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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06.07.26 00:14 추천:46 댓글:24 조회:5,322

 발리에서 제일 높은 구능 아궁(아궁산)에 다녀왔습니다.
 글을 쓰자니, 볼거리에 써야 하나, 여행팁에 써야 하나 고민 4초 정도 하다가 그냥 후기에다가...^^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발리 거의 도착 무렵이면 기장이 방송으로 이제 곧 착륙한다. 발리 날씨는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게 발리에서 제일 높은 아궁산이다..함..봐라..하는 목소리가 들릴겁니다.
 balisurf.net photo

 매번 비행기 안에서 발리에 가까워질 무렵 기장의 안내와 함께 아궁산을 볼 때 마다 기회가 되면 함 다녀와야지
 했는데 드뎌,,기회가 왔어요..왔어..

 발리에서 제일 높은 아궁산 (3,142m) 오르기...

 베모코너 옆의 쁘라마 여행사 부스에서 아궁 트레킹 부킹을 넣자 2인 이상이어야 출발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여행객이 예약 하는 날 맞춰서 갈 수 있다고해서 연락처를 남겨놓은지 이틀만에 전화가 왔더랬습니다.
 쁘라마 말고도 로컬 여행사 몇 곳에 예약을 넣어놓고 기다리긴 했었는데 일반 로컬 여행사 아궁 트레킹 가격은
 90$.. 쁘라마만 Rp 450,000
 혼자서 가게되면 2명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길래 맘 편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에서 온
 여자 1명도 아궁산 트레킹을 예약했다며 날짜를 맞춰 같이 오르게되었지요..

 우선 밤 11시 숙소 앞에서 픽업을 받고, 11시 10분 오스트리안 크리스틴을 소개받고 차에 올라
 (우린 서로 만나자마자 인사를 하며 '우리 크레이지 2인조 맞지 ?' 라고 맞장구를 쳤음..ㅋㅋㅋ)
 트레킹이 시작되는 중간 지점인 쁘사르 아궁 템플까지 2시간 여를 달려가니 01시.
 쁘라마에서 제공해주는 장갑과 후레쉬, 물등을 챙기고 옷을 단디 여민 후, 로컬 가이드, 쁘라마 가이드, 기사 겸 포터
 오스트리안 크리스틴과 저 이렇게 5명은 산행을 시작합니다.

 근데,,제가 알기론, 아궁산 트레킹은 브사끼 템플 2000m 지점에서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브사끼가 아닌
 쁘사르 템플이어서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아궁산을 오를때 쁘사르와 브사끼 템플 두 군데가 있는데
 브사끼쪽이 훨씬 힘들고 험난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가장 중요한 건 여자 2명을 이끌고 트레킹 하기엔 무리데쓰요
 그래서 쁘라마에선 그들이 연결한 쁘사르 템플에서 방향을 잡고 올라가는게 좋을거라는 얘기하더라구요.
 어쩐지..쁘라마만 가격이 반 가격으로 싼 이유를 알겠더라구요.....ㅋㅋ
 
 어찌됐건,,,
 로컬 가이드 할아버지(60세 - 일주일에 두 서너번 아궁 꼭대기까지 올라감)가 차낭사리 앞에 두고 오늘 산행의
 무사를 원하는 기도를 시작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balisurf.net photo
 (밤엔 어두워서 사진을 못 찍어, 내려오며 찍은거랍니당..)
 
 로컬 가이드 할아버지가 제일 앞장을 서고 크리스틴, 쁘라마 가이드, 저, 포터 이렇게 일렬로 줄을 서서 템플까지의
 계단 300개를 오르자 벌써 헉헉!!!
 
(이 사진도 내려오면서 찍은거에용...)


 깜깜한 밤 중,,,손전등 하나씩 들고 앞을 밝히며 흙을 밟는 느낌.
 밤새..이슬이 내리고 초록의 풀과 나무에서 내뿜는 이온의 냄새를 맡으며 산을 오르는 느낌.
 중간중간 쉬어가며 등에서 식어내리는 땀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가는 느낌..참 좋습니다..

 한시간 이상 오르다 쉬다를 반복하다 포터(아무래도 초보인것 같은)가 뒤에서 자꾸만 쳐집니다.
 크리스틴과 저는,,열심히 산을 타다 포터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애교섞인 크리스틴의 목소리가
 아궁 전체에 울려퍼지면 다 같이 웃어재끼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산을 오르는데...

 두시간여 산을 오르자 갑자기 하늘에서 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구름층이 산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가 그 이상 올라갔더니,,아니 이거 왠,,,딴 세상..
 완전,,우주의 어느 별에 제가 앉아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손을 뻗으면 별이 내 손에 잡힐 것만 같았고,
 중간중간 쉬는 곳에서 하늘의 별을 보자니 유성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데 유성이 떨어질 때마다 소원을 빌자니
 아마도 소원 30개는 빌었던거 같네요..(너무 어두워서 사진은 없지만^^)

 크리스틴과 저는 feel exotic을 연발하며 별들의 속삭임 소리에 황홀경에 빠지는 것도 잠시..............................

 3시간째 산행이 계속 되자 체력이 바닥이 난 우리들은 로컬 가이드 할아버지 궁뎅이만 쳐다보며 산을 오르며 헥헥의
 정도가 거의 실신 상태까지 갑니다.
 그러자,,크리스틴의 왜마디...Shit!!
 너무 힘드니까 욕지기까지 나오나보더라구요.
 경사가 심해진 돌산을 기어가다시피 하다가 발걸음을 멈춘 크리스틴에게 이 모든게 다~ bloody sunrise 때문이야
 그녀의 기분을 이해하며 조금만 더 힘내서 끝까지 가보자..부추기고..숨을 고르며
 다시..로컬 가이드 할아버지 궁뎅이가 멀어지지 않을 만큼
 힘을 내어 오르는데 1시간만 더 올라가면 된다는 하는 지점..저 밑에서 후레쉬 불빛의 행렬이 보이기 시작..
 아니!! 지네들이 무슨 아우토반 지나가는 줄,,아는지..
 16명의 일행의 불빛이 보인지 얼마 안됐는데 우리를 앞지르더니 어느새 불빛은 저만치 멀어져만 가주시고^^
 아니..여보세요들..그렇게 힘이 넘치시면,,저 좀 업고가 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ㅜ.ㅜ

 저,,저,,저 사람들...힘도 안 들어하는 것 같은 걸음으로
 저렇게 빨리 꼭대기 올라가봤자 일출 기다리려면 추워서 꽁꽁 얼어붙어 있을꺼야!!! 라고 크리스틴과 저는 그들이
 부러움을 그렇게 표현;-)해가며 쉬엄쉬엄 오르는데 기어이,,,포터 막바지에서 아웃됩니다.
 이곳에서 아침이나 준비하겠다며 포기하고 싶으면 이곳에서 일행들 일출보고 내려오는 걸 기다리자고 하는데..
 흠........그럴수야있나!!
 
 크리스틴...힘내자..우리...
 또,,할아버지 궁뎅이만 ㅤㅉㅗㅈ아..열심히 오르자..아슬아슬하게 태양이 빛을 보이기 시작한 때에 정상에 도착!

 여기서부턴,,사진 좀 찍었으니, 사진 설명 들어갑니다...



 별들의 속삭임 이외 다시 한 번,,황홀경에 빠져 뷰티풀...연발하시고,,
 


 저멀리 보이는 린자니의 위상에 저기도 올라볼래? 물어보지만;-)
 서로~~~ 에이!!!알면서 왜 그러셩~~~~~~~~~~~~
 민망한 질문을 해대는 크리스틴과 나!! 서로 눈치를 보기도 했다는 후문이ㅋㅋㅋㅋ
 

 꼭대기에 올랐으니 기념사진,,한 장 찍고^^




 뒤늦게 올라오는 사람들 응원해가며 아궁산을 즐기기에 여념없었어요..^^



 1963년 새벽녁 화산이 폭발해 5,000여명이 사상자를 냈다는 그 분화구...
 지금도 소리를 들으면 아직까지는 활화산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아 사화산이라 하기도 한다네요^^



 태양의 옷을 입은 아궁이에요...



 태양이 떠오르는 반대편은 이렇게 운무에 쌓여 있구요...(너무 아름답죠??)




 구름속을 산책하는 아궁 아우토반을 질주했던 프렌치들...



 엄머! 그 옆에 달도 같이^^
 사진을 찍을 땐 몰랐는데 모니터로 보니 달이 보이네요^^



 다시한번 기념사진..찍어주시고




 일출을 더 즐기는 사람은 즐기고  하산할 사람들은 하산하는 시간..

 휴~~~내려가는 건,,더 힘든데..



 악악,,저 경사진 산을 제가 밤 새 올랐나봐요...너무 깜깜해서 몰랐는데 정말 놀랠만하네요!!

 산을 내려가야 하는 크리스틴과 저,,,헬리콥터 보내달라고 징징거리다...^^ 일행들 따라 1시간여 끌려 내려가니,,
 나중에 쳐져서 아웃됐던 포터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더라구요..
 (이거 준비하느라 무거운 가방 들어서 낑낑대느라 아웃됐다고 변명하던 포터 ㅋㅋㅋ
  사진좀 찍자! 했더니..얼굴 숨기네요..ㅋㅋ)





 포터와 가이드가 준비해준 아침..토스트, 커피, 삶은 달걀..
 우리,, 이거 먹으려고 아궁 온 거 맞지? ㅋㅋㅋ (크리스틴과 저의 대화는 주로 이랬습니다...;-))



 밤새,,이 할아버지 궁뎅이만 보면서 산을 오른거 아시려나?
 아침식사를 하기전 그사이 할아버지는 또,, 기도를 하시네요..^^



 산을 내려오던 중..휴식시간이에요...(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내려가는데 2시간째 이르러 더는 못 내려가!! 선언하고 뻗어버린 곳...근데 저 자세봐라!! ㅋㅋ)



 아..마지막 사진..저도 구름속에서 산책을...

 힘들었지만 정상에 올라 높은 곳에서 바라본 일출과 발리...잊지 못할거에요..^^

 
  • Greeny 2006.07.26 00:56 추천
    우와.. 멋지십니다.
    자전거도 몇시간 못타는 저는 --; 부럽기 그지없네요.
    힘을 길러서 다음번에는 해보고 싶습니당 ^^
  • 앤. 2006.07.26 01:14 추천
    와.. 멋지당..
    밤을 새운 산행이라.. ㅋㅋ
    전 밤을 새워 짐을 쌉니다.. 하하하...
  • 바다하늘 2006.07.26 05:00 추천
    역시 경미리 짱! 에구 부럽다.
    야간 산행에 일출이라 멋집니다.
    아궁산 정산에서의 일출 아름답네요.
    언제나 다시 갈려나 그리운 발리
  • 미갱 2006.07.26 09:50 추천
    검단산으로 열심히 연습한다음에 내년쯤엔 한번 도전해볼랍니다..
    너무 아름다워요 운무도 구능아궁도.. 일출도.. 언니두요 ^^
    대단하세요~!!
  • 투명한블루 2006.07.26 10:28 추천
    앗~ 드디어 아궁산도 정복하셨군요...
    요즘은 동네 뒷산도 오르기 힘듭니다..
    저도 운동 열심히해서 꼭 도전해 보렵니당..ㅋㅋ
  • 경미리 2006.07.26 10:33 추천
    Greeny - 자전거는 저도 잘 못탑니다..걷는 것만 잘해요..튼튼한 다리가 박세리 못지 않거든요..ㅋㅋ

    앤. - 이따 공항에서 보자..꽃순이 해줄께..ㅋㅋ

    hjeus426 - 말 안듣는 꼬맹이들 있음 발리로 보내세요..아궁산 극기훈련 제대로 해서 보내드릴께요..하하하하...

    미갱 - 우리 어쩜 같은 동네 살고 있다는걸 맨날 까먹어!! 난 검단산 한 번도 안 가봤으...한국돌아가면 검단산으로 소풍갈까요?
  • danielle 2006.07.26 11:06 추천
    와~ 정말 대단하신 경미리님. 3000미터 산행이라뇨...
    전 동네 뒷동산 올라가는데도 헉헉거리는 체질이라서, 무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 babkong 2006.07.26 11:27 추천
    음... 내가 꼭 할려 했던건데~^^
    좀 힘들어 보이는군요~ embaressed_smile.gif
    그래도 가보고 싶네요~^^
  • jina1023 2006.07.26 12:21 추천
    언제나 언니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언니 책한번쓰세요,, ㅎㅎ "발리 완전 정복"
  • ㅡ호ㅡ 2006.07.26 12:31 추천
    바구스 thumbs_up.gif
    제가 경미리님 다리를 봐서 아는데 엄살이 좀 심하십니다. ㅋㅋㅋ
    아츠는 잘 있나요?
  • x2y3 2006.07.26 12:49 추천
    넘취는 췌력~ 부럽워요~
  • 제리짱 2006.07.26 15:20 추천
    드뎌 올랐구나, 경미리 너무 멋진데.. 밤새 올라가서, 정상에서 본 일출이라~ 감동이고 숨이 멎을것같지. 너무 좋았을거야. 친구야, 담엔 나좀 데리고 올라가렴~
    글구 고기 좀 많이 먹어 두어야 겠다. 서핑하랴 등산하랴 살사추랴 경미리 바쁘다 바뻐.
  • 레이첼 2006.07.26 15:33 추천
    입이 안다물어지네요....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평지를 걷는것도 30분만 하면 힘들고 귀찮아하는 저에게 많은걸 느끼게 해주는 후기입니다....사진하나하나 보면서 마치 내가 올라가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실감나는 후기에요..

    진짜 대단하시고 멋지십니다.....
  • K. 2006.07.27 08:29 추천
    ...아궁산... 정말 멋지네요. 아직 산과는 별로 친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만....흐음...
  • iaia 2006.07.27 14:47 추천
    정말 대단하세요. 너무 부럽네요~ 저두 이제부터라도 기초체력보강해둬야겠어요. 경미리님처럼 멋진 경험하려면^^
  • isolde77 2006.07.27 14:59 추천
    아궁산이라..
    청계산 오르는데도 입술이 파래지고 숨을 헐떡이고 곧 죽을것같이 얼굴이 새하얘지는 난 언제나 저런곳에 올라가 보려나..
    특히 밤에 약한 나... 11시면 침대로 들어야 내일의 체력을 보강할 수 있다는..
    그런데 밤 11시 출발이라... 컥!!
    경미리님... 홧팅!!!
  • zhihao 2006.07.27 15:15 추천
    아궁산....코스 수정해 봐~~. 3천미터라.. 높은 산은 글로는 다 표현 못하는 잔잔한, 구름이 지나가는 느낌,,,등 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외국산도 올라보고 싶네요. 글이 넘 잼있어서도 이겠지만. 좋은 글 잘봤습니다.
  • 민트 2006.07.27 16:08 추천
    와~ 너무 발 아래로 펼처진 구름들 너무 멋져요~~ >.<
    전 관악산 등산하고서 3박4일동안 힘들었는데... 대단대단하세요~
  • 삶바라기 2006.07.28 01:04 추천
    뷰티플 경미리~~~
  • lou 2006.07.28 14:48 추천
    느무 부러워요.. 산에 올라나 갈수 있으려나.. 쩝..ㅡ,.ㅡ;; 아!! 체력은 국력 기릅시다~
  • diana 2006.07.29 11:40 추천
    밤새 산행이라니... 허걱 . 일출은 정말 보고싶은데 .. 한달남았습니다. 헬스 좀더 열심히 해야겠군요
  • 엽둥이 2006.08.02 15:13 추천
    드디어 오르셨군요... 항상 경미리님을 부러워 하는 저인거 아시죠?
  • ssubipark 2006.08.14 19:25 추천
    장하신 경미리님.멋지네요. 산이야 대한민국에도 많지만 아궁산은 참 아름답군요.
  • WINNY 2007.10.14 13:19 추천
    와~!! 대한민국의 여장부세요~!!! 전 지하철 계단 오르면서도 부들부들 떠는데;;
    ㅡㅡ)+헬스크럽가서 체력을 길러야겟오요...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