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아빠
Lv.17
2010.06.07 00:23
추천:6 댓글:12 조회:6,289
- 비운의 왕궁 "따만 우중"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봤을 땐 그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수중궁전이지만
제국주의의 침략사와 아궁산 화산폭발의 슬픈 역사가 흐르는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곳입니다. -
따만 우중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띠르따 강가에서 돌아나오며 들를 수 있는 거리인데 정작 입구까지 오는 동안 이정표는 좀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한적한 변두리라서인지, 아니면 지금은 퇴락하고 없어진 슬픈 왕조의 기억을 지우고자 함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혼자서는 쉽게 찾아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의 궁전이라는 말에 걸맞게 외부와 동서 양쪽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건물은 실제 그다지 크다거나 화려한 느낌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고즈넉한 적막감이 감도는 공원처럼 여겨졌습니다.
물론 온 나라를 호령하던 제왕의 거처가 아닌 지방의 작은 왕조이니 더욱 그렇겠지만 도도한 세월의 흐름 앞에 쇠락한
모습은 크건 작건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인간의 삶도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 호수 옆 나무그늘에 연인들이 앉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서나 아름답게 보입니다.-
- 예전에는 왕가를 상징하는 영주의 깃발이 휘날렸을텐데 지금은 일장기처럼 참 단순한 구성의 인도네시아 국기가
드높은 하늘을 배경으로 휘날리고 있습니다.
- 한 쪽에는 이렇게 여신 "사라수와티"의 동상도 서 있고...
- 그 옛날 후궁들의 거처로 향하던 넓은 대로도 보입니다. 저너머로는 축대를 새로 조성했는데 1917년과 1926년의 아궁산
화산 폭발로 인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 동쪽 회랑에서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 궁전 안 작은 중앙 홀에는 이렇게 복원 전의 오리지날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가이드 와얀은
옛날의 모습이 훨씬 아름다왔다며 화산폭발 이후 졸속으로 개축한 것을 많이 안타까워 하더군요.
- 비운의 마지막 왕과 왕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조선의 슬픈 임금 고종과 순종, 영친왕의
모습과 너무도 많이 닮아 있어서였는데 포즈조차 비슷하더군요.
- 작은 방 안에 왕실 가족들의 초상화와 사진들을 모아 놓았더군요. 이제는 왕이 아닌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사업가로
아직도 어깨에 힘깨나 주는 로얄패밀리들입니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셈이지요. -
- 제목을 "왕과 그의 여자들"로 붙여본 재미있는 사진입니다. 헌데 본부인은 누구고 후궁들은 누구일까요 ?
저는 나이 순이리라 보고 왕을 중심으로 좌측이 first, 우측으론 second, third로 짐작해보았는데 역시 어딜가든
왕은 후궁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팔자인가 봅니다. 과히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은데 ...ㅎㅎㅎ -
처음엔 띠르따 강가와 따만 우중을 보고 내처 우붓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한참을 차를 타고가서 늦은 식사를 하기엔
아들녀석의 인내력이 감당할 것 같지가 않아 우붓행은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사실 내색은 안했지만 저도 꽤나 시장기가 느껴졌거든요.
제가 계획을 변경하자, 와얀은 신속하게 오던 길을 거슬러 쨘디다사의 해안도로를 달려갑니다.
아주 드넓게 펼쳐진 것이 아닌, 숲과 숲 사이, 그리고 집들과 숲 사이로 바다가 언듯언듯 모습을 보여주는
쨘디다사에서 생각지도 않은 점심식사를 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곳에서의 식사라, 저역시 정보가 별로 없었고 이 지역을 찾은 것이 오랫만이라는 와얀 또한
주춤주춤 망설이다가 마침내 둘이서 의견일치를 본 어느 식당으로 들어섰습니다.
- 쨘디다사의 바다를 숨긴 식당 " 푸리 판단 " ... 제 판단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곳입니다. ㅎㅎㅎ
- 벽화 속의 스쿠버 다이버가 앞장서는 저 골목 안으로 접어들면 바다와 식당을 만나게 됩니다. -
- 바로 저 골목 끝이지요. 숨어있는 바다...
- 바로 쨘디다사의 바다입니다.
- 우리 가족과 와얀이 함께 앉은 바닷가 테이블입니다. 옆으로는 막바로 바다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네요.
-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배가 고프다던 녀석은 어느새 한달음에 바다로 내려갔습니다.
-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 올려다보니 어디서 많이 뵌(?) 사모님 한 분이 앉아 있군요.
여기도 안뜰 깊숙히 여러 동의 방갈로가 숨어있는 발리특유의 마당깊은 집에 속합니다.
비치 파라솔의 깊은 그늘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절경이었지만 와얀은 해마다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모래사장이
조금씩 깎여 내리고 있다고 걱정을 하더군요.
역시 어쩌다 와서 잠깐 보고가는 이와 이곳에서 내내 살아야 하는 이의 생각은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이윽고 다른 곳으로 물러나 혼자 식사를 하겠다는 와얀을 억지로 붙들어 앉힌 후 함께 한 식사는 역시 우리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었습니다.
식사 후 와얀은 빠당바이에 한 번 가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고 난 이내 그러자고 수락을 합니다.
- 마침 롬복으로 가는 페리선 한 척이 정박한 빠당바이 항은 규모는 작지만 우리네 작은 항구도시의 연안부두를
연상케 했습니다. 세관원과 군인들, 그리고 호주에서 단체로 배낭여행온 건강한 젊은이들과 배를 타기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순박한 현지인들의 왁자지껄한 소란함도 마냥 유쾌하게만 들렸으니까요.
동부 해안길의 여정을 어지간히 마치고 숙소로 향하려는데 와얀 이 친구, 넌지시 덴파사의 재래시장을 둘러보자며
그냥 들어가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라는 이유까지 댑니다. ㅎㅎㅎ
숙소인 사누르와 가깝기도 하지만 발리 최대의 재래식시장인지라 제대로 된 현지인의 삶과 각종 물산들을 구경할
수 있다며 유혹(?)하는데 안 넘어갈 재간있나요 ?
처음에는 우붓시장이나 잘해야 수가와티 시장 정도로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아니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안 따라갔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 한 곳이었지요.
사람들이 넘쳐나고, 각양각색의 물건들과 건강한 삶의 모습에 눈이 부셨던 장소...
물론 그 와중에 생각지도 않게 지인들에게 줄 질 좋은 선물들도 착한 가격으로 샀구요.(아트샵도 있더군요.)
이 곳에 올 때마다 숱하게 그들과 만나고 지나쳤지만 우리네 5일장 같은 시골장터 분위기의 생동감은
처음으로 엿보았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릅니다.
- 생선노전입니다. 두툼한 참치토막도, 굵은 갈치도 지천인데 얼음은 늘 보이질 않습니다. 저거 상하면 어쩌죠 ? -
- 이것도 이칸 바카르의 일종인가요 ?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여 물어보고 싶었는데 참았습니다. -
- 아마도 발리 최고의 여검객(?)일 것만 같은 길거리 푸줏간 아줌마가 익숙한 솜씨로 칼질과 도끼질을 번갈아하고 있습니다.
- 이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꽃시장이냐구요? 아닙니다. 규모가 제일 큰 건 맞지만 꽃시장이 아닌 쨔낭을 만들어 파는
코너입니다. 굳이 우리말로 한다면 제사용품(제수품)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역시 발리는 신들의 섬임을 입증하는 현장입니다.
-
-
오늘의 첫 후기도 정원이아빠님 이시네요....ㅋㅋ
저도 회사때문에 이만 잘렵니다...
좋은꿈 꾸세요~ -
형님도 장보러 다니시군요.
저도 체질상 장보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평소 한국에서도
마누라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포터로서가 아니라
흥정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이제 아예 제 취미생활이 되어버렸거든요.
늘 저와 거리가 먼
과분한 칭찬도 여전하신데
지금처럼보다 더
여유있고 한가롭게
사진도 찍으시고
맛난 것 드시면서
그 곳이야기 많이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
월요일 첫 출근부터
지각하시면 안되지요.
푹 주무셨기를 ... -
덕분에 좋은음악 많이 듣네요...캄사 ^^
-
평화롭고 아름다운 후기 감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7월 18일 발리로 갑니다. 가이드 와얀님의 이멜 알 수 있을까요? 한글로 멜을 보내도 되는지요? 현재 한국어 가능한 가이드 여러 분을 물망에 올리고 있는데 성수기라서 예약이 쉽지 않을 거 같네요.
미리 감사드려요~ -
와얀 스위리아의 e-메일 주소는 mybalijayu@gmail.com 이고
그 친구 현지 전화번호는 081-239-56833 입니다.
제 경우에는 8시간 기준이 아닌
1일 10시간 기준으로 40만 Rp를 줬는데
별도의 팁은 따로 주질 않고 늘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달랑 셋이라 가능했지만
식구가 많거나 동석이 불편하시면 팁으로 대체하셔도 무방할겁니다.
물론 타이트하게 10시간을 다 채운건 아니지만
다른 가이드의 경우 8시간을 넘게 되면 오버타임을
고려해야 하는 까닭에 편한 마음으로 썼습니다.
전화를 걸 경우, 한국어로 충분히 대화 가능하고
e-메일 역시 우리 말로 보내도 빠른 우리 말 답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발리 행에 작은 보탬이 되셨기를.... -
요즘 정원이아빠님의 후기때문에 발리섶에 드나드는 재미가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그동안 돌아보았던 곳을 다시금 기억에서 되살려주시고, 앞으로 또 가봐야할 곳을 이리도 친절히 알려주시니 말입니다....ㅎㅎ
동부 쪽 따만 수카사다 우중을 가신거지요? 따만아윤이 저랬던가 지금 심히 헷갈리고 있어요.
덴파사의 재래 시장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이른 아침에 가야한다던가하는 시간제약이 없는지요?
계속계속 후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
ㅋㅋㅋ
따만 우중 맞습니다.
제가 쓸 때는 몰랐는데 woodaisy님의 따만 아윤이라는 지적에
왠 따만 아윤인가 싶었거든요.(예전에 따만 아윤 후기를 써놓고도 말입니다.)
신속하게 수정완료 했습니다.
밤 늦은 시각에 쓴 글이라 헷갈렸던 모양인데
앞으로도 틀린 부분의 지적 고마운 마음으로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덴파사 재래시장은 보통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가 피크인 모양인데
저희가 간 건 오후 6시쯤 이었습니다.
그 때도 번잡하고 장은 잘 돌아가더군요.
늦은 시각이 아니라도 구경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
작년 띠르따 강가 투어할때 가려다 못가본게 두고두고 후회하게만든
따만 우중 이네요 ~~
사진만 봐도 너무 아름답지만 정원이 아버님후기를 읽어보며 생각하니
이곳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네요 ..
덴파사르 재래시장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시골 장터 같은 느낌이 팍~팍~ㅎㅎ
어릴적 엄마따라 시장 다녔던 생각도 나구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셨겠어요 ~~ -
못 가보신 건 후회의 대상이 아니라 남겨둔 대상입니다.
그래야 다시 발리를 갈 이유가 생기는 거지요.
궤변인가요 ? ㅎㅎㅎ
언제든지 살다보면
다시 가서 볼 날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리우면 만나게 되듯이 말입니다. -
짠디다사 바다가 정말 그림같네요..
정원이 아빠께서 올린 후기덕에 발리 추억이 새록새록..
그립네요...
마지막 두번째 칼질 아주머니 오늘 어찌나 쌕쒸한 옷을 입었는지~~~
사진 찍을려다 욕먹을까 참았습니다..ㅋㅋㅋ
여행 전문가, 시인, 특별한 눈을 가진 사나이...
좋은글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