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4
<젠리조트에서 푹 쉬다..>
잠을 설쳤는지 자는둥 마는둥 하고 있는데 우리방의 나무문이 똑똑 거린다...하하..모닝콜이었다....그래서 시계를 보니 5시15분쯤 된것같다. 모닝콜치곤 너무 조곤조곤깨우고간다. 남편처럼 한번깨워도 절대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과연 저 모닝콜에 일어날 수 있을까 싶다...
정말 한번 문을 두드리고 가더니 더 이상 안온다. 어쨌든 대충 준비하고 어두컴컴한 리조트안을 걸어 로비쪽으로 나갔더니 기사가 차를 대놓고 기다린다.
차를타고 한 1분정도 내려갔을까...바로 바다가 보인다....이런..걸어와도 될 뻔했구만..근데 사실 너무 컴컴해서 앞이 안보일정도라 걷기엔 무리가 있지싶다..
우릴 태워줬던 아저씨는 차를 돌릴 생각은 안하고, 후진으로 그대로 좁은길을 따라 리조트까지 올라간다. 참 웃기는 광경이었다...
길다랗고 가느다란 배를 타라고 선장(?)아저씨가 손짓을 하신다. 남편과 둘이 앞뒤로 앉아 남편은 디카, 나는 캠코더를 들고 졸린 눈비비며 통통통 거리는배에 몸을 싣는다..
배가 한참 바다쪽으로 나가다 보니 날이 점점 밝아오고, 갑자기 선장아저씨가 저기보라고 하는데, 돌고래 몇 마리가 보인다. 근데 별 재주를 보이진않고 그냥 헤엄쳐다니기만 한다.
<돌고래가 보일락말락....ㅡㅡ;;>
바다에서 돌고래쇼를 기대하다니...나도 참...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다...그래도 갑자기 점프하는 돌고래 한두마리는 있었다. 귀여운 것들.........
기대만큼 많은 돌고래를 보진 못했지만, 다음에 발리에 길게 여행을 오게되면 다시한번 꼭 돌고래를 보러 오마 결심하고, 사실 한 30분 배를 탔더니 멀미가 나려고 한다. 그렇다고 파도가 높거나 그렇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앞으론 키미테를 항시 붙여야할까보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시는 선장님...>
다시 해변가로 도착해 배에서 내려 리조트로 슬슬 산책삼아 걸어올라갔다...
벌써 날은 훌쩍 밝아있고, 남편과 나는 허기짐을 달래지못하고 보이는 직원 아무나 붙들고 “밥을 주시오”했더니, 준비해주겠다고 한다....사실 워낙에 일찍일어나서 이날은 참으로 길었던것같다.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 아침을 준비해주는데, 식단이 참으로 웰빙식이다...올리브유가 들어간 샐러드....별로 좋아라하지않는데, 그런 음식들이 나오니 남편은 적잖이 당황했나보다..게다가 양도 적어서 아침먹고 방으로 들어와 각각 사발면 하나씩을 꺼내들었다. 풀바에 있는 언니에게 뜨거운 물을 갖다달라고 해서 방에서 숨어서 몰래 먹었다. 몰래먹는 라면..그맛이 또 일품이었다...
오늘은 남편과 나 각각 두 번의 마사지가 있는 날이다.
나는 Facial 마사지, 남편은 Hair 마사지, 그리고 오후에 나는 아유베다, 남편은 만디룰루..
참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헤어마사지를 받는 중....>
남편이 헤어마사지를 받는동안 나는 메인풀 옆에 있는 썬베드에 누워서 책을 보다가...근데 사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있는 컴컴한 방안이 더 좋았다...
남편의 마사지가 다 끝난후, 남편은 나를 기다리는동안 시원한 빈땅맥주를 시켜놓구, 담배한대피며 나무그늘아래있는 의자에 앉아서 다빈치코드를 읽고 있다.
<남편이 찜해놓은 명당자리..>
얼굴의 잡티까지 다 짜주는 마사지사덕에 한시간의 Facial 마사지를 끝내고나니 얼굴이 빤딱빤딱하다.....참 여기까지와서 내가 호강하는구나 싶다..
이곳 리조트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나쁘게 말하자면, 마치 사육되는거같은...암것도 안하면서 빈둥대고 수영하고 누워있고 마사지받고, 그 사이사이 밥먹을 시간엔 알아서 밥도 갖다주고.....정말 여기선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되는 그런 자유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또 너무 조용하기도 하고 수영장에도 우리밖에 없고, 그나마 어제 얼굴봤던 그 동양아줌마 두명은 오늘 체크아웃하는 날이란다. 이 리조트를 완전히 우리둘이 전세낸 기분이다.
어쨌든 점심때가 되어 또 살짝 느끼한 식사를 한번 해주고, 또 나무그늘에 앉아 빈둥빈둥대다가, 리조트 돌아댕기며 사진도 찍고, 남편은 빈땅맥주마시며 수영도 한번씩하고..자쿠지에도 들어가고....
<바다도 보이고 울창한 숲도 보이고....view가 참 좋다..>
<정원에 있던 의자였지만 너무 더워서 한번도 앉아보지 못했다는...>
<스파샵입구>
<개인풀옆의 자쿠지..들어가니깐알아서 물을 콸콸 나오게 틀어준다..>
<우리의 전용 디너석....밤에 여기서 바라보는 광경은...말로는 설명불가..>
<수영장과 우리의 전용디너석..>
<저멀리보이는게 수평선..그리고 수영장...>
세상 어느곳에 이곳처럼 평화롭고 조용하고 한가로운 곳이 또 있을까...............
오후가 되어 아유베다라는 스파를 받을 시간이다. 무려 두시간 반동안, 한시간은 뒷판을, 한시간은 앞판을, 30분은 의자에 앉혀놓고....
등으로 쪼르르 따뜻한 기름을 부어주는데 기름양도 엄청 많다. 바닥으로 쭈르륵 떨어지는거 별로 개의치않고 마사지를 시작하는데, 뭔가 고요하고도 매우 신성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앞판뒷판이 모두 끝나고 의자에 앉혀놓고 팔과 다리를 해주는데,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마치 하나의 의식을 하는듯한 그분의 진지한 자세에 몸과 마음이 정말 깨끗해진 느낌이다.
모든 마사지가 끝나고 두손을 붙여 한참을 기도하는 그분의 모습에 아..이런분이 바로 스페셜리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유베다를 받는동안 옆스파실에서 남편은 마사지후 스크럽을 하고 욕조속에 몸을 폭 담그고 있더라...
나는 기름이 줄줄 묻은 몸을 식히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아..........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딱 열흘만 지내고 싶다.....심심하지않게 책도읽고 십자수도 하면서............이런생각을 해 보았다...
오후느즈막히 젠에서의 두 번째 밤이 다가온다...역시나 리조트안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곳곳에 불을 밝혀놓고 그들만의 저녁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제와 같은 디너석에 안내되어 이곳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즐긴다. 기분은 어제보단 좀 덜했지만, 계속 탄성을 지르며 정말 이곳이 멋있다고 되뇌이곤했다.
이제 내일이면 이곳, 남편은 좀 지겨웠을지도 모르는 젠리조트를 떠나 우붓으로 간다.
딸랑 8박하면서 호텔을 2박씩 네군데나 옮기는 무리한 일정덕에, 게다가 북쪽까지 움직이는 무리한 일정에 남편은 “다시는 이런식으로 호텔 여러군데 옮기게만 해봐..나 여행 안다녀”하고 으름장을 놓았다....살짝 미안해진다. “미안해 자기야..내가 욕심이 좀 많아서....”
어쨌든 그렇게 우리의 발리에서의 네 번째 밤은 지나갔다...언제 테러가 있었는지는 까마득히 잊은채..................
<방이컴컴해서 귀신나올것같다......만화책을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