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아빠
Lv.17
2010.06.06 03:26
추천:6 댓글:8 조회:4,388
- 바다엘 가면 으레 하얀 백사장이 있을거라는 통념을 포말처럼 산산히 지워버린 쿠삼바의 해변...
저 바다에 서면 비록 몸을 담그지 않아도 마음까지 말갛게 씻겨짐을 느끼게 됩니다. -
아침 일찌감치 마당 앞 테이블에 나와 앉습니다.
거창하게 본관 앞 야외로비라고 말하지 않는 건 지나친 과장이 오히려 이 속깊은 마당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만만한 공간이, 크고 화려하지만 부담스런 장소보다 더 살갑게 여겨지는 제 성격 탓도 있겠지만요.
노트북을 통해 제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이것저것 살펴보는 동안에 누군가가 조심스레 다가옵니다.
"제가 와얀 수위리아 입니다." 또렷한 우리 말 발음인데 자세히 들어보면 억양은 영낙없는 현지인입니다.
제가 서울에서 고민끝에 오더메일을 보낸, 이번 여행중 사흘을 함께 할 가이드 와얀이 찾아온 것이지요.
오랫동안 현지 여행사의 소속으로 있다가 최근 몇몇 동료들과 함꼐 과감한 독립선언을 한 모양인데 좀처럼 보기힘든
유창한 우리말 실력이며 조분조분한 자세가 첫 눈에 예사롭지 않은 친구로 보입니다.
대충 사흘 동안 함께 갈 행선지를 알려주자 이내 제 성향까지 알아 챈 모양인데 저 역시 이 친구로 인해
이번 여행이 꽤나 편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띠르따 강가로 가는 길에 아궁산을 바라보는 계단식 논 앞에서 아들 놈이 쉬(?)를 하려고 은폐물을 찾고 있습니다.
어린 두 남매의 아빠라는 와얀이 정원이와 친해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동쪽 해안 길을 따라 도는 오늘의 여정은 거리가 제법 만만치 않은 편인데 서두르는 와얀을 저는 만류합니다.
"예정대로 못보면 내일도 있고, 아니면 다음도 있으니 여유있게 움직이자. "구요
물론 이 친구 담박에 제 말뜻을 알아차렸습니다.
띠르따 강가로 가는 도중 뜻밖에 쿠삼바의 해변엘 들러 여유있는 시간도 가지고, 이쪽 루트는 가이드 신청이 거의
없어 본인도 오랫만에 오는 길이라며 한때 길을 잃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아궁산 바로 입구까지 들어섰으니 말이지요.
게다가 꽃과 나무 등 식물의 이름이며 생태에 해박한 이 친구의 진면목이 나타나면서 차를 타고 한참 가는 시간조차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 띠르따 강가의 입구입니다. 입구 화장실 앞에 가이드들이 주욱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가이드를 대동한 한국인은
무척 오랫만에 본다며 말을 건네왔습니다. 그러니 안엘 들어가면 대부분 서양사람들 일색입니다. -
드디어 띠르따 강가에 왔습니다.
이 곳은 그 옛날 발리의 전성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화려한 왕실 목욕탕(?)인 셈인데 크지도 작지도않은 안성맞춤의
공간 안에 마치 가람배치 처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들을 조화롭게 담고 있는 곳입니다.
제법 먼 거리지만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지요.
- 안과 밖의 경계에 저렇게 소며 공작이며 힌두를 상징하는 동물조각들을 세워 두었습니다. 안에는 거의 동물원 수준으로
무더기로 만들어 줄지어 세워 놓았더군요.-
- 발리댄스의 여러 춤동작을 형상화한 조각상 사이로 징검다리를 건너는 예쁜 연못입니다.
환호성을 내지르며 아들 녀석이 사정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
- 오른쪽에 선 프랑스영감님이 정원이에게 더이상 가까이 오지말라며 몇 번이나 "stop"을 외치더군요.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 왼편에 부인이 서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닭살커플" 이었는데 흥분하면 제 말도 잘 안듣는
우리 아들이 저 신나는 놀이터에서 순순히 그 말을 들어줬겠습니까? ㅎㅎㅎ -
- 결국 프랑스 영감님이 먼저 가라며 길을 내주고 정원이의 중단없는 전진은 계속됩니다. -
- 까다로운 검열을 통과한 마누라의 인증샷입니다.(참고로 검열통과기준은 롱샷입니다.클로즈업 사진은 여지없이 삭제죠)
- 보이는 건물들은 관광객이 실제로 묵을 수 있는 방갈로라고 하네요.-
- 저도 한 장 찍었습니다. 찬 밥 더운 밥 안 가리는 성격처럼 저는 롱샷이건 클로즈업이건 상관 없습니다. -
- 둘이 앉아서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짐작컨대 나무 아니면 꽃 이야기였을 겁니다. -
- 이 사진의 대화도 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겁니다. 가이드가 아닌 생태학자 한 분을 초빙한 느낌이 드네요. -
- 이런 연못 속에는 ...
- 옥잠화, 붓꽃,수련과 같은 이런 수생 식물들과 ...
- 이렇게 씨알굵은 잉어떼가 한가득입니다.
- 이렇게 직사각형으로 만든 연못이 있는가 하면...
- 이처럼 다리를 놓아 공간을 분할한 연못도 있습니다. -
- 한 켠엔 이렇게 꽃나무들로 시선이 완벽히 차단된 수영장도 있습니다. 완벽한 신선놀음의 공간이지요. -
-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압도하는 광경은 저렇듯 푸르디 푸른 하늘과 초록의 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띠르따 강가는 생각을 필요로 하는 장소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냥 눈으로 사방을 보고 있노라면,
본다는 그 자체만으로 말이 되고 그림이 되는 곳...
띠르따 강가는 또하나의 발리였습니다.
-
새벽3시가 넘었는데~안 주무세요??
-
어 !!!
야심한 그 시각에
아직 잠들지 않았던 분이
또 계셨군요.
부디 제 글 보고 졸려서 푹 주무셨기를 .... -
띠르따 강가 저도 너무 좋았어요~~
바람도 시원하고 ...
발리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고르라면 띠르따 강가요 ^^
연못을 건널수있게 놓아진 징검다리랑 분수대도 있고 어른 팔뚝만한 잉어도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이더라구요 .
어른인 저도 징검다리 건너는게 잼있던데 정원이는 오죽하겠습니까 ??ㅎㅎ -
그 말씀에
100% 동의합니다. -
아~ 방가방가!
잘 지내고 계시죠?
아~ 나도 여기 안가봤는데...
이번에 애들도 방학하고 하면, 나도 함 가봐야겠어요.^^*
멋지다~~~ -
그 먼 산토리니도 다녀오신 분이
여길 빼먹으셨다구요?
역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맞긴 맞군요. ㅎㅎㅎ
건강하세요. -
새로운 발리의 아름다움을 접하니 오전 근무중에 쌓인 피로가 싹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
중국 갔을때 봤던 서호의 정원 - 정확치 않습니다만 - 이 생각나는 곳이네요. 회사에서 단체로 갔던 중국 여행이 중국과 조선족에 대한 저의 편견을 깨는 고마운 기회였습니다. 발리홀릭이시지만 기회가되면 중국 - 특히 항주와 소주 - 여행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