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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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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이를 먹도록 먹거리에 대해 제가 지닌 변함없는 기본자세는 일단 "감사"입니다.
 신산의 고초를 겪은 이전 세대처럼 배고픔과 친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제 또래의 다른 이들보단 좋은 것, 맛난 것을  
 자주, 많이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그 자세는 지금껏 여전합니다.
 물론 저만 그런 건 아닐테지요.
 콧대높은 서양 친구들도 추수감사절을 Thanksgiving Day라고 솔직하게 표현한 걸 보면 음식에 대한 "감사"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선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라고 보아야 마땅합니다.

 그 다음의 자세는 "나눔"입니다.
 산해진미를 먹고나서 수시로 게워냈다는 로마의 귀족이야기를 들먹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는 멀쩡한
 음식이 남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데 누군가는 배를 주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린 마음 편히 잘도 잊어버리고 삽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외면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드나든 밥집들을 이 공간에서만큼은 그런 자세로 나눠갖고 싶었습니다.
 저또한 몰랐던 어느 밥집(굳이 맛집이 아니어도 좋습니다.)을 누군가가 알려주면 그건 감사한 일일테고
 그 다음엔 굳이 일부러가 아니더라도 근방을 지니치다 한번쯤 들러 먹어보면 자연스레 "나눔" 이 되는 ...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참으로 미안해서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그러한 곳들중의 하나가 바로 "사와 인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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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밥집은 처음 소개되는 것이 아닙니다.
 두해 전쯤 다금바리님이 본인의 블러그를 통해 이미 드러내었던 곳이니까요.
 아마도 그때는 "낚시를 통해 직접 잡은 민물 고기를 요리해 먹을 수 있다."는 점때문에 그냥 유별난 와룽 하나가 
 우붓 외곽에 들어앉아 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헌데 가서 보니 제 생각이 너무도 짧았습니다.
 책상 머리맡에 앉아 빈약한 상상력으로 짐작했던 것과는 그림이 너무 틀립니다.
 우붓의 푸르른 라이스 필드 많이, 그리고 따사로운 기울기의 햇볕 한 무더기, 청량한 바람 몇 줌을 더 보탰어야 하는데
 직접 보지 못했으니 그럴 수 밖에요.
 그 밥집 문간에 서서 제 상상력의 부재를 통탄했습니다.
 동시에 모처럼 이런 밥집을 만난 제 기막힌 행운에 흡족스러웠구요.



 아마도 그 날이었을 겁니다.
 남북회담(?) 하러 가던 날...
 가는 차 안에서 내내 너무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다 천하의 다금바리님이 우붓가는 길을 잘못 들던 날..
 미리 어디서 밥을 먹자는 얘기조차 없이 그냥 와서 들어섰던 곳...
 이젠 알 수 있겠네요. 그 마음...
 좋은 데가 있으니 그냥 보여주고 싶었던 게지요.





 차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사실 처음엔 특별한 감흥이 없었습니다.
 좌측으로 물을 가득 담은 인공낚시터가 점잖은 모습으로 있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밥집 정문 돌섶에 놓인 꽃잎 장식이 제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손님!  여기는 예사로운 곳이 아니랍니다.
 맛갈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보단 허기진 눈이 배불러 갈 수 있는 곳이랍니다.  부디 마음껏 즐기시길..."

 그렇지만 들어서서 마주한 본관 건물은 어디서건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와룽입니다.
 소박한 탁자에 벽에 장식된 그림 몇 점...
 점심시각임에도 손님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구요.

 특별날 것 없는 그 공간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제 시선은 마당을 가로질러 오른편을 향하게 되는데...





 쨘디다사의 바다를 숨긴 골목들처럼 사실 우붓이란 곳도 골목들이 꼭꼭 숨겨둔 게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뷰의 논들이지요.
 한 뼘쯤 되는 땅뙤기에도 모를 심어 싱싱한 무논으로 만드는 게 발리사람들의 탁월한 재주니까요.

 하지만 여긴 또 달랐습니다.
 차가 골목안으로 들어설 때도, 그리고 내려서 걸어 들어올 때까지도 없던 광활한 무논이 화들짝  달려듭니다.
 사람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봤던 건물 안의 텅빈 자리는 당연했습니다.
 근사한 가제보 하나씩을 차지하고 식사와 풍경을 즐기고 있었으니까요.





 그제서야 다금바리님도 오랫만에 왔다면서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저도 따로 사와 인다의 모습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구요.
 밥주문은 아예 뒷전으로 제껴놓고 셔터를 누르느라 바쁩니다.
"어떠세요 ? 여기..."  "너무 너무 좋은데요"
"카메라만 갖다대면 그림같은 사진이 나오는 곳이지요 ? ..." 굳이 대답이 필요없습니다.



 우리가 식사할 원두막(저는 가제보란 서양식 표현보단 원두막이란 촌스런 우리말이 더 좋습니다.)에 올랐습니다.
 소슬한 바람이 사방에서 달려듭니다.
 발을 드리우니 그늘자리도 넉넉하게 주어지고요.
 대나무를 엮어 드리운 발 옆에 이 곳의 전통악기쯤으로 짐작되는 물건 한 쌍이 매달려 있습니다.
"저건 뭔가요 ? " 다금바리님에게 여쭤봤습니다.
"악기가 아니고 주문을 하거나 더 필요한 게 있을 때, 종업원을 부르는 일종의 버튼이지요."

 이 친구들... 운치있습니다. 제대로 풍류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자연친화적임은 두 말할 것도 없구요.



 마냥 신기한 어린애처럼 제 질문은 끊일 새가 없습니다.
 마침 저희 원두막 옆으로 고운 찰흙을 풀어놓은 진흙탕 늪지도 보여 다시 여쭤보았습니다.
"저기는 뭐하는 데지요 ?"
"아, 거긴 진흙놀이를 할 수 있는 머드 논입니다. 그래서 비워두고 모를 심지 않는 곳이지요."
 다금바리님은 뭘 물어도 명쾌한 답변입니다.
 
 배려를 통해 만들어진 놀이공간...
 문득 저 논 한가운데에 늘상 학원으로만 도는 우리네 아이들을 잔뜩 풀어놓고 숫기없는 녀석들의 쨍쨍한 고함소리를
 듣고싶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주위의 경관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저만치 입구 논두렁길을 타고 올라오는 꼬망님의 오토바이가 보입니다.
 이윽고 세 사람의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더디지 않았습니다.

 탁 트인 들판을 눈 앞에 두고 있어서일까요 ?
 차려진 음식들도 자연의 일부처럼 너무도 자연스런 소박한 차림새입니다.
 전날의 과음으로 속을 다스리겠다는 꼬망님의 음식도 오랫만에 먹는 이곳 꼬리곰탕이라는 다금바리님의 주문도
 모두 그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제가 시킨 담백하고 고소한 레레(민물메기튀김) 고렝은 잊을 수 없습니다.

 오도독거렸던 뼈의 질감도조차도 말입니다.



 무릇 세상의 모든 먹거리는 5미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신 맛의...
 하지만 그건 단순히 혀의 미뢰라는 부분만 가동시켰을 때의 얘기고 저는 나이가 들수록 오감으로 먹거리를 대하게 됩니다.

 입의 즐거움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식감,
 음식의 색깔이며 놓인 모양 등에서 자극을 받는 안감,
 먹거리의 냄새와 더불어 먹는 즐거움을 느끼는 취감,
 좋은 음악과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까지 곁들인 청감,
 그리고 마지막으론 추억을 형성하며 먹거리외의 다른 요소들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심감까지...

 어느 맑게 갠 화창한 날, 우붓 변두리의 골목안 밥집에서 저는 한 끼 식사로 감히 이 모두를 죄다 누렸노라고
 조용히 읊조립니다.
 
  • 꼬망 2012.11.04 00:54 추천
    제가 리뷰남겼으면 큰일날뻔 했네요. 전 무슨 공무원이 보고서 쓰듯이 글을 올리는편인데 정말 제가 같이 느꼈던 그대로를 글로 남기시네요.
  • profile
    대구사랑 2012.11.04 03:18 추천
    사장님 글을 보면서 느끼는거는 언어도 예술이 될수 있구나 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정원이아빠 2012.11.04 10:49 추천
    이제 슬슬 짐꾸릴 채비를 해야할 때가 가까와져서
    마음이 무거울텐데... ㅎㅎㅎ

    건강히 잘 지내지 ?
    꼬망님이 리뷰를 먼저 올렸으면 뭐, 내가 댓글이나 예쁘게 달았겠지.

    함께 있던 그 공간에서 같이 보고 느낀 건
    4차원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할테니까 말이야.

    남은 기간도 소중한 만남으로 꾹꾹 눌러담는
    무사한 여행이 되시길...
  • 정원이아빠 2012.11.04 10:50 추천
    사장님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시네.ㅎㅎㅎ

    기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발리바다 2012.11.04 14:33 추천
    사자니므 아니무니다.
    사라미 아니므니다..
    천상의 시인이니머니다........
  • 정원이아빠 2012.11.04 16:00 추천
    ㅎㅎㅎ...

    ㅋㅋㅋ...

    역시네요.
  • Santi_imut 2012.11.10 17:00 추천
    음식점 이름, 정말 잘 지었네요. 말 그대로 아름다운 논입니다.
  • 정원이아빠 2012.11.10 18:41 추천
    그냥 모든 게 다
    한 폭의 그림이지요.
  • 착한바위 2013.01.20 00:53 추천
    부러워 죽겠습니다...
    다금바리님은 발리에 푹 빠져...... 아니...잠겨 계시고...
    정원이 아빠님은 너무 멋지게 느끼시고...글로 표현하시고....
    젊은 꼬망님도 이리 재미나게 노니는데...

    난 뭘하고 있는건지....
    세월이 마냥 나를 기다려 주는것도 아닌데...

    다음에 가면...여기가 어딘지...꼭 가르쳐 주시기를...ㅎㅎ
    아무나......(이왕이면 구글 좌표로....ㅎㅎ)
  • voilasong 2013.04.05 12:42 추천
    Sawah indah
    Jalan raya tegas
    Goa gajah, ubub Gianyar Bali
    전번 785 8080
    이깐고랭에 나온는 삼발뜨라시 정말 맛있어요!!

    밥먹으면서 옆에서 낚시도 할수있는데요 (비용 15,000 룹)
    고기낚으면 소정의 요리비(kg에 37,000룹)정도 받고 요리해줍니다~~~
    아버지가 여기서 세마리낚으셨어요 너무 즐거워하셨답니다
    낚시 팁은 미끼로 귀뚜라미를 주는데 통째로 사용하지마시고 반쯤잘라서 입질하기 좋게 해주시고
    물에 그림자를 비추지말것 입니다^^
  • voilasong 2013.04.05 12:45 추천
    그리고 여기 꼬리곰탕의 인니어 이름은
    Soup buntut sapi 입니다 (70,000룹)
    국물이 정말 끝내줘요~~~
  • forgotit 2013.04.21 22:21 추천
    ..그냥 물고리 구이나 머..아이가 먹을만한것도 있을까요?

    낚시때문에 일정에 넣고있었던곳인데.. 따로 픽업은 안되나요?
  • uscho2233 2013.04.30 18:11 추천
    어제 다녀왔습니다 발리 토박이 드라이버가 이런데가 있는줄 몰랐다고
    되려 제게 엄지 올려준 곳ㅎㅎ
    9살 10살 세 사내아이들이 그저 한마리씩 잡아보겠다고 눈에 불을 키고 ㅋㅋ
    하여튼 다닌중 가장 여유롭고 나름 아이들은 낚시도 해보고 어른은 옛향수에 젖어보는 게다가 음식도 참 개안았습니다 우붓 센터에서 한 십분 걸릴까요?
    감사합니다 이런 정보는^^
  • uscho2233 2013.04.30 18:13 추천
    아 참 7명이 배부르게 먹고 놀고 500만 루피아 언저리였어요
    그전에 낀타마니 화산 바라보는 곳에서 맛도 없고 참 별로였던 부페에서 같은 인원
    700루피나 훨넘게 나온거 생각하면 참으로 흐뭇한 식당이였습니다 ㅎㅎ
  • treize 2014.11.12 16:28 추천
    글을 참 아름답게 쓰셨네요. 이번 주말 출국인데 저도 가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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