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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09.07.10 17:17 추천:15 댓글:9 조회:3,648

balisurf.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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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새벽 3시30분에야 받은 지연안내문, 그리고 아래는 아침에 문 틈으로 집어넣고 간 비행 및 식사안내문이다. -



얼마나 잔걸까 ?
커튼 사이로 내비치는 아침햇살과 아직도 남아있는 스산한 에어컨의 냉기에 잠을 깼다.
옆에 누운 아들녀석은 추웠는지 좀처럼 덮지않는 침대시트를 목까지 덮고 곤히 자고 있다.
샤워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방갈로의 가든룸들이 사방형 길을 따라 잘 조경된 나무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헌데 문틈 사이로 종이 한 장이 고개를 삐죽 디밀고 있는데 살펴보니 가루다의 지연사과 및 안내문이었다.
형식적이고 간략한 2줄짜리 사과와 함께 오늘 오후 3시 45분에 비행기가 출발하니 1시 30분까지 픽업을 오겠다는 내용인데
그 밑에는 따로 아침과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호텔식당의 위치와 시각이 씌여져 있었다.


- 임시변통으로 묵었던 그랜드발리의 방갈로 가든룸 입구. -


- 방갈로에 들어서면 그늘이 깊은 길들과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여유있는 넓이로 자리잡고 있다.방향표시판을 따라 걸으면
  골프장과 긴 회랑을 지나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호텔본관도 나온다.방갈로 안에는 별도의 작은 수영장도 따로 있다.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긴급상황이 발생했다.
그동안 천방지축으로 뛰놀던 정원이가 아침에 일어나자 열이 심하게 나면서 점점 기운이 축 쳐지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그동안의 피로에다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꼬박 오버나이트를 한 게  원인일 것 같은데 마땅히 조치할 방도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현지병원을 갈 정도의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오후 탑승까지, 아니 내일 새벽 인천도착까지 잘 버티려면 뭔가 방도를
강구해야만 했다.
해서 점심식사를 하러 온 지연승객들 중 또래의 아이를 동반한 아주머니에게 감기약을 얻어 먹이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픽업차량이 로비입구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상태는 점점 나빠져 구토까지 하는 아들녀석을 보며  결항된 가루다에 화가 
치미는 건 당연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수화물을 붙이고 보딩수속을 새로이 하면서 난 담당직원에게 아들녀석의 상태를 설명하고 책임자의
면담을 요구하자 안쪽 사무실로 안내되어 갔다.
들어간 사무실에는  매니져라는 사람이 맞아주었고 정원이의 고열이 철야로 대기한 지연상황 때문임을 재차 항의하니
생각과는 달리 무척 미안해하면서 거듭 편의제공을 약속했다.
편의제공 ?  그것은 거의 생략에 가까운 보딩수속의 간소화와  탑승 대기시간동안 우리 가족 모두가 프라다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조치였다.


- 아픈 아들 덕분(?)에 졸지에 이용하게된 프라다라운지 입구 안내판/바로 엇저녁에 여기서 쉬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글쎄 우연찮게 바램이 현실로 되어버렸다. -



- 라운지로 내려가는 입구 /아래 정면의 카운터에다  가루다항공의 서류를 제시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


- 라운지 내부/ 긴 소파와 1인용 의자가 쾌적하게 배치되어 있고 비치된 책을 보거나 무료인터넷을 이용하거나 모슬렘의
  경우엔 기도실도 준비되어 있다. 물론 샤워도 가능 -



- 라운지 안의 푸드코너 /간단한 식사와 음료 그리고 과자류와 빵 등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다. 내가 있는 공간과는 
  통유리창으로 막혀있는데 그건 흡연실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공항안의 흡연실은 협소하고 냄새도 심했는데 여긴
  에어커튼과 팬이 완벽하게 작동되는 쾌적한 공간이었다. -


이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왔다.
출발하기 전 이것저것 검색하고 준비했던 PC앞에 앉아 여행의 감회를  적어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연과 결항으로 예기치 않게 하루를 더 묵었지만 무사히 돌아왔고 걱정했던 정원이도 그 날 하루만 쉬고서 피로가
다 풀렸는지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끝으로 첨부하자면 가루다항공의 상습에 가까운 지연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소비자인 우리 여행객들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도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대응말이다.)
물론 나 개인적으론 응분의 보상은 아니지만 아들녀석에게 취한 그들 나름의 조치로 크게 뷸만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루다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발리를 외면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 내려 장기주차장에 둔 차를 가지러 간 동안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몇몇 분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려 하니
서명과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는 말을 마누라를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승산이 희박하고 장기간의 시간을 요하는 소송은 별로 바람직스런 방향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일상으로 돌아가 며칠이 지나면 당시의 불편했던 기억이나 불쾌감도 어느 정도 가라앉고, 그렇게 되면 처음 생각과는
달리 주저하기가 십상이다.
지연되던 날 대기하며 문득 " 가루다항공이 취항하는 다른 노선도 이렇게 결항이 잦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잠시 스쳐 지나갔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해결은 명쾌하다.
유독 우리 노선에만 지연 결항율이 높다면 그건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가루다항공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발리서프의 현지에 계신 관심있는 회원분이나 항공여행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여 서로에게 모두 좋은 윈-윈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오지랖 넓은 소견만 장황하게 늘어 놓은 꼴인데, 어느새 발리를 외면하는 상황까지 걱정하게 된 나는 진짜 
영낙없는 발리홀릭인가보다.



- 잠에서 깨어난 아들놈./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점점 약먹은 병아리처럼 되더군요. 지금은 튼튼하게 잘 먹고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구요. -

 




 

  • jinsorj 2009.07.10 22:03 추천
    정말 좋은 후기 잘 읽고가요^^ 저도 21일날 발리들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 경미리 2009.07.12 00:44 추천
    사진속의 정원이가 그새 더 자란거 같아요^^..

    이제서야 후기를 한꺼번에 쭉 읽어내렸습니다.
    멋진 여행가 이시고 멋진 아빠이십니다..
  • 정원이아빠 2009.07.12 00:47 추천
    모두들 인내심(?) 갖고 끝까지 잘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 키위 2009.07.12 23:57 추천
    아드님 때문에 많이 속상하셨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계시다니 다행이구요!
    정원군께서 다시 발리에 가자고 하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 정원이아빠 2009.07.13 12:18 추천
    부전자전이라고 얘도 발리홀릭 키드가 된 지 오래라서
    그래도 가겠다네요. ㅋㅋ
    가을쯤 해서 다시 가자고 엇저녁에 그러더군요.
  • 와얀 2009.07.13 14:42 추천
    우웃 찾았다 옥의티.....
    운항 지연 안내문에 한글 번역이 잘못됐네요. 가루다 친구들 쯧쯧....

    덴파사르- 인천을 파사르(시장)-인천으로 적어놨네요. ㅎㅎㅎ
  • gasman 2009.07.13 17:37 추천
    음 차라리 결항이 지연보다는 나아여.. 잠이라도 푹자죠
    호텔들여보네고 4시간있다 나오라하면 미칠것 같아여 ㅠㅠ
    예전에 에어 파라다이스라는 항공사는 공항가기전에 미리 연락해주고 바로 호텔로 보내주던데....호텔도 참좋은 호텔이었는데 ㅎㅎ
    그때는 아 결항이 이리좋은거구나 생각했었드랬는데....
    가루다 연착한번당하고 확깨내여 ㅎㅎ
  • 풀레 2009.07.15 01:01 추천
    저도 한 4시간 연착은 당해봤는데
    이렇게 까지 하루가 지연되는 것 한 번은 당하지 싶습니다..
  • kdokebi 2009.07.15 12:25 추천
    여행가서 아이가 아프면 참 심란하더군요~ 괜히 고생시킨거 같고..
    저는 작년에 여행가서 둘째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어요..쌍코피 터지고 입술 퉁퉁 부어가지고...리조트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죠...다들 걱정해주시고...
    피묻은 잠옷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더니...메이드가 꺼내서 잘 개어놨드라고요...
    웃어야 할지...어떨지...(실은 한참 웃었습니다..)
    후기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