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후기
2011.07.17 14:26 추천:3 댓글:6 조회:3,488
balisurf.net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구나
  저 산에 들에 저절로 돋아나 한 세상을 이룬
  유월 푸른 새 잎들처럼, 싱싱한
  한 잎 한 잎의 무게로 햇살을 퉁기며
  건강한 잎맥으로 돋아나는 길이 여기 있구나
  때로는 명분뿐인 이 땅의 민주주의가,
  때로는 내 혁명의 빛바랜 꿈이,
  칠판에 이마를 기대고 흐느끼는
  무명 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긴 회한의 그림자로 누우며 흔들릴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환히 비추는 거울,
  나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가에 서서
  너희들 착한 눈망울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점마다 고운 빛깔과 향기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별, 별들
  저 신생의 별들이 살아 비출 우리나라가 보인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불러 손잡으며
  걷고 싶어라 첫 새벽 맨발로 걷고 싶어라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고
  내가 걷고 걸어 가 닿아야 할 그 나라가 있구나                             정 일근의 "바다가 보이는 교실1"


 평소엔 메모조차도 귀찮아하던 저인데, 언제인가부터 낯선 곳에 머무르게 되면 일기처럼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중한 맛이라곤 전혀 없고 그때그때의 제 느낌과 소회를 적은 허접스런 글이지만  나름 만족해 합니다.
 애시당초  이순신 장군이나 백범선생처럼 울림과 깨우침의 무게를 바란 것도 아니었고  다락방 소녀 안네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지닌 바도 아니라서 사실 다른 분이 읽는다해도 게의치 않습니다.
 제 멋에 쓰는 글인데 마음에 걸릴 것이라곤 전혀 없는 것이지요.
 다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서술이라 행여 제 글을 읽고서 불편해하거나 마뜩잖아 하는 이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욕심은 부려봅니다.
 발리라는 곳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낯선 곳이지만, 그 땅에 살고 계신 분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저보다 앞서 경험한 사실도
 있을 터라 당연히 조심성을 앞세울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결국 아무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쓴 글인지라 설혹 중간중간에 설익은 제 생각의 표현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냥
 웃으면서 편하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인 것입니다.

balisurf.net

 태풍 메아리가  찜찜한 뒷끝을 남기고 잠시 물러선 7월의 첫 월요일입니다.
 밤늦게 출발하는 비행편이라 집에서 이것저것 챙긴 것들을 마지막 점검까지 하고 나서도 촉박하지 않습니다.
 가족여행이라면 물건보단 사람을 챙기는데 더 품이 들겠지만 이번에는 짐 간수만 잘하면 되니 그다지 신경쓰일 일도
 없을 것 같네요.
 인천공항은 아직 휴가시즌에 들어서지 않은 덕에 어느 항공사나 발권 창구들이 한산해 보이는데 유독 에어 아시아의 
 카운터만 길게 늘어선 줄이 보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세부항공처럼 일간지 광고를 자주 낸 덕분일까요 ?
 하지만 그 줄에 서보면 우리나라 여행자보단 말레이시아 사람이거나 다른 동남아인들이 훨씬 더 많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저가항공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모든 예약절차를 온 라인으로 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은 제아무리 광고를 내어도
 역시 쉽게 불식될 문제는 아닐 듯 합니다.
 연착이나 결항률은 가루다항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고 환승대기도 무척 짧은 편인데 취소나 스케쥴 변경이 거의 
 어렵다는 것도 주저하는 큰 이유가 될테구요.
 하지만 그래도 잦은 프로모션을 통한 착한 가격이나 쿠알라를 경유하는 엄청나게 다양한 노선들은 저처럼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에겐 여전히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의 이 부부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런지요 ?
 지난 4월 영국의 데일리 미러지에 어느 독자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몰카 사진 한 장이 실렸습니다.
 사진의 공간적 배경은 런던에서도 한참 떨어진 변두리, 스탠스포드라는 곳의 공항인데 더 좁혀 설명하면 저가항공
 라이언 에어의(에어 아시아보다 더 허접한 저가항공의 대명사이지요.) 대합실입니다.
 큼지막한 가방 보따리를 옆에 두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40대 부부... 
 바로 영국의 수상인 데이비드 카메론과  귀족가문 출신의 부인 사만다입니다.
 총리실에서는 일정 내내 언론에 알리지 않았으니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쇼는 아니었던 게지요.  
 행선지는 스페인의 대중적 휴양지인 안달루시아였는데 이들의 2박3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린고비의 여정이었나봅니다.
 귀국편도 저가항공 이지젯을 이용했는데 둘 다 이코노미석이었고 묵었던 숙소도 1박에 120유로짜리 3성급 호텔에 불과
 했으니까요.
 부인의 생일기념으로 총리취임후 처음 떠난 해외휴가...
 굳이 그의 지위와 재산을 보태어 말하지 않아도 이정도면 그의 인격과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저가 항공을 두둔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적은 수이긴 하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헌데 비행기에 타고보니 한 가지 잘못 안 사실이 있었습니다.
 막연히 가장 많은 탑승객은 말레이시아인들 일거란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그건 쿠알라룸푸르에 내려 발리로 올 때도 마찬가지였고 여행기간 내내 발리를 돌아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늘어난 그들...
 인해전술처럼 세계로 향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바로 그들이었으니까요.
 LCCT에서는 한 자녀 갖기운동으로 인해 소황제라 불리운다는 어린 아이들이 수학여행 길에 나선 모습까지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른들도 예전의 촌스럽던 차림 대신 명품으로 무장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입을 열면 호떡집에 불난 본연의 말투와 분위기는 아직도 여전하지만 말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중.일 세 나라가 모두 비슷한 모양새를 지녔으니(특히 다른 외국인들이 볼 때는 더더욱) 앞으로는 공항에서 조용히,
 그리고 점잖게 기다려야 되겠다고 말입니다.
 자칫 시끄러운 중국인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환전코너 옆으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튠호텔의 쇼룸을 설치해 놓았더군요.
 딱 저 사이즈입니다. 좀 비좁아 보이긴해도 있을 건 다 있는 구조인데 잠시 쉬었다 가기엔 안성맞춤인 셈이지요.
 역시 에어 아시아의 계열사라서인지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 설치해 광고효과가 제법입니다.


- 저리로 나와서 조금만 걸어 내려온 뒤


- 이리로 들어가 탑승수속을 밟으면 됩니다.

 쿠알라룸푸르 LCCT는 언제나 분주하기 짝이 없습니다.
 새벽부터 거의 하루종일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이는 모습입니다.
 비행기가 연달아 도착하는 시간이면 공항 안 도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입국수속은 동선이며 깔끔한 일처리 속도가 동남아에선 보기 드물 정도로 빠른 편입니다.(물론 KLIA보단 못하지만)
 수속을 마치고 수화물을 찾는 곳으로 막바로 내려오면 으레 제 짐이 보이니까요.
 짐을 찾고나자 그제서야 밤늦은 비행으로 인한  공복의 허기를 느낍니다.
 집을 떠날 때 집사람이 싸준 매실김밥이 한 줄 남았는데 지니고 들어갈 마땅한 곳이 안 보이네요.
 결국 사람도 별로 없고 지난 번에 이용해서 만만하게 여겨지는 벨기에 커피점인 "쵸콜릿"을 다시 찾았습니다.




- 사진 상으로는 꽤 근사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게다가 바로 출국장 코 앞이라는 장점이 더욱....

 처음엔 커피만 시켜놓고 은박지에 싼 김밥을 꺼내어 먹으려고 했는데 입구에 세워놓은 아침스페샬 간판을 보고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보단 비싸지만 텍스포함 15링깃이 안 되는 저렴한 아침식사를(AM 11시까지만) 새로 내어 놓았나봅니다.
 고소한 바게뜨와 오믈렛에 콩스튜까지 갖추었으니 김밥과 커피를 더하면 푸짐한 셈이지요.


- 진한 커피와 곁들이는 매실김밥의 궁합은 환상적이었지만 사진에 담기엔 은박지 포장이 언벨런스라 빼버렸습니다.

 하지만 설사 다른 무엇이라한들 주린 배에 맛이 없었겠습니까 ?
 여섯 시간 정도의 비행과 아직도 남은 세 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다시 세 시간의 비행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마음 속으로는 늘 이웃 동네같던 발리지만 멀기는 꽤 먼 모양입니다.
 이제 겨우 반 온 셈이니까요.
  • 꼬망 2011.07.17 20:25 추천
    에어아시아.. 저는 한국까지 열리기전에 옜날에 발리에서 비자연장용으로 타본적이 있는데요.. 버스처럼 시트넘버가 없어서 아무데나 앉는거랑.. 쿠알라룸푸 공항에서 비행기까지 걸어가는것 빼고는 그럭저럭 탈만 하던데요.
    아니 탈만한 정도가 아니라 가격대비 만족도로 따지면 정말 좋던데요.

    표 구하기 힘들던데 정원이아빠님 우째 구하셨습니까 ^^; 부럽습니다.
  • 정원이아빠 2011.07.17 20:58 추천
    인천~쿠알라 노선은 가루다 보다 기종이 훨씬 좋아요.
    작년 오픈 이후로는 항공사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프로모션 중이구요.
    하지만 서비스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itsbrave 2011.07.24 20:22 추천
    A330기종이죠. 대한항공도 가지고 있는 기종입니다. LCCT 다시 보니 새록새록합니다. 대륙의 여행자들 무섭지요. 중국과 인도 앞으로 어찌 될까요...ㅎㅎㅎ
  • khj0722 2011.08.01 16:24 추천
    지난 여행때 처음 에어아시아 타봤는데 프로모션 요금을 잘 활용하면
    여행비를 많이 절약할수 있겠더군요.
  • heo574 2011.08.15 21:07 추천
    정원이 아빠 글은 꼭 읽게 되네요~
    도둑처럼 읽기만했는데 은근 중독이 되네요~
    좋은 여행 이야기보따리 많이 많이 풀어주심 낼름 낼름 받아 읽겠습니다
    어느새 팬이 되었네요 ^^
  • zeepmam 2011.08.24 00:10 추천
    호떡집에 불난 본연의 말투 ... 에 빵 !!!! 터져버렸어요 ~~
    정원이 아버님 후기 한번에 읽으려구 기다렸답니다 ㅎㅎ
    한편씩 올리실때 마다 어찌나 감질나던지 ~~
    이번엔 쉬지 않고 정독해 주리라 다짐하며 기다렸더니 보람이 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