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6
<우붓에 폭~~빠지다..>
우붓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내일 12시쯤 다음숙소인 알루발리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오기로 했지만, 남편은 외진데다가 수영장도 불편하다는 둥의 핑계를 대며 내일아침일찍 여기를 떠나 스미냑으로 가자고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젯밤 술판이 벌어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꼬망과 마데는 어제밤 과음의 영향으로 기척도 없다. 혼자 거실로 내려와 티비를 켜고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있는데, 마데가 눈을 비비며 들어온다
“누나, 안녕?” 이라는 멘트와 함께.....
어제밤 남편이 알려준 한국말 몇마디를 그새 외웠는지, 벌써 써먹는다. 똑똑한 녀석같으니라구...
아침으로 빵과 이것저것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그냥 남편이랑 라면이나 끓여먹는게 나을 것 같아 됐다고 하고, 남편이 일어나길 기다려 함께 오동통한 내너구리를 끓여먹으며 우붓의 아침공기를 만끽한다.
view가 좋지않더라도 우붓시내와의 접근이 용이한 곳과, ,view는 환상인데 우붓시내와 멀리떨어져있어 차를타고도 20분은 나가야하는 산꼭대기의 빌라...
둘중에 많이 고민을 하다가 이곳 빌라블랑카를 저렴하지도 않은 가격에 예약을 했더랬다. 그러나 남편은 수영장과 빌라건물이 너무 떨어져있고, 시내와도 멀어 이 빌라안에서 할것이 없다면서 나를 구박하기도 했다.
그럼 이쯤해서 우붓에서 2박을 했던 빌라블랑카의 최대의 단점에 대해 설명해보려한다. 그동안 주로 스미냑의 풀빌라에서 묵었던 나는 산꼭대기에 있는 풀빌라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무성한 숲을 바라보며 수영하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빌라블랑카의 홈피에 있는 이 사진 한 장에 넋이 나가버려 덜컥 예약을 하였다.
바로 이 사진이다.
그렇다. 정말 환상적인 위치에 멋진 계곡뷰를 보장하는 그런 빌라인 것이다....
건물꼭대기와 중간에 각각 한 채씩 빌라건물이 있는듯한 문제의 사진.....
하.지.만. 이 빌라 최대의 단점을 빌라에 들어오자마자 발견하였으니....그것은 빌라의 메인건물(침실, 욕실, 거실, 주방, 정원)과 뚝~~~~~떨어져있는 개인풀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사진의 빨강색부분이 내가 묵었던 빌라의 객실과 거실등이 위치한 건물이다. 그렇다면 저 파란 것은?? 여러분의 예상대로 바로 저곳이 다른 객실이 아니라 빌라내 개인풀이었다.
그렇다면 저 연두색은?? 그렇다.....바로 빌라에서 개인풀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는 계단이다.
사진으로 보기엔 불과 몇 센티미터지만, 실제로 한 5분정도를 걸어내려가야했다.
혹시 발리에서 래프팅을 해보셨는지...래프팅후 마의 계단을 올라가보셨는지....딱 그정도다.
이러니 남편이 한번 내려갔다 오자마자 다신 안내려간다고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와 빌라블랑카의 풀장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났다. 홈피사진만 보고 덜컥 예약한 내가 바보다....ㅠㅠ
늦은 아침으로 라면은 먹고나니 다시 시원한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소파에 누워 낮잠을 즐기게된다. 더위를 심하게타는 남편은 방안으로 들어가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구 책보다가 잠들어버렸다. 몇 번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남편에 대한 불만이 생겼는데, 바로 그건 에어컨에 대한거다. 남편은 에어컨 없는 숙소는 숙소로 생각하지도 않고, 게다가 풀빌라를 가더라도 항상 방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구 방안에 박혀있다. 비싼 풀빌라를 즐길생각은 안하고, 침대도 아닌 대리석 바닥에 싸롱하나 깔아놓고 에어컨바람맞으며 신선놀음을 하는거, 그게 참 불만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나였다....
어쨌든.........
시간이 좀 지나 남편과 우붓시내로 나갈 생각을하고, 이것저것 챙겨(왜냐면 한번 나가면 다시 빌라안으로 돌아왔다 또 나가는게 쉽지않기에 빼먹고 나가는게 없어야한다.) 픽업서비스를 받아 우붓메인로드의 우붓팰리스앞에 내렸다.
몽키포레스트로드를 쭉 따라 내려가다가 인터넷카페에 들러 며칠새 어떤일들이 있었나 확인해보았더니, 아직까지 테러여파로 어수선한가보다. 어쩐지 좀 썰렁하다했다...우붓근처에서 폭탄이 발견되었다는둥 여러 유언비어들이 나돌고 있다고 하니 좀 불안하다. 게다가 오늘밤엔 재즈카페에도 한번 가기로 했는데, 남편은 사람들이 많이모이는 곳은 무섭다고 가지말자고 한다. 그래도 박박 우겨서 가기로 했지만, 나도 속으론 좀 불안하다.
<우붓길거리의 한 상점>
어느덧 몽키포레스트에 도착. 입장료 만루피씩을 내고 몽키바나나도 한덩어리 사가지고 들어갔다.
꽤 넓은거 같은데, 날이 더워서 게다가 남편의 반바지가 살짝 찢어져서 여기저기 돌아댕기지 않고 그냥한군데 서서 원숭이녀석들이 오면 못이기는척 바나나하나씩 뺏겨주고 공원을 빠져나와서 다시 몽키포레스트 거리를 따라 올라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더워 중간쯤 위치한 Cisa카페 2층으로 올라가 남편은 아이스초코, 나는 아이스커피를 시켜놓구,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 우붓에 대한 서로의 느낌을 얘기한다. 남편도 스미냑보다 거리가 덜 더운 이곳우붓이 좋단다. 그동안의 발리여행에 왜 우붓을 제껴놓았는지 아쉬운 생각마저 든다.
어느덧 오후느즈막 해가 넘어갈무렵이 되고, 발리페스토라는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남편이 어제부터 파스타가 먹고싶다고 노래를 불러 이탈리아 음식을 잘한다는 이곳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맛도 좋고, 음식가격도 저렴한거같아 마음에 들었다.
<남편이 시킨 파스타...또 생각난당...>
<스테이크도 맛이 좋았다. 밑에 으깬감자와 잘 어우러지더라는...>
<레스토랑 전경....안에는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한 좌식테이블도 있다. 근데 모기가 쫌 많다>
우리가들어갈땐 손님이 하나도 없더니 좀더 어두워지자 외국인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모기만 좀 없었으면 더할나위없이 좋았을텐데...
발리페스토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차를 잡아타고 빈땅수퍼로 향해 오늘밤 빌라안에서 먹을 맥주등을 사고 재즈카페로 향했다. 안갔으면 후회할지도 몰랐을 재즈카페....우붓에 대한 사랑을 더욱 크게만들어줬던 곳이다.
저녁을 먹었음에도 피자하나를 시켰고, 남편은 아락스트레이트, 나는 어쩌고저쩌고칵테일..
꽤 비싼 칵테일이었지만, 흘러나오는 음악과 분위기조차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태국에 가면 태국사람으로, 발리에 가면 발리사람으로 오해받는 외모의 남편을 공개수배, 아니 공개합니다.>
<재즈카페의 무대>
<맛있었던 씨푸드핏짜....와방 사랑한다~~>
<열라 수전증.....>
<너 다 마셔....아락 스트레이트>
떠나기가 아쉬웠지만, 음악을 뒤로한채 픽업차량에 올라 다시 외진 빌라로 돌아왔다. 마데와 꼬망이 환영해주었고, 오늘도 남편은 마데, 꼬망,그리고 아구스와 술판을 벌인다.
나는 피곤해서 먼저잤고, 이제 내일이면 정든 이곳을 떠나야한다니 아쉬운마음이 가득이다.
다음 발리여행에서는 꼭 우붓에서 며칠 여유있게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