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싱가폴의 리틀 인디아 거리에서
살떨리는 싱가폴 달러의 위력을 실감하고선
얇은 지갑땜에
그냥 눈요기로만 떼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다른 공간의 똑같은 이름을 가진 곳을
찾았는데 이 거리는 참으로 소박하고 흥겹습니다.
골목 초입부터 샤프란 냄새와 향신료 내음이 배어 있고
인도 음악이 흘러나오는 구식 레코드 가게 즈음에 들어서면
진한 강황의 카레 내음이 사방에서 진동합니다.
뭄바이나 델리의 번화한 시장통 한 모서리쯤이란 착각이 들 정도로
인도의 냄새가 물씬한 거리를 누볐습니다.
때마침 인근의 어느 골목 안 상가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포장마차의 차양이 펼쳐진 좁은 길에
소방차까지 뒤섞여 교통통제가 극심했지만
뚜벅이로 다니는 우리 가족은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모든 향신료들이 지천으로 쌓여있던 거리의 허름한 식당에서
탄두리 치킨과 난과 브리야니에 케밥까지
오늘도 저렴하고 푸짐한 거리의 음식에
흠뻑 세례를 받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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