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 안과 외부를 연결하는 미닫이문 통로입니다. 제 눈에는 마치 근사한 대형 설치미술품처럼 보이더군요.
저 문을 통해 제품과 원료를 실은 차량들이 드나드는데 육중한 문이 커다란 캔버스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와얀과의 사흘째 날입니다.
날마다 갈 장소의 동선을 고려하다보니 오늘은 짐바란 쪽에서의 일정이 거의 대부분이라 아침이 한결 여유있습니다.
Jenggala Keramik(ceramic) Factory에는 미리 어제 연락을 넣어 10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해 놓은 터라
식사를 마치고 어슬렁거리는데 저희 숙소에서 집이 가깝다는 와얀은 아침 댓바람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금바리님이 올린 글을 보고 이 공장도 이번 여정에 끼워넣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곳이지요.
아무래도 가족동반의 여행인지라 늘 제 욕심보다는 아들 놈의 눈높이나 마누라의 관심위주로 일정을 짤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짐짓 따라 다니는 재미는 있더군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도자기 체험은 그리 드문 게 아니지만 아직은 상설적인 운영보다 이벤트 행사에 끼워넣기식의
전시효과를 노린 것들이 대부분이라 사람만 바글대고 정작 차분히 배울 환경은 못되어 보였기에 소개글을 보는 순간
구미가 확 당겼습니다.
사누르에서 짐바란으로 가는 길은 거리도 얼마 안되지만 교통체증도 별로 없어 이내 도착했습니다.
저만치에 도저히 공장으로 여겨지지 않는 건물들이 길가 안쪽에 들어앉아 있는 게 보입니다.
- 입구 표지판이 선명합니다. 왼쪽 광고판은 이 곳 로비의 근사한 까페메뉴이고 오른쪽은 차량출입시 보안검색을
안내하는 표지인데 검색은 차를 내려서 현관 안으로 들어갈 때도 실시하더군요.
-위 까페메뉴 간판의 뒷면입니다. 도자기 체험교실을 상설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공장의 전면인데 도무지 의자의 용도는 아닐 것 같은( 통로 그늘아래 앉아있는 사람들로 봐서) 고인돌 모양의 석축도
보입니다.
-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보안요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다고 연신 안팎을 들락거렸지만 맨처음의
검색이후론 아는 체도 안하더군요.
- 참, 공장으로 들어가기 전 왼쪽 담벽으론 눈을 즐겁게 하는 저런 아담한 공간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관 안으로 들어서니 우측은 젠가라의 작품들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이고 왼쪽으로는 미술관에 온 듯한 분위기의
은은한 까페떼리아가 보입니다.(까페쪽이 체험공간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도저히 공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아니 별 너댓 개는 너끈할 정도의 호텔로비를 연상케하는 쾌적하고 화사한 분위기아래
몇몇 서양인들이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여기가 맞긴 맞아 ?"하는 표정으로 입구 데스크 직원의 안내를 받아 프로그램의 담당자에게 인도됩니다.
- 그럼, 다같이 들어가보기로 하지요.
- 이 곳이 까페떼리아인데 일행중 저처럼 체험학습을 안 하는 분이 기다리기에 딱 좋은 공간이더군요.
- 대형 작품들로 장식한 창가에 앉아 바깥의 경관을 바라볼 수도 있고
-아니면 대각선으로 보이는 군더더기 하나없이 너무도 단순하게 제작된 테이블과 염직공예품에 눈길을 주거나
- 아니면 바로 맞은 편 저 안쪽으로 들어가 가족들이 들어간 체험 공방 안을 기웃거려도 무방합니다.
- 사실 어느 좌석에 앉던, 자리마다 이렇게 손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작품들이 주욱 진열되어 있습니다.
- 체험공방으로 들어가기 전 페인팅실의 선반에 놓여진 앙증맞은 작품들입니다.
모든 게 예뻤지만 특히 가운데 줄의 12간지 머그잔은 저도 꽤나 탐이 나더군요.
물론 판매도 합니다만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서...(마누라 말로는 그래도 우리나라의 브랜드 도기보다는 싸다네요.)
한참동안 안팎을 누비며 구경을 하다가 마누라와 정원이가 들어간 공방 안으로 따라 들어가 보았습니다.
공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길게 작업대가 늘어서 있는데 교육생은 달랑 우리 가족뿐...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운좋게 황제(?)교습을 받게 된 셈입니다.
담당 여직원이 제공한 1인당 3Kg의 점토로 1시간 반 가량 만들기체험을 하는데 옆에서 많이 거들어 주는 걸로 보아
과히 손재주가 없어도 겁먹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 지도선생님의 말을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한 정원이가 한껏 욕심을 부리며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바로 코앞 창 너머로는 공장 안에서 물레를 돌리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 원래는 외부인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 창문 너머로 사진을 찍어대는 제가 딱해 보였는지 포장작업을 하던 한 분이
들어와서 찍으라며 손짓을 하더군요.
- 체험 공방 선반위로 각종 로울러들이 보입니다. 저 로울러를 밀어 점토를 빚고 무늬도 찍어내는데 마치 우리네
떡살의 갖은 문양처럼 다양한 무늬를 아로새겨 넣을 수 있습니다.
- 비닐로 두툼하게 싸여진 것들이 바로 이 체험공방을 찾은 사람들의 작품들입니다.
문제는 기간인데 완전히 굽고 마르는 데 14일이 소요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도 완성된 작품은 아직 못봤는데
일단 와얀에게 받아두도록 일렀습니다.
마누라는 농담삼아 찾으러 갈거냐고 묻는데 좀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ㅎㅎㅎ
- 이것이 1시간 반 동안 두 사람이 만든 작품들입니다. 유약을 발라 잘 구워져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젠가 세계 최고의 공장을 소개한 어느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기준으로 어떤 분야를 다루느냐에 따라 세계 최고의 의미는 그때마다 달라지겠지만 그 글에서의 기준은
첨단 설비나 규모가 아닌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장 ....
참으로 멋진 발상이 아닙니까 ?
산업화의 상징으로 한때는 굴뚝을 연상케하고 열악한 작업환경과 또 환경파괴의 주범으로도 몰리는 공장이
아름다울 수 있다니 말입니다.
오래 전의 일이라 잘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때 전문가그룹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공장은 독일의
드레스덴에 있는 폭스바겐의 럭셔리브랜드 "페이튼"의 조립공장이었습니다.
밖에서 바라다보이는 모든 면이 통유리로 되어 일명 "투명공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곳이지요.
하지만 또 한 번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공장을 선정한다면, 유명세에서는 비교조차도 안되겠지만
짐바란의 이 젠가라 펙토리도 결코 크게 뒤지지는 않으리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굳이 친환경 운운하는 수식어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온갖 형용사를 앞세우지 않아도
모나지 않고 처음부터 낯익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건물은 어디에서나 흔치않기 때문입니다.
- 여기서부터는 진짜 장인들의 작품이 진열된 전시판매실입니다.
- 여기까지 잘 찍었는데 눈을 들어 어느 방향을 바라보니 "촬영금지" 라고 써 붙여있네요. 아쉬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넣습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보여지는 것이 다는 아니고
보기 좋은 떡이 항상 먹기 좋은 떡은 아니니까요.
우리 나라 굴지의 S기업도 보여지는 면은 초일류이지만
빈번한 산재발생과 아직 변변한 노조 하나없이 수십년을 버텨왔으니까
저 역시 그런 측면을 간과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행히 젠가라의 근로자들은 임금이야
자기 나라의 동종분야 수준을 받겠지만
적지않은 시간 공장 내외부를 둘러보는 동안
그들의 표정은 다들 무척 밝아 보였습니다.
작업중 알아서 자율적으로 쉬고
오손도손 둘러앉아 간식을 먹는 광경도
보기 좋았구요.
물론 제가 본 걸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열악한 환경은 아닌 걸로 보이더군요. -
발리 유명 도자기 체험도 하시구~ 정말 항상 알찬여행 하시네요 ^^
-
공장이라기 보단 공방같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에요 ~~
외관도 이쁘고 조경도 아기자기한 곳이네요..
작업할때 정원이 표정이 제법 진지하네요 ^^
만드신 도자기 찾으러 다시 발리가셔야겠는걸요 -
그렇지 않아도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이
도자기 찾는 방법입니다.
찾으러 갈 것인가 ?
아니면 앉아서 받을 것인가 ?
솔직이 머리가 아픕니다. ㅎㅎㅎ -
빨간 도자기들 넘 이쁩니다...
색다른 추억이 생기셨겠어요...^^ -
앗 저기 꼭 가고 싶어요. 근데 혹시 일반 체험으로는 물레성형 못하나요?
(부전공이 도예랍니다^^;) -
할 수 있습니다.
체험장 한 켠에 물레도 준비되어있으니까요.
정말 정갈한게 참 예쁩니다.
아름다운 공장외관 만큼 일하는 직원들도 좋은 대접받고 건강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