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2월의 어느 새벽,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인근을 항해하던 영국의 해군 수송선 Birkenhead호가 암초에
부딪쳐 좌초되었습니다.
당시 이 배에는 군인 472명과 민간인 162명, 총 634명이 타고 있었답니다.
선체 바닥에 크게 구멍이 뚫린 배는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 중이었지요.
사람들은 망망대해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망루의 누군가가 북을 쳐 사람들을 모두 깨웠고 승무원들은 신속하게 갑판 위로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구명정은 오직 60인이 승선할 수 있는 보트 3대뿐...
그들은 함장의 지휘에 따라 우선 모든 민간인을 배 3척에 나눠 태운 뒤 줄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구명보트를 내릴 즈음, 버큰헤드호는 바다속으로 거의 침몰한 상태였습니다.
그때, 보트에 탄 민간인 중 한 사람이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아직 자리가 남아 있어요! 군인 여러분도 얼른 뛰어 내려 보트에 타시오."
하지만 함장인 시드니 세튼 대령은 뜻빆의 지시를 내립니다.
"부대 ~~~차렷!"
그는 갑판에 도열한 병사들을 바라보며 비장하게 말합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너희들이 바다에 뛰어내려 구명보트에 올라타면 큰 혼란이 일어나고 보트는 뒤집힌다.
우리는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다. 여러분이 진정한 군인이라면 지금 그 자리를 꼼짝말고 지켜라."
472명의 군인들 중에 바다를 향해, 구명보트의 빈 자리를 향해 뛰어내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함장 이하 전 장병들은 세 척의 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를 올린 채 묵묵히 서 있었습니다.
이 실화는 이후 세계 어디서든 재난시 구조의 최우선 순위는 여자와 어린이 그리고 병약자임을 당연히 인식케하는
"Birkenhead 호의 전통"으로 길이 남게 됩니다.
며칠 사이, 자식을 둔 애비로서 저도 참으로 많이 슬픕니다.
제법 살 만해졌다고 생각한 우리들의 일상이 이토록 보잘 것 없고 허술하며 무기력한 공간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사회시스템이 정교하지 못한 나라들의 대형 사고에 강건너 불구경하며 짐짓 혀를 차던 자만심과 건방짐이 부끄러웠습니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열심히 타인의 티만 찾아내면서 드러낸 치졸함...
아직 저도 우리도, 우리 나라도 한참 멀었습니다.
생떼같은 아이들의 무수한 죽음을 앞에 두고 그저 눈시울만 붉어집니다.
-
지금 우린 화장빨로 위장했던
대한민국의 불편한 쌩얼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속도전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과
맞바꾼 것들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지를
생생히 목격하는 셈이지요.
게다가
자식을 먼저 보낸 이 참척의 아픔을 외면한 채
설익은 이념이거나
혹은 정치적,상업적
아니면 정신병적인 언행을 일삼는
말도 안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공이 너무 많아 대한민국호가 산으로 가는 동안
아이들이 탄 세월호는 스러지듯 가라앉아 버렸구요.
이렇게 세상이 굴러가도록 방치한 죄...
그러고보면 저도 그 많은 죄인들 중의 한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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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통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거라...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사람본성 자체보다는 그런 것을 배울 수 없는 정신적 교육의 한계라...
그런 배움을 가지지 못했었던 이에게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던 ...
우리의 현실이 ...
영국의 해군 수송선 Birkenhead호의 멋진 전통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물질적인 것을 몇십년동안 이루었던 우리들이지만...
몇백년동안 이루어진 정신적인 것을 이루어지기 위해...
우리는 그간 참 각박하고 힘들게 살았었나 봅니다...
그래서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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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보면...
그냥 가슴이 먹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