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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06.05.10 14:28 추천:3 댓글:1 조회:2,314

 

후기를 쓴다고 1편을 끄적거렸던게 벌써 몇달전이네요...

더이상 귀찮아서 미루다간 완성되지않을 후기같아 힘을내어 다시 써보려구요...

다소 말투가 거칠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또한 이날은 무섭고 귀찮아서 사진을 안찍었거든요.......하지만 이해해주시길...

속으로 “얘는 뭐 이렇게 이해해달라는게 많아?” 이러셔도 할수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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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2


<바운티호텔>

아침일찍 눈을 떠보니, 어제 폭탄테러가 났다는건 까맣게 잊은듯 호텔안은 고요하고 조용하다.

여행만 오면 아침형 인간이 되는 나인지라, 어제밤 테러때문에 무서운 마음에 밤에 열심히 돌아다니려던 계획이 깨져버리고, 호텔방에 누워 들리지도 않는 CNN뉴스를 보며 침대에 누워서 가져간 책이나 읽다가 꽤 늦게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발리는 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나??...


자고있는 남편을 뒤로하고 호텔구경을 하려고 여기저기 기웃대보았으나, 아직 조용하기만하고 조식시간도 되지않아 쌀쌀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로비를 거쳐 있는듯 없는듯한 정원과 풀장근처를 슬쩍 거닐다 방에 들어왔지만 아직 남편은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않고, 어제이후로 또 무슨 일은 생기지않았을까 남편옆에 누워 이런저런 세상걱정을 하다 함께 잠들어버렸다.....



몇시간이 지났을까...커텐사이로 환한 빛이 들어오는게 우리가 분명 오늘 오전시간을 잠으로 보낸게 분명하다. 발리만 오면 아침형인간이 되었다고...나처럼 좀 부지런해보라고...남편을 구박했던 나였건만.....남편은 내가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는건 좀체 믿지않고 역시나 나도 같은 잠의 종족이라고 놀린다.


길지도 않은 여행에서 낮 12시가 다 되도록 일어나지 않은 오늘아침은 얼마되지않은 내 여행경력에 치명적 오점인듯하다...머...하지만 어제 테러의 여파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뿐더러, 다시 돌아가고 싶은마음까지 생긴 이 시점에 늦잠을 자면 어떠하리...


사실 오늘의 계획은 꾸따 이곳저곳 깊숙하게 살펴가며 돌아댕기고 마사지도 받고, 밤에는 라이브클럽도 다녀야하고.. 참으로 거창했고 바쁠것같았다..

그.런.데.

테러땜에 돌아다니기 무서워졌다.. 시댁엔 여행간다는 말도 안했는데...워낙 평소에 전화도 안드리는 스타일이라 한 일주일 전화안해도 별일 아닐꺼라 생각하실테고....

이런 머나먼 타국에서 혹시나 무슨 사고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괜히 돌아다니고 하는것도 싫고 의욕도 싹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어제 좀더 일찍 도착하는 항공편을 이용하지않았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좋아라하는 꾸따스퀘어의 마타하리에서 쇼핑을 하고 그근처에 밥을 먹지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꾸따는 왠지 벅적벅적 사람도 많고, 어제밤 한국서 걸려온 전화에서는 사람많은 곳은 왠만하면 가지말라고도 하고해서..


조식시간도 놓친데다 벌써 시간은 12시를 넘어가고 있다. 배가 너무 고파 우선은 나가기로 하고, 뽀삐스라인을 따라 해변쪽으로 걷기시작했다. 더위를 잘타는 남편은 덥다고 헥헥...나도 갑자기 발리날씨가 적응안돼 헥헥... 꾸따비치까지 나갔으나 어제의 여파로 평소와는 너무도 다르게 조용한 꾸따비치가 어색하기만 하다...


살펴보니 밥먹을데도 마땅찮고 여기까지와서 맥도날드를 갈수도없고...사실 가고는 싶었지만, 또다른 테러의 타켓이 될까바 사실 몹시 두려웠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스미냑으로 방향을 틀었다....빈땅수퍼앞에 내려 좋은 환율로 200불정도 우선 쓸 돈을 환전을 했다..하하하 기쁘게도 지금은 상상할수 없는 100불에 100만루피아...ㅋㅋㅋ

어디가서 밥을 먹을까하다가 유명하다는 마데아저씨네 와룽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나시고렝 씨푸드, 남편은 나시고렝스페셜...


사실 발리의 많은 레스토랑은 오픈된 곳이 많아서 밥먹으면서도 살짝살짝 불안해서 평소의

나답지않게 밥도 많이 남기고 남편에게 빨리 먹고 호텔로 돌아가자고 재촉하기도 했다..밥도 생각보다 맛이없었고 비쌌다...안타깝게도 마데네 와룽은 나의 기억에 그렇게 남아있다..

밥을 먹는데 2층의 큰 티비에 어제테러의 사망자와 부상자명단이 나온다. 불안하고 안타까운 눈길로 티비를 보고있는 직원들을 보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발리=테러 라고 기억을 할 것이며, 여행지로써 발리를 배제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이곳 발리사람들이 안타깝기까지하다...


그렇게 짧게 식사를 끝내고, 내가 좋아하는 빈땅마켓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택시를 타고 레기안 로드를 따라 내려와 뽀삐스라인2 입구에 내렸다. 거기서 바운티호텔까지 걸어가는 동안 보이는 순진한 발리니스들마저도 혹시나 저들중 누군가 폭탄을 던지진 않을까 하는 이런 마음이 생기니, 나자신도 안타깝고 이곳 사람들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그동안 참 나는 이기적이었구나.....싶은 마음까지.....참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다 잊어버리고 호텔로 들어가 수영장에서 놀고 책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호텔안으로 들어왔는데, 많이들 호텔밖으로 안나갔는지 두개있는 Pool이 모두 Full이다...

쫙쫙 빠진 젊은 여인네들 하며, 금발머리에 태닝이 이쁘게 된 아자씨들.....참으로 행복한 광경이라 썬구리를 끼고 썬베드에 누워서 책보는 척 하며 힐끔힐끔 바라보다가 잠도 잠깐 자고....낮잠을 자도 집안에서만 잤지 실외에서 자본적이 별로 없는지라 수영장썬베드에 누워서 깊은 잠을 들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상황에서 갑자기 궁금해진다....저기곳곳의 썬베드에서 자는 외국인들...저사람들은 정말 자는걸까..아니면 나처럼 자는척하는걸까.............


호텔방안에 젠리조트의 매니저와 발리섭의 escape님의 메시지가 들어와있다..

젠리조트의 매니저 끌로드씨와는 안되는 영어로 어쨌든 내일 간다..이런 내용의 통화를 한거같고....escape님은 한국의 아는 언니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잘있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주셨다 한다. 그러면서 안부도 물어주시고 잘 쉬다가 가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참, 머나먼 발리까지 나와있으면서 같은 발리안에서 같은 나라분에게 이런 전화를 하게되니 매우 감회가 새롭고 고맙게 느껴졌다..........그때 호텔방까지전화주신분들, 이런저런 걱정해주신분들....속썩여드려 죄송합니다. 여행을 함에있어 날짜를 잡는것도 중요하구나...싶다.



오후느즈막하니 또 어김없이 밥먹을 시간은 다가오고, 작년여행때 남편이 매우 좋아했던 와룽96이 호텔가까이 있으니 거기서 밥을 먹고 디스커버리몰에 구경다녀오기로 했다..

와룽96의 피자는 부드러운 향이 참으로 코를 찌르지만, 이런 유명한 식당은 아직까지 무섭다...

balisurf.net photo


서둘러 밥을 먹고 파랑새택시를 잡아타고 디스커버리몰에 도착.....

오~~여긴 입구에서 철저한 검색을 하는구나....의외로 마음에 들었어...이러면서 내일 세리릿의 젠 리조트 2박3일 스파패키지를 가면 현금이 모자를수 있으니 환전을 좀 더하자 싶어 지하에 필름파는곳에서 역시100불에 100만루피아의 환율로 환전을 하고, 지하의 클럽스토어에서 과일과 빈땅맥주몇병 편한 싸구려 반바지, 그 유명하다는 브레드톡에서 조각케익 두개를 사서 디스커버리몰의 환한 불빛을 받은 꾸따의 밤바다를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balisurf.net photo
balisurf.net photo


꾸따를 벗어나면 이 두려움이 좀 사라지려나...꾸따의 계획이 많이 어그러졌지만, 내일 또 새로운 곳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남편과 빈땅을 마시며 남은기간 우리 싸우지말고 잘 지내보자..라고 얘기하며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 경미리 2006.05.10 20:45 추천
    fx01 이 후기의 불을 당겼나요?...^^
    레이첼님 후기 다시 보니,,무지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