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아빠
Lv.17
2009.07.10 00:02
추천:3 댓글:5 조회:4,002
-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어스름이 걷히는 새벽바다를 향해 출항한다. -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시각은 정확히 새벽 2시 반. 모닝콜, 아니 미드나잇 콜인 셈이다.
어제 저녁, 들어오면서 데스크카운터에 새벽 2시30분 알람을 부탁했으니 감기는 눈을 연신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데이투어 가이드인 로버트와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정각 3시였던 것이다.
사위는 칠흑같이 깜깜한데 우린 로비나를 향해 떠난다. 오로지 돌고래들을 만나기 위해서...
3시간 정도가 걸리는 밤길, 더군다나 가로등이 거의 없어 전조등에만 의지해서 가야하는 시골길이다.
마치 예전에 강릉으로 가는 대관령 구도로처럼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로버트는 침착하게 잘 달려 마침내 어둑어둑한 로비나의
바닷가에 도착했다.
로버트가 미리 연락을 해놓아 우리가 탈 배의 선주와 뱃사공은 미리 나와 있었고 잠시의 흥정을(난 1인당 5만Rp를 제시했으나 선주는 무조건 6만Rp를 요구했다. 3시간을 달려온 우리가 "을"의 입장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하긴 2시간이상을 타고서 구경을 하는데 그 정도면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는 없었다.)마치고 이내 배에 탑승했다.
발리어로 쭈꿍 인도네시아어로 삼판이라 불리는 배는 좌우에 대나무로 된 긴 슬라이드를 달고 있어서 선회가 날렵했다.
다만 4인승 배의 맨 뒷자리에 앉은 나는 바로 뒤에 붙은 엔진에서 나는 굉음과 매스꺼운 기름내음을 온 몸으로 커버하면서
곧 다가올 돌고래떼와의 조우를 위해 인내하기로 헸다.
- 저멀리 해뜨는 방향에서 수도 없이 나타나는 무리들은 돌고래 떼가 아니고 우리와 같은 쭈꿍선단의 대열이다. -
- 점점 우리쪽으로 다가온 배들은 함께 합류하여 더 큰 무리를 형성하고 사방으로 넓게 퍼지면서 돌고래 몰이를 시작한다. -
- 환호하는 여행객들. 로비나가 워낙 멀어서인지 아쉽게도 서양인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인은 보이질 않았다. -
- 생각보다 돌고래들은 나타나질 않고 배들은 무리에서 이탈하여 저마다 방향을 선회하여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가고 있다. -
- 우리 배 옆을 지나던 서양 관광객들의 쭈꿍/우리가 탄 배와 형제처럼 똑같이 생겼다. -
- 드디어 물 속에서 녀석들이 나타나 맴을 돌기 시작한다. 정원이는 음파로 교신한다며 호루라기를 연신 불어대고, 그러자
거짓말같이 돌고래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 돌고래는 생각보단 작았다. 처형왈 "난 예전에 호주에 있을 때 길을 지나가다가도 저것보다 더 큰 녀석이 솟구치는 걸
봤는데 꼭두새벽에 잠도 못자고 이 고생을 하네."하며 푸념하지만 정원이는 거의 황홀지경의 패닉상태이다. -
- 우리가 탄 배 주위를 선회하는 돌고래떼/처음엔 너무 오려 기다려 오늘은 안 나오는 날인가 걱정하기도 했지만 80% 이상의
확율로 거의 매일 나타난다고 한다. -
- 돌고래를 보고 귀항하면서 뱃사공은 물고기가 많이 나타나는 포인트라며 우리를 안내했고 그 곳에서 정원이는 브래드
토크에서 산 식빵을 아낌없이 뜯어 물고기밥으로 던져주고 있다. -
- 선명한 로비나 바닷속 세상/돌고래를 보고나서 일부 관광객들은 돌아가지 않고 이런 맑은 바닷속에서 스노클링을 한다. -
구경이 끝나고 육지로 돌아오자 허기가 밀려왔다.
해서 5분쯤을 달려 가까운 싱아라쟈의 도로변에 위치한 로칼식당에 들어섰다.
매번 식사때마다 자리를 뜨는 로버트가 안스러워 이번엔 무조건 동행할 것을 강권하니 녀석도 순순히 따라 들어온다.
식사는 빠른 메뉴로 모두 나시고랭과 과일쥬스로 주문을 통일했는데 놀라운 것은 다섯명분의 가격이 70,000Rp라는 말도
안되는 착한 가격에다 그 맛 또한 여태까지 발리에서 먹은 나시고랭중 최고였다.(아주 잘 만든 우리나라 김치볶음밥 맛)
- 바로 그 식당 와룽 코타의 전경/ 대형걸개 메뉴판이 전면에 내걸려 있다.좌측에 서있는 미인이 마음씨 고운 주인장이다. -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우붓으로 향한다.
보타니카에 도착한 시각이 11쯤이었는데 스파 맛사지는 이미 손님이 다 차서 그 시각에 예약을 하면 오후 4시나 되어야
스케쥴이 잡힌다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혼자 같으면 까짓 다음에 하면 그만이지만 한껏 기대한 마누라와 처형을 생각하면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어 결국 로버트에게
오버타임을 제의하니 녀석은 흔쾌히 그렇게 하란다.참으로 착한 녀석이다.(물론 새벽부터의 수고를 생각하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건 당연하지만 본인이 no하면 다음을 기약하고 철수해야 하니까.)
해서 즉석에서 일정을 변경하여 누리스와룽에서 점심식사를 먼저하고 우붓시장엘 들렀다가 뜻막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보타니카를 방문하기로 했다.
- 누리스와룽의 유명한 칠판 메뉴판/ 이걸 보면 립을 뜯던 아련한 추억이 생각 나는 분들이 많을텐데... -
- 커피점 "뜻막"의 계단을 올라가는 길/내게는 저렇게 아름다운 꽃띠를 두르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
- 역시 꽃장식이 된 가네샤의 입상 뒤로 서양 아주머니가 인터넷에 빠져있다. 그 안쪽이 우리 자리인데 서있는 로버트가
보인다. -
- 창가 테이블에서 독서를 하며 한가로움을 만끽하는 아가씨. 기둥 좌측의 좌식 공간은 탁자를 두어 묘한 부조화의 조화를
느끼게 된다. 뜻막에 앉아있으면 이렇듯 참으로 햇살이 밝다.바람도 맑다. -
예약시간에 맞춰 다시 보타니카로 갔다.
골목길 안과 논두렁을 끼고 들어가는 절묘한 배합... 들어가는 짧은 길조차 지극히 발리적이다.
마치 비밀의 화원 같은 구조에다 은은하게 들리는 Zen(선)음악은 잠시 그 안에 머물기만 해도 충분한 휴식이 될 것만 같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2시간에 1인당 17만5천Rp의 프로그램이었고, 스크럽을 위한 트리트먼트는 4종(커피,진져,밀,루루르)
으로 이 역시 본인의 취향대로 고르면 되는데 우린 루루르를 골랐고 결과적으로 대만족이었다.
- 보타니카 스파를 안내하는 도로변 간판 앞의 정원.화살표가 좌측으로 75미터를 내려가면 된다고 가르키고 있다. -
-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만날 것 같은 익숙한 골목길을 따라 내려간다. -
- 골목이 꺾이면서 끝나는 길에 예쁜 논이 숨어있다가 나타났다. -
- 논을 옆에 끼고 자리잡은 보타니카의 정문/ 정면에 보이는 아가씨가 예약을 담당하는 직원인데 모든 과정을 능숙한
영어로 세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
- 그 유명한 보타니카의 마사지 베스룸/ 창문 넘어 울창한 신록이 숨쉬고 있다. -
- 플라워 베스/목욕을 다하고 나서 찍었는데도 꽃잎들이 생생하게 보인다. 시계는 20분의 목욕시간을 알리는 샌스이며
우측 세개의 작은 호리병에는 목욕제가 들어있다. 스크럽을 마친 후 베스에 기대어 진져티를 마시며 숲을 바라보면
정말 온전하게 내 것이 되는 기분이다. -
- 어른들이 평온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대기실 의자에서 가져간 MP3를 듣고있는 정원/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
새벽부터의 강행군으로 지친 몸은 보타니카를 나오면서 말끔하게 씻겨졌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늘 그러하듯 좁은 도로에 꽉 들어찬 차들과 오토바이로 정체가 계속됐지만 발리로 오기전
계획했던 일정들을 무사히 마친 안도감에 흡족하기만 하다.
거의 하루내내 운전을 했던 로버트는 별로 피곤하지 않다지만 미안한 맘에 호텔로의 귀환이 아닌 뽀삐스거리의
뱀부코너 골목 앞에서 작별을 했다.(AM3시~PM8시까지의 가이드비로 정상비용 45불에 30불을 더해서 지급)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하늘엔 별이 총총하게 많다.
정말 오늘은 달을 보고 나와서 별을 보며 들어가는 날이다.
-
넹?? 태국이 저렴 하다구용>?? 전 푸켓 가서 우리나라 제주도와 동일한 물가를 보고 기절 하는줄 알았답니다 ㅎㅎ
Ksgktg 님 .. 로비나 가실떄 어디서 출발 하신거엿어요?
글을 보니 하루 주무신거는 아닌거 같아서요...
저도 요번에 가면 꼭 로비나 가고 싶은데.
우붓에서 님 처럼 새벽에 떠나 로비나에서 점심 먹고 다시 우붓으로 오는거는
가능 할까요?? -
당근 가능합니다.
우붓이라면 훨씬 더 가깝지요.
제 글을 잘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사누르의 호텔에서 새벽3시 출발을 하는
강행군을 했습니다.(6시에 바다로 나가야하니까.)
우붓이라면 4시나 4시반 출발 충분히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돌고래 본 다음 걔들이 집으로 돌아간 그 바다물속에서 스노클링하구
놀다가 점심드시구 한적한 어촌인 로비나의 이곳저곳을 보다가 올 시간이
충분하다는 거지요.
잘 다녀오세요. -
와우 빠른 답변 완전 감사 드립니다. ^^
로비나 가고 싶었었는데 너무 멀고 거기서 하루 자면 숙소만 4번 옮기는게 되서 ㅎㅎ 우붓에 묵고 새벽에 자면서 가고 로비나 가서 돌핀 보고
다시 우붓으로 오면 정말 딱일것 같아염.. ㅎㅎ
그럼 차량은 현지 가서 알아 보신건가요?
차량은 얼마에 하셨는지.. 그리고 돌핀 예약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로비나 에 대해서는 제가 아예 몰라서요 ㅎㅎㅎ -
차량을 별도로 렌트한 게 아니고 저는 늘 가기 전에
일정 중 하루는 데이투어 가이드를 쓰고 그래서 그 날
하루 일정은 따로 계획을 잡아 놓습니다.
이번엔 로비나 와 보타니카스파를 넣었는데 가이드가 직접
자기 차를 운전해오니 편리하지요.
가이드를 쓰지않는 순수 자유여행이라면 택시를 직접
좋은 가격으로 흥정하시거나, 우붓과 로비나를 을 운행하는 베모버스
노선이 있으니 알아보시고 편한 걸로 하세요.
올여름에도 발리로 계획했지만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가는지라 좀 저렴한 태국으로 갑니다.
올겨울에는 꼭 로비나에 방문해야 할것 같아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