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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balisurf.net
- 발리의 동부해안을 따라 가다보면 만나게되는"꾸삼바"의 검은 모래해변입니다. 인적없는 망망한 바다에서 저멀리
  구름에 드리운 빼니다 섬을 바라보며 녀석은 뭘 생각할까요? 아직은 네레데 네레예를 알 나이는 한참이나 덜 됐는데...-

예나 지금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워낙 꼼꼼히 스토리를 챙겨보는 터라  간혹  한 장면이라도 놓치게 되면  마치
그 영화 전체를 못 본 것처럼 안절부절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관엘 가면  종종 생리적 현상을 느껴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최대한 버티기 일쑤이고, 때문에 영화관 보다는
집에서의 여유로운 감상을 훨씬 선호하는 편인데 그 장점중의 하나가  완벽한 rewind 기능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번 발리행을 끝마치면서 여느 때처럼 느낀 가장 큰 아쉬움도 비록 일정 전체는 아니지만 단 며칠만이라도 rewind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였는데 아직 시간을 되돌리는 물리적 장치는 없으니 부질없는 생각일테지만요.
하지만 그 곳의 햇빛과 바람, 새소리,빗소리, 그리고 인정까지 듬뿍 담아 왔으니 제법 한동안은 버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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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 가까이 묵었던 숙소의 저희 방입니다.  짐을 풀고 싸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를 싫어하는 성격상  붙박이로  있었지만   넉넉한 트윈베드 두 개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몸부림이 심한 아들 녀석을 코너로 몰아넣고 재우기에도 딱이었구요. -


- 방문을 나서면 바로 수영장을 갖춘 마당인데 방문 한켠에 시선을 차단하는 돌담을 두른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저 탁자에 앉아 제가  노트북을 갖고 노는 동안  마누라는 수지침과 뜸을 뜨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아마도 현지인 호텔스텝들이 보기엔 굉장히 신기한 "코리안 세레모니" 정도로 이해했을 겁니다. - 

언젠가부터 발리행의 횟수를 헤아리는 게 부질없는 일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택시를 타면 기사녀석들의 판에 박힌 질문 중의 하나가 "처음 왔니?" 아니면 "숙소가 어디야?"  또는
"몇 번째 왔니?"인지라  그제서야  몇 번째임을 밝혀 더이상의 질문이 없도록 입을 막아버리지만  여행의 횟수가
무슨 태권도 급수 올라가 듯 하는 계급장이 아닌지라  이제는 그냥 발걸음이 가는 방향에 따라 눈에 보이는 대로
즐기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지요.
많이 보겠다는 저의 욕심도, 많이 먹겠다는 아들 녀석의 욕심도  조금씩 비우고,  바쁘게 서두르며 살아야 했던
우리 땅에서의 일상화된 삶에 오랫만의 휴식을 주는 것...
사실 누구에게나 진정한 여행의 목적은 이런 것일테지만 ,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 우붓의 쁘라마정류장에서 내려 몽키포레스트 쪽으로 걷다가  공터 안쪽으로 몇 발자욱을 옮기니 이런 풍광이
  나오더군요. 4모작이 가능한 지역이라 같은 논인데도 어디는 추수를 하고 어디는 모내기 준비를 하는 광경....
  아마도 그 옛날 우리네 농부들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별천지임에는 틀림업습니다.


이제서야 말이지만 떠나던 날은 컨디션이 몹시 좋질 않았습니다.
몸 여기저기가 욱씬해서 당일 점심무렵에 부랴부랴 한의원을 찾아 침도 맞고 물리치료까지 받았는데
떠날 때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이었는지, 장거리 비행 때문이었는지 숙소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아예 점점 더 심해지더니 급기야 한 쪽 팔에 마비증세가 와 옷을 입고 벗기도 힘든 지경이었으니까요.
아직 마누라와 정원이도 이틀이 더 지나야 오는데 이래가지고서야  구경은 고사하고 운신이나 할 수 있을까싶어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구요.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통증으로 인해 몸을 뒤척이면서 밤을 하얗게 세우다시피 했는데 그 새벽 비오는 소리가
참으로 구성지게 들립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은 달콤하게 생각한 향그러운 휴식이 아니라  처자식을 거느린 고난의 행군(?)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을 밀어내면서 간신히 눈을 붙여봅니다.

- "띠르따 강가"로 가는 길에 만난 아궁산의 모습과 산비탈 한면을 가득 메운 계단식 논의 위용입니다.
   우붓의 뜨갈라랑이 면적이 작은 예쁜 View를 지니고 있다면 이 곳은 탁 트인 넓은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 woodaisy 2010.05.31 23:53 추천
    이글스의 음악과 함께 기다리던 후기가 시작되었군요...
    전 개인적으로 짠디다사의 해변보다 이 쿠삼바의 흑사해변이 더 좋았답니다.
    지극히 한적하고 쓸쓸한 곳에서 센치한 기분이 드는건 싫었지만 웬지 한없이 머물고 싶던 그런 ... 정원이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 이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주는군요.
  • 정원이아빠 2010.06.01 00:05 추천
    검은 모래사장과 대비대는
    바다의 색조가 장관인 곳이지요.
    말씀처럼 아무도 오는 이가 없어
    쓸쓸하게까지 보이는 게 더욱 그러하구요.
    사진 한 장으로도 그리움이 베어난다면
    제 골동품 디카가 제 몫은 했네요. animate_emoticon (33).gif
  • 쌤~ 2010.06.01 01:04 추천
    동부쪽 계단식 논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가고 싶습니다.
    암라뿌라에서 아메드 방향의
    초록이 너무나 그리운 밤 이네요.
  • buzzly 2010.06.01 13:06 추천
    좋은음악 잘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