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침, 약속대로 가이드 로벳(Robert)과 리자사아궁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호텔 직원들이 일 처리 하는 것이 느긋한 타입이라 좀 일찍 로비에 나와 방에 놔둔 짐들을 가져다 달라고 하며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그래도 20분이 남아 로비에 앉아 있으려 하는데 바로 가이드 로벳이 도착합니다. 그는 20분 일찍 도착하는 성실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왠일로 싸롱을 입는 전통복장을 하고 있어서 물어보니 오늘이 발리의 명절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우붓에서 다니는 곳마다 손으로 커다란 장식물들을 만드는 것을 본다 했습니다.
우선 로벳은 제가 여기서 얻은 정보대로, 성실하고 착한 인상을 주었고, 사진발을 얼마나 안받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는 의사소통에 거의 지장이 없었지만, 보다 복잡한 표현을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적절하게 저도 섞어서 말을 했습니다. 특히나 대구 사투리가 심한 제 남편의 말을 로벳은 어려워 할 수 밖에 없었고, 제가 남편을 놀리면서, 남편은 제 흉을 보면서, 로벳을 웃겨주기도 했네요.
일정은 오전 10시 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네카미술관- 목각제품 재래시장- 회화를 파는 재래시장 - 누리스 와룽에서 식사 - 꾸따의 까르푸 - 스미냑의 Ulin villas입니다. 투어비는 45달러라고 했지만 만족스러웠던 가이드라, 45만 루피아로 지불했습니다.
+네카미술관
아마도 그 전날 모자이크 예약때의 분노가 아니었다면, 그날 갔을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꼭 네카를 가고 싶었고, 2시간 가까이 관람했습니다. 입장권은 둘이서 9X,000루피아를 주었습니다. 가이드는 무료라고 하더군요.
아리스미트 파빌리온은 따로 나와있을 정도로 작품이 비교적 많습니다. 마치 일본미술에 빠졌던 고흐의 작품을 연상시키는(그당시 유럽의 작가들은 일본미술 열병을 앓았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강렬한 색채를 보여주었고, 그것은 그의 말년에 가까울수록 강해집니다.
아리스미트가 그렸다는 네카씨의 초상은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1년의 차이를 두고 2개의 초상을 그렸더군요.
다른 현대화가들의 작품도 많습니다. 그 중 담백한 터치로 그려낸 인물화가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아쉽게도 작가의 이름을 보진 못했군요. 보면 볼 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었습니다.
두번째 사진의 "두명의 무희" 작품도 멋졌습니다.
사진은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고 좀 찍었습니다만, 원래는 안됩니다. -_-; 실내가 어두워 아리스미트의 대담한 색채는 사진에서 잘 표현되지 않아 여기에 올리진 않았습니다.
+ 재래시장투어
명절이라,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슬펐지만 로벳의 깨끗하고 시원한 차를 타고 시장 길을 따라 달렸습니다.
드물게 문을 연 곳이 있습니다. 다양하게 구입할 수 없다는 슬픔이 있지만, 그래도 50%이하로 네고를 하여 목각 제품 몇가지를 구입했고, 회화를 사기 위해 다른 재래시장을 가서 거기서도 50% 정도로 그림을 구입했습니다.
로벳은 차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고르고, 사는 과정을 기다려 주었습니다. 혹시나 함께 내려 네고를 도와주려나 물어보았으나, 어려운 모습으로 웃으며 자기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믿음이 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가격을 깎을 때, 처음부터 싸게 해달라고 말해서 가격을 제시받은 후에, 거기서 또 팍 깎으라고 하더군요.
그림은 판넬, 액자에 끼워진 채로 구입했습니다. 포장을 생각보다 성의껏 해 주었습니다. 제일 큰 그림은 80cm X 120cm 정도였으나, 저희는 꿋꿋하게 강행했습니다. 재래시장의 직원들은 생각보다 영어를 잘 했고 친절했습니다. 명절답게 모두 전통복장을 하고 있었구요. 로벳의 말대로 첨부터 웃으며 싸게 해달라고 하자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적당히 가격을 제시합니다. 저희는 거기서 50%가량을 더 깎아서 살 수 있었습니다. 특히 3점째 구입할땐 70%는 깎은거 같군요. 가격 흥정에 소질이 없는 저로서는 크나큰 발전입니다.
나중에 공항에서 그림에 [취급주의]딱지를 붙여달라하여 짐을 부쳤습니다. 문제없이, 잘 도착하여 집에 걸어두었습니다.
+ Nury's Warung (스패어립 - 최상급)
네카 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곳이지요. 원래는 네카미술관 관람 직후 가려 했으나 명절이라 오후 2시부터 문을 연다고 되어있어서 재래시장 투어를 마치고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미 오후 3시입니다. 배고픕니다. 제 남편 여기서 야수가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시장이 반찬인데, 스패어 립 2접시와 감자튀김을 혼자서 해치웠습니다.
전 회교는 아닙니다만 돼지고기에 대한 나쁜 추억이 있어, 돼지고기를 잘 안 먹는지라 그 맛있다는, 냄새만 맡아도 위장이 요동치는 스패어립을 포기했습니다. 힌두교인 로벳에게 왠지 미안해져 양해를 구하고, 비프버거를 먹었는데 이건 어지간한 남자들이 먹기에도 양이 많아 보입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일단 버거의 높이가 한 뼘보다 약간 작은 수준이니.
같이 넓은 테이블을 공유했던 프랑스 커플들이 어떻게 먹을건지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더군요. 제가 웃으며 낭패인 얼굴을 하자 그 프랑스 여성이 제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겨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살짝 가려줍니다. 얼른 베어 먹어보라는 것이지요. 센스 만점이었습니다. 맛은 그럭저럭이었습니다 :)
로벳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고 권했고, 로벳은 나시고랭과 음료 한잔만을 먹었습니다. 아무리 다른 메뉴를 권해도 넘어가질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로벳은 여기가 지겨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광객때문에 일주일에 몇번씩 올지도 모르니까요 -_-;;;
(미안, 이런 얼굴이라면 사람들이 못알아볼테니...)
식사를 하고, 명절의 분위기가 한껏 나는 길을 구경하며 꾸따의 까르푸로 먼저 갔습니다.
제 남편은 포만감에 잠이 들었고 전 음악을 들으며 바깥 구경을 했습니다.
1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 까르푸에서 풀에서 사용할 에어베드같은 것을 사고, 얼른 차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거든요. 그렇게 스미냑 락스마나로드의 울린빌라에 왔고, 로벳에게 투어비를 지불하고, 기분좋게 헤어졌습니다.
고마웠어요. Robert ! 다음에 발리를 간다면 다시 당신에게 투어를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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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말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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