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5
<젠을 떠나 우붓으로..>
지금까지 발리여행이 세 번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마지 않는 우붓은 아직까지 가보질 못했다.
그저 래프팅을 하기위해 내륙쪽으로 이동할때의 멋진 풍경에 감탄을 한적이 있었을 뿐, 우붓에 대한 기억이 없기에 그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다.
항상 갈때마다 일정이 짧은데다 남편이나 나나 꾸따를 너무 사랑하다보니 우붓까지 갈 생각을 못했었다. 이번일정엔 기필코 우붓을 넣겠다 생각하고 무리해서 2박의 일정을 우붓에서 하기로 했다.
오늘이 우붓으로 출발하는날......
그.러.나...
갈룽안 행사 기간이란다. 젠리조트의스탭들이 세레모니 때문에 여기서의 출발시간을 2시이후로 늦췄으면한다..
고즈넉한 이곳에 좀더 오래있을수 있으니 기분이 좋은한편, 빨리 우붓도 가보고싶은데 늦게출발한만큼 우붓을 즐길시간이 짧아지니 아쉬운 이눔의 승질하고는...
어쨌든 오늘은 좀 여유있고 편하게 오전시간을 즐겨야겠다.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니 부산한 직원들이 벌써 아침준비를 해주고 있다. 약간은 느끼하지만 웰빙식인 아침식사를 한후, 남편은 역시 시원한 그늘을 찾아 담배한대 피워주고, 나는 이곳에서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수영을 즐기며 그렇게 리조트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더욱 즐기고 있다.
<풀장에 아무도 없으니 저러고 놀수 있는거다.....>
오늘오전에 남편과 나 각각 한시간씩의 발리니스마사지가 남아있는데, 젠에서의 마사지는 정말 옷을 홀딱 벗겨놓고 하는거라 남편은 오늘은 안받겠다고 한다. 좀 아깝긴했지만 어차피 공짜니까 나 혼자 받기로 하고, 남편은 그냥 책읽다가 수영하고, 산책하다 맥주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시나 시원하고 잠이 솔솔오는 마사지를 받은후, 슬슬 이곳을 떠날준비를 한다. 짐도 대충 싸놓구, 점심엔 꽤나 실한 새우가 들어있는 식사를 한후, 체크아웃 시간이 될 때까지 리조트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열심히 이곳에서의 기억을 더 머릿속에 담아놓는다.
벌써 오후 2시가 넘어 우리를 우붓으로 데려다줄 기사가 도착했고, 그렇게 그곳을 떠났다.
우붓으로 가는길이 꽤 험하다. 정말 높은 산을 꼬불꼬불 넘어올라가는데,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는 발리의 풍경은 참 감탄이 나올 만하다. 중간중간에 차를 세우고 사진도 찍고가고싶은 마음이들긴하지만, 우붓에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고싶은마음에 그냥 바로 가기로 했다.
우붓에서 우리가 묵을 숙소는 우붓외곽에 있는 빌라블랑카라는 곳이었다. 홈페이지에 나온 멋진 뷰의 사진을 보고 완전 넘어가버려서 우붓시내와 멀리 떨어져있고 저렴하지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덜컥 예약을 해버렸는데, 이곳에서의 에피소드도 심상치않다...
우선 찾아가는 길이 참 어렵단다...기사에게 전화번호와 빌라의 주소를 출력한걸 보여줬는데도 고개를 갸우뚱 우붓근교에 도착해서 몇 번씩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본다. 참 답답하다...빌라로 전화를 해볼것이지....결국 빌라로 전화를 하더니만 그래도 한참을 못찾는다...정말 우여곡절끝에 어떤산입구의 돌밭에 차가 세워지더니 내리란다. 빌라직원이 픽업을 나오기로 했단다. 차한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산언덕에서 돌밭을 헤치고 맨발의 발리니스 한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온다.
빌라블랑카의 스탭이란다. 차한대쯤 올라갈수 있는데, 젠리조트에서 우릴 바래다준 직원은 자기차는 크기땜에 못올라간다고 하면서 이만 자기는 가겠다한다. 차에서 짐을 내리고, 남편은 우선 기다리게하고 먼저 직원의 오토바이 튀에 매달려 빌라로 울퉁불퉁한 길을 헤치고 올라간다.
그동안 그래도 좀 규모있는(대형리조트급은 아닌 소규모형) 중저가풀빌라만을 이용해봤던 내게 딸랑 빌라 한 채만 있는 곳은 처음이다.
어쨌든 내가 먼저 빌라에 도착한후에, 남편은 땀을 뻘뻘흘리며 걸어올라왔다. 빌라자체는 건물도 좋구, 넓은데다가 전망은 정말 확실한 정글뷰에 계곡뷰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마음에는 드는데, 찾아봐도 개인수영장이 안보인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따라오라고 하는데.....산꼭대기에서 산중턱까지 (마치 래프팅할 때 다리가 후들거릴정도로 내려갔던 정도의) 계단을 따라내려가니 그닥 크지않은 개인풀이 보인다...
<바로 이런 계단....>
휴..........빌라에서 개인풀이 너무 멀다...아무래도 남편에게 엄청 욕먹을 것 같다. 전적으로 여행준비는 주로 나혼자만이 하는데, 이렇게 외진곳에 게다가 개인풀에서 수영하고 올라오면 다시 땀을 한바가지는 흘려야할 것 같은 이런 빌라를 골랐다고 나를 욕할게 분명하다...
남편이 결국 개인풀까지 내려갔다 와보더니 씩씩대면서, 나 여기 나갈때까지 수영 절대 안해..이러고선 배고푸다고 징징댄다...
사실 빌라찾느라고 헤매고, 늦게출발하고, 벌써 저녁시간이다. 원래 빌라안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빌라내 룸서비스도 미리 예약안하면 불가한다고하고 그냥 우붓시내로 나가야할거같다.
점찍어둔 너티누리스와룽으로 들어가 맛난 립을 먹으며 빌라에도 싸가서 저녁에 맥주랑 마시자고 막 둘이 맞장구치면서 립도 포장하고, 옆의 빈땅수퍼마켓에 들러 맥주랑 과자등등을 사갖고 빌라안으로 들어갔다.
<지금도 생각하면 군침이 도는 립과 치킨바베큐>
나랑만 둘이다니니까 심심했는지, 빌라안의 스탭보구 함께 마시자며 부른다. 꼬망과 마데, 전형적인 발리니스의 이름을 가진 두명의 스탭과 그의 친구인 아구스까지 합세해서 밤늦은 시간까지 빈땅에, 양주에, 결국은 미니바에 있는 20만루피짜리 와인까지...
<마데...너무너무 착했던 기억이...한국말알려줬더니 바로바로 써먹었다는....>
<헤어스탈까지 자유분방했던 아구스...영어강습받고싶을 정도였다..>
<지금쯤이면 애기아빠가 되어있을 꼬망....나이도 어린데 벌써 결혼을 해서리....왠지 내가 직원같은느낌이....>
<현지인과 동화된 남편, 그리고 아구스....>
아구스라는 친구는 그동안 만났던 발리니스들과는 다르게 매우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끼가 넘쳐흐르는데다가 네이티브수준급의 영어실력까지 갖추고, 음악을 매우 사랑하는 그런 친구였다. 자기가 낸 음반이 있다면서 건넨 cd를 틀어보니 허스키한 보이스와 기타의 매력이 잘 어울리는듯한 노래들로, 남편은 cd를 한 장 구워달라고까지 했었다.
오랜만에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 같은 느낌에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가 끝나지않았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리가 술을 마셨던 테이블은 저렇게되어 있었다...
<생각보단 깨끗하군.....사실 훨씬 지저분했는데....tv에선 kbs sky채널이 나오는바람에 매우 반가웠다..>
저 립은 보기만 해도 침 넘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