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12. 둘째날 : 로비나 |
|
그 전날 밤을 샜던 탓인지 무지하게 잘 잤다. 일찍 일어나 꾸따를 좀 더 둘러볼까 했던 계획은 예상대로 생각 뿐. 아침 먹고 짐싸서 나가면 쁘라마 버스 시간 맞추기도 빠듯할 거 같다. 대강 세수만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마사인은 큰 숙소답게 레스토랑도 널찍하고, 우리나라에도 제법 알려져서인지 한국인들이 꽤 눈에 띈다. 여기서 본 이후로 우린 일주일 여행 동안 한국인들을 전혀 만나질 못했다. 신기한 일이지, 같이 비행기 타고 왔던 그 많은 한국인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허겁지겁 아침 먹고 쁘라마 버스를 타러 갔다. 작은 버스에다 에어컨은 기대도 안했지만, 어쨌거나 달려 왔더니 덥다. 버스는 우리 말고도 두서너 명의 백인들과 그들 키만한 배낭들을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60km (진짜 빨리 달릴 때만 이렇지, 대개는 40km될까나.). 낯설지만 왠지 정겨운 정경들이 바람결에 실려 온다. 어느새 땀도 식어 버리니 여행은 참 좋고나 하는 감탄이 절로 흐른다. |
|
쁘라마 버스는 사누르 바닷가에 몇몇을 내리고, 우붓에 들러 또 몇몇을 내리고, 또 그 길에 몇몇을 태우고 로비나까지 달린다. 4시간 쯤 걸린다는 로비나 가는 길. 천천히 달리는 버스는 운전사 아저씨 친구들마다 서로 인사하고, 중간에 마을 사람들 태워주기도 하면서 재미나게 달린다. 우붓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고개고개 꺾어가며 천천히 산으로 오르는데,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멀리 보이는 계단식 논과 학교 가는 아이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토바이들, 길가에 원숭이들까지. 버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여행이다. 한 참을 산을 오르더니 잠시 쉬어 가잔다. 여기는 브두굴. 산에 올라서인지 공기도 무척 상쾌하고, 논을 따라 계단에 띄엄띄엄 자리한 집들이 그냥 가방 들고 내리고 싶은 곳. 아니나 다를까. 한 여행객은 배낭 들고 그냥 내려 버린다. 옆으로는 브라탄 호수가 자리하고, 마을 중간에 작은 시장이 있다. 찬 음료수를 하나 뜯으니 아~ 여기서 살고 싶어라~
( 사진 보실래요? : 로비나 가는 길 ) |
|
로비나에 가까워지는지 아저씨가 호텔을 정했냐고 물어 본다. 아직 못 정했다고 하니까 생각해 둔 곳이 있냐고 또 묻는다. 여행 오기 전에 찾아 둔 걸 기억해서 니르와나 씨사이드 코티지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거기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그 이후로도 대화는 계속 되었다. 로비나에 며칠 묵을 거냐, 내일 어디로 갈거냐. 거기까지 가는 쁘라마 버스가 몇시에 있는데 예약하겠느냐 등등. 아, 물론 영어로 ㅋㅋ (이런 모든 대화는 내가 이해한 대로 쓰기로 한다. 실제로 아저씨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우린 상관 없길래 아저씨랑 인사를 하고 숙소 앞에 내렸다.
( 사진 보실래요? : 니르와나 씨사이드 코티지 ) |
|
짐도 풀었으니 점심을 먹어야겠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드디어 나시고렝과 박소를 시켰다. 나시고렝이야 우리네 볶음밥이랑 비슷한 거라니까 어떤 모양일지 대강 예상이 되는데, 박소는... 아, 음식이 나왔다. 나시고렝. 오호~ 약간 짠 맛이 나는 볶음밥에 계란 프라이, 옆에는 땅콩소스 곁들인 꼬치가 두 개(사테 라고 하던가), 거기에 아, 왠 뻥튀기 비스므레한 것이 살짝 올려져 있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박소는. 고기 완자가 들어간 국수 비슷한 거였는데, 이 레스토랑만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상당히 짰다. 고기 완자도 약간 비리고.. 해서 그다지 많이 먹지 못했다. |
|
과일 주스까지 마시고 났으니, 배도 부르고, 이젠 뭘 해볼까나. 오토바이나 빌려서 다녀 봐야겠다. 식당 주인아저씨에게 어디서 오토바이 렌트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빌려주겠다고 한다. 얼마 후 가져온 오토바이는 상당히 낡았다. 렌트비를 5만 루피 부르길래 몇 시간 안 탈거니 좀 깎자고 해서 4만 루피로 낙찰을 봤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려고 한국에서 국제면허증까지 끊어 왔는데, 면허 있냐고 묻지도 않는다. 헬멧가지 빌려 주면서 하는 말이. 보험 안 든 거니까 사고 나면 알아서 해라. 경찰 오면 벌금 내면 된다. 이런~ 뭐, 살살 탈 거니까 그냥 함 가보자~
(사진 보실래요? : 로비나 곳곳 ) |
|
여하튼 우리는 달린다. 헬멧 안쓰면 경찰한테 걸린다니까 쓰긴 했는데, 하, 머리 참 무겁네. 대화도 잘 안되고. 원래는 렌트할 때 기름 채워 준다던데, 이 아저씨는 기름없다고 우리 보고 사란다. 1리터만 사면 된다고 친절하게 어디서 사는 지까지 가르쳐 주는데, 더 얘기하면 괜히 우리 기분만 나빠질 것 같길래, 좀 우겨 보다가 그냥 그런다고 했다. 달려 보니 길가에 널린 게 기름이다. 주유소는 가뭄에 콩 나듯 있는데, 그냥 길가에서 병에 담아 파는 기름 사면 된다. |
|
크게 한번 웃어주고 다시 달렸다. 계속 달려도 역시나 이 길이 아닌갑다. 결국 내려서 물어봤는데, 눈똥그란 아저씨가 1.5km정도 지나쳐 왔단다. 이런~ 돌아가야겠군. 자, 다시 돌아가는 길. 우리가 온천을 할 것도 아니고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나, 여기도 좋은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디민다. 때마침 나타난 꽤 넓은 잔디운동장.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네. 온천은 무슨 온천이야, 그냥 여기 세워 ! |
|
다시 오토바이를 달려 숙소가 있는 도로를 지나쳤다. 길가에는 바다를 따라 주욱 숙소들이 늘어서 있다. 우리 숙소도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어느 숙소나 다 좋을 거 같다. |
|
해 질 시간이 되어 바다로 나갔는데, 아, 산으로 해가 져버리네. 덕분에 거리는 석양에 물들어 환상적이다. 자, 이젠 저녁 먹을 시간. 아까 본 골목이 너무 맘에 들어 다시 한번 걷다가 바다 쪽으로 난 멋진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Tropis Club이라는 이름의 식당에 앉아 나시고렝을 먹는데, 테이블 위로 하얀 꽃 하나가 툭 떨어진다. 정말 툭 소리를 내며 단호하게 떨어진다. 발리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향기로운 꽃. 이름을 물어보니 발리 사람들은 젯분 플라워라고 한단다. 젯분 플라워. 젯분 플라워. 입으로 계속 외워가며, 밤이 깊어갔다. 맥주 한 병씩만 마시고 일찍 들어왔다. 내일 돌고래 투어를 가려면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니까.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갔더니 창문 너머로 손님이 한 분 오셨다. 도마뱀. ㅋㅋ 내가 들어가니 놀랐는지 꼼짝도 않는다. 귀여운 것. |
-
저도 이번에 프라마 타고 로비나 갔었는데 애쉬님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