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아빠
Lv.17
2009.07.09 18:30
추천:6 댓글:2 조회:4,945
- 르 마요르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서/ 호텔에서 나와 비치쪽으로 가서 우회전하면 바로 나오는 걸 우리는 현지인들의 잘못된
길안내로 그만 그랜드발리비치호텔의 뒷문으로 들어섰다. 멀리 신나게 걸어가는 세사람의 뒷모습을 따라가면 그랜드발리
비치호텔이 나오고 거기서 해변으로 가서 좌회전을 하는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하늘을 가리는 짙푸른 녹음으로 인해 한없이
넉넉해진 마음은 인샬라,인샬라 -
발리에서 맞는 아침은 언제나 상쾌하다. 밝지만 결코 뜨겁지 않은 햇빛과 적당한 바람에 꽃내음도 실려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멀지않은 어느 나무그늘에서 새 우는 소리까지 들리면 결코 늦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처형은 새가 아침에만 지저귀는게 아니라 거의 한밤중인 새벽부터 울어대 잠을 설쳤다고 투덜거렸지만서도....
코모도의 푸짐한 조식을 먹고나선 서둘러 르 마요르로 향했다.
지난번 여행기에서도 밝혔듯이 3년전 초행길에 그랜드발리비치에서 묵었는데도 코 앞에 있는 미술관을 놓치고 말았으니
(그래서 다들 발리서프에서 공부하고 가시라는 겁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거니까요.)
그 원통함을 풀고자 일찌감치 서두르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일정이 다소 변경되서 마지막 날 코스인 낀따마니화산을 오늘 간다고 팀가이드와의 약속이 11시로 잡혀있기에
마음이 더 급할 수 밖에 없었다.
- 사누르의 해변을 걷다보면 흔히 만나게되는 배 쭈꿍/가까운 연근해로 낚시,스노클링,서핑을 나가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데 우리 일행도 나중에 로비나에서 돌고래들을 만나기 위해 타게 된다. -
1932년부터 이 곳 사누르에서 20여년간 살았던 벨기에인 화가 라 마요르, 그는 레공댄스의 명인인 아내와 발리를 사랑하여
평생 그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목조가옥을 아뜰리에로 삼아 그린 9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 곳이 바로 르 마요르 미술관인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터치로 그린 작품들은 그 하나하나 마다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발리에 대한 따뜻한 추억들을 속삭여 주는
듯 했다.
이색적인 건 우리나라의 움집처럼 낮은 천정을 한 전시실에 맨발로 들어가(발리전통가옥의 방안이라 신발착용이 안된다.)
얼핏보면 벽에 숨어있는 듯한 좁은 문들을 미로처럼 지나며 작품들을 만난다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나라 박물관의 주거모습을 전시한 공간처럼 그가 쓰던 가구와 공예품들이 그림들과 나즈막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바깥으로 열린 창으론 환한 햇살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전시실에서 고작 1인당 입장료 5천Rp로 우리 가족만이 누리는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 사누르해변에 자리한 르 마요르 미술관의 입구. 마치 현지인이 거주하는 가옥처럼 해변의 길가에 자리잡고 있어 자칫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쑤이다. -
- 생전의 르 마요르와 그의 아내. 사진에서도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
- 입구 정원의 우측편 작은 공간에 르 마요르와 부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
- 힌두의 전설과 조각에 관심이 많은 아들녀석이 흉상앞의 조각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
- 전시실 안의 작품들. 간접조명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크기로 압도하는 문턱높은 미술관이 아니라 그냥 현지가옥의
벽에 캔버스를 주욱 진열한 참으로 만만한 미술관이다. 물론 조명은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채광뿐이고. -
- 미술관만 가면 맨날 똑같은 포즈를 취하는 정원. 지난번 네카미술관에서도 저렇게 찍었는데,마치 벌받는 것 같네. ㅎㅎ -
- 드디어 마나님 등장!!! 이 사진은 다행히 본인의 검열을 통과했다. -
- 미술관 담 너머로 보이는 사누르 해변/ 먼 바다를 보며 르 마요르는 떠나온 조국 벨기에를 생각했을까? 아니면 타히티의
고갱처럼 철저히 현지인과 일치되는 삶을 살고자 고민했을까? -
- 미술관 안에서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 노인을 만났다. 미술관 뒤 별채에 살고있다는 르 마요르의 후손이 아닐까 싶어
물어보니 본인은 스위스에서 왔고 그림은 흉내만 좀 낸다고 손사래를 친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그림은 yes,
본인은 no란다. -
- 힌두의 설화가 벽면 가득 부조된 미술관 담벽 앞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이모와 아들 -
- 영화처럼 미술관 옆 동물원이 아니라 미술관 옆에는 이렇게 앙증맞은 라이브무대가 설치된 노천카페가 있었다. 오른쪽의
옛날 이발소풍으로 그려진 지미 핸드릭스 그림이 이채롭다. -
- 노천카페 바로 옆에 예쁜 문이 있어 들여다 봤더니 "홀리데이 빌라"라는 마당깊은 미니 리조트가 숨어있었다. -
미술관 구경을 실컷 하고나선 낀따마니 화산으로 출발했다.
물론 지난 4월에 다녀온 곳이지만 그 수려한 풍광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데다 어차피 따로 돈들여서 가는 것도
아니니 마다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휴화산인 낀따마니는 칼데라호(백두산 천지를 상상하시라.)인 바뚜르 호수를 품에 안고 볼 때마다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고 서 있었다.
풍광이 뛰어난 "구나완"식당에서 모두들 음식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테라스로 나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발리에서 제일 끈덕지게 달라붙는 낀따마니의 잡상인들만 아니라면 한정된 테라스가 아닌 더 멀리까지 나아가
사진촬영을 했겠지만 건물 바깥에 포진한 그들로 인해 짧은 만남, 긴 이별을 서두는 수 밖에...
- "구나완"식당의 입구./건물 뒷편의 긴 테라스에 서면 낀따마니와 바뚜르호수가 손에 잡힐 듯 하다. -
- 해발 1,500미터가 넘는 고지대라 늘 저렇게 산자락은 안개를 휘감고 있다. -
- 산중턱에 피어있는 야생화 군락 -
- 돌아오면서 들른 힌두사원에서는 백년만에 맞이할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직도 마을공동체가 엄연히 힘을 발휘하는
이 곳에선 차가 지나가는 길을 아예 막고서 모두가 가루다형상의 대형장식물을 만들고있다. -
- 시설이 빈약한 또다른 문화체험장을 들렀다. 손기술이 빼어난 발리인들의 주거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관광객
상대의 토산품점이 운영을 하니 알만하지 않은가/베짜는 아가씨는 유창한 한국말을 하고 있어 차라리 가이드를 하는게
더 나을 뻔 했다. -
-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인 뿌뿌딴 (독립기념관) /전쟁이나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아들녀석이 내심 기대하던 곳이었는데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위에서 보듯 폐문(오후 5시까지 관람가능)이 되었다. 결국 다음에 와서 1순위로 보여주겠다고
달랠 수 밖에. -
그리고 은근 매력적인 화려하진 않지만 멋있는 히스토리도 많을것 같은 사누르.
꾸따가 아닌 우붓이 아닌 사누르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