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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티
2010.01.02 01:00 댓글:6 조회:9,435

balisurf.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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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로의 두번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갔을때는 어디를 갈까, 무엇을 할까하고 일자별로 일정을 꼼꼼히 시간을 들여 짰었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하루전날 충동적(?)으로 결정을 하고 바로 비행기 티켓을 사고 호텔을 예약하고 다음날 발리로 떠났습니다.  국내 여행도 이렇게 해본적은 없어서 나름 일탈의 기분을 느꼈다고나할까요? ^^;  이번에도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여행은 적절한 준비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면서 떠나는게 더 좋은것같아요~ 힛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트래킹이 코스가 있다는 얘기는 얼핏 들은 바가 있어서 이번엔 트래킹을 한번 해볼까하고 운동화를 챙겼습니다.  정말 '운동화'요.  저희가 가려고 생각했던 아궁산이 3000m가 넘는 화산산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지요.  물론 긴바지, 바람막이 잠바 그런것따윈 저희의 가방에 들어있지조차 않았지요...허허...

현지에 도착을 해서 알아보기 시작하니, 온통 레프팅에 대한 프로모션만 있고, 아궁산 트래킹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더라구요. 여행책자에 나와있는 가격도 정말 만만치가 않았어요.  1인당 110$로 나와있더라구요.  저흰 둘이 가니깐 그러면 하룻밤 트래킹 코스만해도 20만원이 훨씬 넘으니 살짝 부담도 됐어요.  그렇지만, 저희도 역시 발리서프의 도움을 이번에도 받았지요.  아궁산 트래킹을 하신분이 두분 계시더라구요.  생각보다 많진 않아서 살짝 망설였지만, 최근에 등산의 즐거움에 살짝 눈을 뜬지라, 그리고 웬지 레어한 것을 해보고싶은 객기(?) 비슷한게 발동해서...준비도 전혀 안돼 있고 상황은 갈만한 여건이 아니었으니 가고싶은 마음은 그럴수록 더 커졌어요.  발리서프 가족 한분이 마침 로컬 가이드의 전화번호를 올려두신게 있어서 직접 전화를 해봤더니, 바로 두명에 약 $125로 오퍼를 하시더군요.  덜컥 바로 예약을 하고 그날밤 출발을 결정했습니다.  ^^

아궁산 트래킹 프로그램(?)은 보통 저녁 11시정도에 호텔에서 픽업하는걸로 시작합니다.  저희는 누사두아쪽에 머물렀어요.  아마도 우붓이나 더 윗쪽에 숙소가 있으신 분은 픽업시간이 좀 더 늦어지겠지요.  출발 지점까지는 2시간 넘게 차로 달려서 갑니다.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비를 한번도 못봤는데, 내륙지방으로 들어가서 달리니 정말 비가 무시무시하게 퍼부었어요.  못가는게 아닌가 싶어서 로컬가이드에게 이래도 갈수 있냐 물으니 문제없다고 합니다.  그분의 영어가 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못알아들었나 싶기도하고, 아님 정말 돈벌려고 그냥 우리를 끌고 가나싶기도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ㅡ.ㅡ  어쨌든 출발 지점쯤에 다 다르니, 다른 로컬 가이드 한명이 차에 탑니다.  이분이 저희를 산으로 인도할 산악가이드이지요.  로컬 가이드분은 운전만 해주십니다. 이번에 저희와 함께 동행한 산악가이드는 젊은 아가씨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영어를 전!혀! 못하는 관계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어요.  손짓발짓을 동원해서 알아낸 것이라고는 이름이 마데(남자만 쓰는 이름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라는 것과 나이가 21살이라는거였어요.  구사하는 영어는 두마디, break와 OK....n.n

자~새벽 2시가 되었고, 저희는 진짜 출발 지점에 도착해서 가방에 불과 약간의 간식거리등을 챙기고 올라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거짓말처럼 비는 멈췄어요.  아마 올라오는 동안 저희 마음 가짐을 테스트라도 한거였나봐요.  진정 그대가 올라갈 준비가 됐느냐~하면서 말입니다. ^^  한사람씩 렌턴을 켜고 길을 올랐습니다.  오르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됐는데, 신랑의 렌턴 배터리가 나갔습니다.  물론 저희도 마데양도 여분의 배터리를 챙겨올 치밀함은 없었어요 ㅜ.ㅜ  불을 끄면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길을 어쩔수없이 제 렌턴 하나도 신랑과 공유했습니다.  렌턴을 높이 치켜들어 제 발 약간 뒤를 비추고 제 뒤에 바짝 붙어서 올라갔죠...휴...정말 아찔했어요...
중간에 잠시 쉬면서 간식도 살짝 먹고 오르는데, 마데양이 매우 지쳐하는듯 보였습니다.  등산로 같이 보이는 길도 전혀 없고, 앞도 캄캄한 길을 가이드를 저희가 모시고 올라가야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좀 올라가다싶으면 break? 합니다.  저희는 그냥 서서 잠시 쉬고...또 신랑이 let's go, OK? 하면 OK! 이러면서 정신없이 올랐어요.  한시간좀 넘게 올랐나싶으니 나무가 전혀 없어지고, 크고 작은 바위만 가득한 험악한 길이 나옵니다.  사람이 올라다닌 흔적이 별로 없고, 정식으로 등산로가 있는 길은 아닌듯했습니다.  가면 안되는 뒷 야산을 막 오르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나할까요? ㅋ 
어쨌든 한참을 오르니 이제 저희도 지치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더 가야하냐고 손가락까지 동원해서 물어보니 1시간반은 더 가야한다고 하는것같았어요.  정말 좌절...ㅜ.ㅜ  이 새벽에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가 막 제가 원망이 되고 그러더라구요...하지만 어쩌겠어요...시작했으니 끝내야죵 ㅠ.ㅠ  마음을 다잡고 포기하고 다시 오릅니다.  그런게 웬걸 30분이나 올랐을까요...마데양이 멈추는게 아니겠습니까.  끝난거냐고 하니 끝났다고하네요.  그러고보니 둘러보니 꼭대기더라구요.  갑자기 엥?이러면서 허탈해졌었어요 ㅎㅎ 

올라서 아래를바라보니 아직 깜깜해서 잘 보이지가 않지만 발 아래로 구름이 쫙 깔린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어요.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는 것같이 구름 한참 위에 내가 서 있더라구요. 기분이 어찌나 신기하고 좋은지!!  어둠속에서 사방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제 남은일은 해뜨는것을 기다리는것뿐.  왼쪽으로 롬복이 살짝 보이면서 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정말! 추웠어요ㅠ.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에서 갈때 입고 간, 털 잠바와 오리털 파카를 챙겨왔는데, 정말 그거 없었으면 동사했을꺼에요.  더운지방이라고 얇게 가시면 큰일나니, 꼭 방한복은 잘 챙겨서 출발하세요~!!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돌아본 주위는 오싹할 정도로 높고, 삭막했어요.  아랫쪽엔 커다란 분화구가 있고, 주위가 온통 깍아지는 듯한 절벽입니다.  새삼 내가 이런데를 어떻게 올라왔지하고 놀랬어요.  

건너편에 보이는것이 브사키쪽에서 오르는 봉오리에요.  제를 지낼수 있도록 조그맣게 마련해둔 사원?이 있습니다. 올라가서 마데양은 저기에 향을 피우더군요.  아마도 무사산행을 감사하고 기원하는 그런게 아닌가 싶었어요.



올라가서 시계를 보니 저희가 오르는데 3시간이 좀 못걸린것같았어요.  평균적으로 4시간정도 걸리는 코스라고 들었는데, 마데양이 왜 힘들어했는지 그제서야 알겠더라구요 ㅎㅎ 그런데 저희가 올랐던 봉오리는 제일 높은것은 아니었어요.  일반인들이 오르는 코스가 저희가 올라간 그 코스는 맞아요.  브사키쪽은 통해서 오르는길이 제일 길고 높은 코스인데, 그쪽은 오르는 시간만 6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아마 하룻밤을 산아래에서 자고 하루종일 산행을 한다고 생각해야할것같요.  그 봉오리는 사진으로만 담아뒀습니다. ^^  
30분정도 꼭대기에 앉아서 구름과 하늘을 구경하면서 이생각 저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또 이런 광경을 볼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하고요.  해가 밝으니 구름과 하늘이 너무 이뻐서 내려가시 싫기도 했습니다. ^^   저는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오히려 더 약한 편인데다가, 내려올때 일반운동화를 신고 밀려서 발가락도 너무 아프고, 돌에 흙에 길도 미끄러워서 너무 힘들었어요.  내려오는 길이 꼬박 3시간 걸렸어요.  그에반해 마데양은 내려간땐 주머니에 손까지 넣고 여유있게 훌쩍 내려가더라구요.  저는 뒤에서 그냥 마냥 부러운 눈으로 벌벌기어서 내려왔어요. 


출발지점엔 저렇게 큰 절이 있어요.  뿌옇게 보이는 이유는 저기가 구름이 걸려있는 지점이라서랍니다.  저 절이 보여서 저는 정말 안심했어요.  영원히 하산만해야하는 줄 알았어요 ㅠ.ㅠ


내려오니 꼬박 밤을 새고 산을 올랐던 피로감이 몰려와서 얼굴도 말이 아니고 꼴이 정말 말이 아니더라구요.  하산하면서 싱글벙글 웃음 짓는 마데양과는 정말 반대!  어쨌든 나름 뿌듯하고 어드밴쳐러스한 우리의 산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너무 선해보였던 가이드아저씨의 연락처를 올립니다. 
Mr. Ketut Gendra
email : ketutgdr@gmail.com
mobile : 62-081-936021 381
현지에서 차량이 필요할때 연락하면 좋을것같아요.  장삿속이 심한 그런 닳고 닳은 분은 아니라 저는 괜찮았어요.  네고는 알아서 하시구요^^  영어가능하시지만, 능통하진 않아요.  이메일이나 문자로 영어를 하는건 아무 문제 없구요~  한국어 가능한 가이드도 있다고 하시니 영어가 조금 힘드신 분도 참고가 되실것같네요. 

발리서프에서 도움만 받았지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될줄은 몰랐는데, 아궁산 트래킹에 대한 글이 너무 없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발로 글을 써봅니다.  길지만 주절주절 쓴 글에서 유용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


 
  • ippeni 2010.01.02 00:42 추천
    어? 내용 어딨습니까?? 궁금한데요...
  • kufabal 2010.01.02 16:15 추천
    와 너무 멋지십니다!
    등산을 별로 안조아하는 남편까지 담엔 올라가볼까 이러네요 ㅋㅋㅋ
  • 경미리 2010.01.03 13:11 추천
    제가 몇 년전 아궁산을 오를때 앞이 다 터진 운동화를 신고 산행을 가이드 하시던
    로컬 할아버지가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전 아궁산 오를 작정을 하고 등산화를 한국에서 준비해서 갔었는데
    등산이 끝나고 사이즈가 조금 작아보였지만 제 등산화를 할아버지께
    벗어드리고 꾸따에는 맨발로 돌아왔던 기억도 있다지요..

    꾸따로 돌아와 땡땡 부어있던 다리를 2시간 스트레이트로 발만 마사지
    받고 10시간을 내리 잤던 아궁산트레킹 추억이 떠오르네요..
  • beatriz 2010.01.05 21:36 추천
    아 반가워요 경미리님~ 올려두신 글 보고 사실 저도 참고했어요. 특히 옷을 어떻게 입어야할지 고민했는데, 덕분에 따뜻하게 챙겨가서 다행이었어요^^

    재미있는건 아무래도 말씀하신 가이드분을 저도 본것같아요. 마데양의 아버지같더라구요. 저희 내려올때 딱 한명 호주인으로 추정되는 등산객을 만났는데, 마데양이 그분의 가이드분에게 빠빠라고 부르더라구요. 키가 작고 나이가 많은 삐뚤삐뚤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으시며 끝까지 갔다왔냐며 축하한다고 하시던 모습이 선하네요~^^
  • beatriz 2010.01.05 21:37 추천
    좋은 경험이 되실것같아요~ 산에서 내려다보는 하늘 모습이 정말 멋지답니다! ^^
  • 친절봉사 2010.02.01 20:25 추천
    2007년11월26일, 그~ 꼭지에서, 금연 하기로 아궁산에게 결심하고...
    성공했습니다.ㅎㅎㅎ 아직 ~~~ 지금까지~~~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가파르고 높으니까.
    좋은 등산 하셨군요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