머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명화보다도 더 진한 감동과 여운으로 다가오는 까닭입니다.
 
 최근에 어느 분이 발리로 빨리 가고싶은 열망을 담아
 "발리"에서 "빨리"로 변하는 자의적인 음운변화의 과정을
 올려주셨더군요.
 발리에 머무르시면 그 반대도 무척 빨리 진행됨을 느끼게 되실겁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그냥 조용히
 혼자서 보낸 이 곳에서의 시간도 
 참으로 "빨리" 흘러갔으니까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발리는
 우아한 식사가 아니더라도 행복한 곳이고
 비오는 날의 부침개와 더불어
 함께 머무는 사람들이 나누는 
 저마다의 이야기로도
 마네의 그림보다는
 몇 곱절  더 아름다운 곳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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