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아빠
Lv.17
2010.06.09 16:15
추천:6 댓글:10 조회:6,334
어젯밤 뜻밖의 단체손님들이 발리 다이어리에 들이닥쳤습니다.
연휴를 맞아 족쟈카르타에서 현지인 가족손님들이 무려 20여명 정도 찾아온 것입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제주도로 놀러간 격이라고나 할까요?
그때문인지 어제 저녁, 그동안의 고마움과 미안함도 있고해서 넌지시 숙소 사장님께 "아레나"로의 동행을 청해봤지만
"가고싶지만 못 간다."는 대답을 들은 것 같습니다.
아침식사가 준비된 식당도 우리 가족은 늘 먹던 그대로이지만 이들이 묵는 까닭인지 한 켠에는
뷔페스타일의 현지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평소 한가롭게 돌아가던 주방도 에카와 두이뿐 아니라 다른 스텝들도 거드느라 분주하고,
어쨋거나 모처럼만에 이 작은 공간 안에 사람들의 소리가 활기를 띠는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난 손님들은 우루루 차를 타고 발리구경을 나섭니다.
다들 울루와뜨와 또 어디 어디를 간다며 들떠있는데 현지인들의 그런 모습이 새삼 신기합니다.
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이층에 장기투숙중인 금발의 네덜란드 아가씨가 생긋 눈인사를 보내며
내려와 분주히 헬멧을 쓰고 바이크를 몰고 나섭니다.(나가고 들어오는 게 꽤나 규칙적이라 여행자인지, 이 곳에
아예 일을 갖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더군요.)
별다른 계획이 없는 우리 가족도 슬슬 나설 채비를 해야겠습니다.
- 사누르 하디스가 보이는 이쯤에 이 지역에서는 가장 환율이 좋은 환전소가 K마트 안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부근에 다른 환전소도 몇 군데 있는데 유쾌하지 못했던 제 경험상 안 가는게 좋을 것 같네요.
우리 나라에서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멀리 가지않고 가까운 곳을 찾는 성격인지라 환전도 할 겸 점심도 먹을 겸
해서 사누르의 하디스 부근으로 나왔습니다.
여기도 사실 제가 올 때마다 제법 자주 지나 다녔던 곳인데 걷기보단 차를 탔던 경우가 더 많았던지라 오늘은
최대한 뚜벅이 모드로 임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바이패스와 사누르 해변 중간의 길게 이어진 안쪽도로 구간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장점들을
감추고 있는 길이기도 하지요.
우선 꾸따처럼 북적대는 인파가 없어서 여유롭습니다.
발리의 도로가 대부분 좁은 길이라 사람이 많으면 피해 가기도 해야하는데 그런 신경쓸 번잡함이 없고, 당연히 호객꾼을
마주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더군다나 길 양 옆으로는 실력있는 까페나 식당 ,마사지 샵도 다른 종류의 가게들 사이에 적지않이 자리를 잡고있으니
굳이 교통정체를 헤치며 꾸따시내로 나갈 마음이 점점 덜해 가는 것입니다.
- 먼저 하디스로 들어서서 3층 그림코너부터 훑어봅니다. 앤디워홀의 팝아트와 발리 무명화가 작품의 간극은
진정으로 얼마나 되는지 볼 때마다 궁금해집니다.
마침 지갑 안에 오래 묵혀둔 50달러짜리 지폐 2장을 바꾸려고 제일 가까운 환전소엘 들렀는데 100불짜리 1장보다
환가가 다소 약하다는 건 미리 알았지만 점포 밖 보드판에 제시된 가격이 워낙 매력적이라 성큼 들어섰습니다.
헌데 역시나 바깥에 써진 숫자와는 영 딴 판인 소리를 하더군요.
그동안 몇 번에 걸친 환전을 100불당 거의 90만에서 92만 수준으로 교환해온 터였는데 여기서는 50불 두 장은 80만으로
계산해 줄 수 밖에 없답니다. 그것도 짐짓 생색을 내는 표정으로 말이지요.
어이가 없어 그 곳을 나와 어제 갔던 K마트 구내 환전소로 찾아가니 사람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저를 기억하며
어제와 똑같이 90만 5천으로 내어 주시더군요.
하마터면 꼼짝없이 백주에 10만RP 이상을 손해볼 뻔 한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배도 슬슬 고파오고 지갑도 두둑하겠기에 밥집을 찾아 나섭니다.
눈 내리면 띌 듯이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아들 녀석이 신나게 앞장 서 달려갑니다.
- 남쪽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바투짐바가 나옵니다. 오가닉 샌드위치가 맛난 곳이지만 그냥 통과합니다.
- 약간 아래로 "마닉 오가닉"이란 예쁜 까페도 보이네요. 제게는 종업원이 무척 친절했던 걸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그러고보니 마누라가 좋아할 오가닉 풍의 까페들이 많아 안심입니다. 하지만 여기도 통과 ...
-갤러리를 함께 하면서 다양한 볼거리까지 제공하는 전통의 까페 "루뭇"도 보이네요.
- 이 곳은 바로 앞길에서 정원이와 장난을 치다가 그냥 지나쳐버린 이름모를 까페입니다. 누구 아시는 분 없나요 ?
- 아직 우리의 목적지까지는 좀 더 가야만 하는데 덥고 배고파진 아들 녀석은 저만큼 혼자 걸어 가고있습니다.
오른편으로 바로 앞 하이야트호텔이 운영하는 중식당 "텔라가나가" 가 보입니다.
- 마침내 녀석이 목적지의 간판을 발견하고 쏜살같이 뛰어가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
- 이런 이런... ㅎㅎㅎ 이탈리안 까페라서인지 온갖 종류의 아이스크림과 젤라또들이 정원이의 시선을 못박아 두었군요.
-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정면이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벽없는 기둥으로 오픈된 구조라서 그늘도 깊고 시원합니다.
- 입구에 들어서기 전 우측에는 이런 야외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네요.
- 좀처럼 앞을 보여주질 않는 마누라라 할 수 없이 등을 배경으로 저희 자리를 찍어봅니다.
- 마시모의 한쪽 벽면이 요란스럽습니다. 우리나라 분식집 중에도 종류는 다르지만 비슷한 곳이 더러 있죠 ?
- 오호 통재라 !!! 이게 왠 일입니까?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마시모의 명물, 화덕으로 구워낸 트리플 X라지
피자를 먹으러 왔는데 점심에는 화덕을 안 쓴다니 안 한다는 얘기지요. ㅠㅠㅠ
결국 졸업앨범 만큼이나 두꺼운 저 빨간 메뉴북(정말 이건 메뉴판이 아니라 책 입니다. 손닦은 수건접시 밑의 두께를
보세요.)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이탤릭체의 글자가 너무 어지러워 대충 시켰더니 처절한 실패를 맛봤습니다.
스파게티 두 종류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고르곤졸라 치즈로 범벅을 한 가운데 접시의 파스타는 정말 지금도
속이 느글느글합니다.
숙소로 돌아온 아들과 저는 이곳에서 과잉섭취된 칼로리와 모자란 운동량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아무도 없는 풀장으로
직행합니다.
헌데 몇 번이나 마주치면서도 인사할 타이밍을 놓쳐 그저 우리같은 여행객이겠지 싶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보이더군요.
왔다 갔다하는 동선을 자세히 보니 아뿔싸, 발리 다이어리 안에서도 통로가 연결된 " 대장금 "의 주인 아주머니시네요.
그동안 묵으면서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지라 그 무성한 소문을 확인하고자 냉큼 저녁식사를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건 "몇 분이시죠 ?" 라는 질문에 " 셋 " 이라고 대답했더니 "그러면 둘만 시키면 되겠네요. "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나 양이 많은가 ? .... 아직은 알 길이 없습니다.
- 발리 다이어리의 안쪽 후원에서 곧장 대장금으로 들어가는 통로입니다. 왼편으로 눈에 보이질 않는 주방이 있는데
무척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실내 모습입니다. 그때는 궁금하지 않았는데 전면의 대형브로마이드 사진이 보성의 녹차밭인가요 ? 아니면 발리의
또다른 명소인가요 ?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내어 온 삼계탕 2인분의 실체입니다. 이 사진을 보노라니 역시 풋내기 아마츄어인 제 사진빨 (?) 을 통감합니다.
허나 우리나라 음식인지라 색감으로는 손해를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진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맛은 정말
진국이었습니다. 그 증거는 잘 먹고 일어서면서 " 내일 저녁도 미리 부탁드릴께요" 였구요.
오랫만에 제대로 된 우리 음식이 들어가자 속이 편안합니다.
정멀 엎어지면 코닿는 거리가 숙소라서 느긋하게 뒷문으로 나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황급히 앞장서며
한 가지 보여줄 게 있다고 하시더군요.
의아했습니다. 뭘까 하구요.
혹시 제가 자주 발리를 찾는다는 소리를 전해듣고 단골로 삼고자 (?) 뭔가 좋은 걸 구경시켜 주겠다는걸까 하는
착각 아닌 착각도 헀으니까요. ㅎㅎㅎ
헌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분이 보여준 건 달랑 두 점의 그림이었는데 그 의미가 사뭇 남달랐습니다.
그 곳에선 흔한 "마데"라는 이름의 그 집 종업원이 그린 그림인데 미술과 관련된 정규교육을 익히지도 못했고,
일하느라 저녁시간 이후에 틈틈히 그린 열정이 갸륵해 사 주었다는 그림 두 점...
저는 지금껏 음식점 주인이 자기 집 음식 자랑이나 인테리어로 진열된 근사한 장식품을 자랑하는 건 보았어도
종업원이 그린 그림을 당당히 손님들에 내세우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마데의 그림에는 그의 감추어진 솜씨와 더불어 마음 착한 한국인 내외의 아름다운 배려도 함께 빛나고
있었습니다.
속편한 삼계탕 집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 얼핏 보니 목탄과 철필로 공을 들인 세밀화였습니다. 서빙도 잘 하던 늠름한 모습의 이 친구가 쉐프가 될런지
화가가 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껏의 노력이라면 무엇이든 본인의 소망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
틈틈이 저런 그림을 그려낸 그 직원의 노력과 열정도 놀랍지만, 그것을 인정해주시는 주인아주머니의 마음도 참 멋지십니다. 다음번 발리행에는 꼭 한번 들러 삼계탕도 맛보고, 그림구경도 해야겠어요.
-
아마도
마데의 그림을 보러 왔다면
더 좋아하실런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
11편의 후기를 읽으며 다음 발리 여행 갈 때 찜!해 둔 곳이 꽤 됩니다..
음악도 사진도 글도~~~
좋~~~~~~~습니다^^ -
주인 아주머님이 바로 대장금이시군요^^
마음 씀씀이도 좋으시니 음식맛은 안먹어봐도 알겠습니다~~
맛난 삼계탕 꼭 먹으러 갑니다~
마데의 그림도 보구요~~발리가는 이유가 한가지 더 늘었네요 ㅎㅎ -
사누르가면 들릴려고 한 식당들이 주루륵 나왔습니다!ㅋㅋㅋㅋ
미리 구경 너무 잘했습니다 ^^ -
아니....???
예전에 발리에서 오래도록 머무르지
않으셨던가요 ???
제가 간 곳들은
진작에 다 돌아보셨을텐데... -
그렇게 잔뜩 호감을 지니고 가셨다가
행여라도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제 글은 과대광고가 되고 마는데요. ㅎㅎㅎ
그냥 천천히
한가롭게 가서
드시고 보세요. -
가시면
아무도 모르게 여기다
아지트 하나 마련하세요.
솔직이
꾸따보다 훨 낫습니다. -
나도 발리 있을때 개업 하는날 먹어 보았는데....
대장금 삼계탕이 아주 죽여줘요~~~~~
닭은 영계[매일 현지인 매니저가 구입].
인삼 [우리나라 수입] 특히 사장 사모님 음식 재주가 뛰어납니다.
"마데" 그림 솜씨가 아주 멋집니다. 목각에도 재주 있습니다. 내도 마데가 만든
목각하나 있습니다.
사진 보니까 입구에 내가 개업기념으로 구입한하여 심은 나무가 보이네요
아주 잘자라고 있어 엄청 기쁨니다..
혹시 지금도 발리 있어면 대장금 사장,사모님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그리고 호탤 사장님 한태도 안부 전 해 주세용.. 지송 해유~~ -
으흐흐흐~ 알겠습니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건가 원래 그런건가
우붓이나 짠디다사가 좋더라구요 ㅋㅋ 이제 사누르도 추가될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