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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11.07.24 13:37 추천:3 댓글:3 조회:4,072
balisurf.net


  너희들은 알겠니
  남녁 끝 진해에서
  부산 포항 강릉 주문진 속초 화진포 지나
  강원도 고성군 수복지역 이곳까지
  전세내어 달려온 신형 관광버스로도
  장전 통천 원산 흥남 성진 청진
  이제 더 갈 수 없는
  하늘과 땅과 바다가 있음을
  너희들은 알겠니
  민통선 북방마을 지나
  마달리 고개를 오르며
  이제 저곳이 이 나라의 끝이다
  가고 싶어도 더이상 갈 수가 없구나
  이곳은 이름하여 통일 전망대
  보아라 남쪽 아이들아
  저기 육안으로도 환히 보이는
  저 산이 금강이란다
  저 금강 너머 서해바다 끝은 사리원 남포
  우리는 같은 위도 위에 서 있지만
  더이상 갈 수가 없단다
  만날 수도 없단다
  통일 전망대에 올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힘차게 부르는
  남쪽 우리 반 내 아이들아
  통일은 전망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라
  저 산 너머에도 하늘과 땅과 바다가 있단다
  마을과 사람과 길이 있단다
  오늘은 다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 있음을 알아라
  그 길의 아픔을 알아라
  내일은 너희들이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알아라                                  정 일근의 " 바다가 보이는 교실8 "

  
  중년을 향해 달음박질 하는 7080 세대가 아니더라도, 나름 경쾌한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village peple" 이라는
  흘러간 이름 또한 낯설지가 않을 겁니다.
  YMCA, Macho man, In the navy... 따라부르진 못해도 후렴구 정도는 익숙하게 흥얼거릴 수 있는 곡들이 제법 많은,
  그래서 우리에겐 아주 친숙했던 그룹이었지요.
  하지만 그들의 노래 멜로디 속에 약자를 대변하고 사회를 향해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슬픈 화두가 들어있음을
  아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강렬한 무대의상을 하고 나와 근로자와 군인,게이와 인디언을 옹호하고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에 실린 가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익적인 메시지와 현실에 대한 풍자적인 비틀기를 군데군데 담고 있으니까요.
  이 친구들의 노래 중에 "Go West"라는 곡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Pet Shop Boys라는 영국그룹이 리바이벌한 노래로 더 알려져 있는데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들의 응원가로도
  널리 쓰였으니 제목을 모르는 분도 들으면 단박에 알아차릴 겁니다.
  도입부를 바다의 철썩이는 파도음으로 시작하니 마치 자메이카풍의 경쾌한 레게음악처럼도 들리는 곡입니다.
  하지만 익숙한 레게음의 반복처럼 들리는 이 곡의 음원은 놀랍게도 구 소련의 국가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에는 공산권이 몰락할 무렵 새로운 기회의 땅인 서방 자유진영을 향해 떠나라는 정치적인 함축과 더불어
  말그대로 광활한 서부의 대지로 떠나라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오늘 서쪽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제게는 당연히 후자의 의미가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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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에 올 때마다, 그리고 그 횟수가 점차 늘어날 때마다 같은 크기로 늘어난 궁금증이 있었더랬습니다.
  그것은 바로 움직이는 동선의 편중과 도대체 서쪽엔 무엇이 있을까 ? 하는 의문이었지요.
  지도를 들여다봐도 알 수 있지만 발리여행은 남쪽 지역에 도착해서 우붓과 그 너머 북쪽 몇 곳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관광이 남쪽과 동쪽으로만 치우쳐 있음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휑하니 비어있는 지도의 서쪽은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출입제한구역처럼 인식되었습니다.
  뭐, 누군가가 못가게 한다거나 길이 없는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딱히 볼거리가 없고 묵을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었고, 발리서프에서조차 서쪽 지역에 대한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해서 지난번 와얀이 들렀을 때 미리 말을 해두었지요.  이번엔 서쪽으로 가고싶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장기투숙 손님도 따라가 보고싶다길래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비록 볼거리가 없다하더라도 말벗이 둘이나 있으니 심심치는 않겠지요.



  사실 와얀은 제 요청에 약간 난감해하는 기색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가자고 하는 곳들이 대부분 다른 여행객들은 좀처럼 가지 않는 곳이라  성가시거나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은  아닙니다.
  제 취향을 잘 아는 친구인지라  꼭 가봐야 할 곳은 멀어도 먼저 앞장서고, 오히려 와얀 말마따나 평소엔 가는 곳만 가다가 
  제가 와야 녀석도 오랫만에 새로운 곳엘 가본다고 털어놓을 정도니까요.
  하긴 그 친구들한테는 맨날 가는 울르와뜨나 몽키 포레스트인데 무슨 재미와 긴장이 있겠습니까 ?
  단지 제가 잡은 코스가 하도 오랫만이라 가는 길이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군요.
  예전에도 아궁산 근처를 함께 가다가  몇 년만에 온다면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해서 네가 편한대로 가자고 해봤지만 와얀의 고집도 여전합니다. 
  그냥 제가 잡은 여정대로 가겠다니까요.(사누르 - 와카강가 - 따바난 - 뻬쿠따딴 - 머데위 비치 - 푸라 람붓사원)
  그런 까닭에 이번에도 길을 헤매다 처음 도착한 곳이 따나롯 사원의 위쪽인 짱구비치의 " 와카강가" 였습니다.







  작은 마을 안으로 난 좁은 길들을 따라서 묻고 물어 한참을 들어왔습니다.
  외진 어촌 마을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바다와 함께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의 자연친화적인 
  지붕들이 말없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와카 크루즈를 운영하는 와카사의 여러 리조트중 가장 이채로운 와카 강가가 자리잡은 곳이지요.
  워낙 교통편도 좋지 않고 인근엔 이용할 다른 무엇이라곤 아무 것도 없어 그야말로 들어앉아 있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만 적합한 곳입니다.
  하지만 그 머무름은 비움과 채움이 넉넉하게 교차할 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는 바다, 옆과 뒤로는 논 이외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느린 섬 발리에서도 이 곳은 더욱 느리게 시간과 뒹굴 수 있는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 야트막한 언덕위로는 저런 독채빌라가 10여채 정도 보입니다.


- 어느 곳에 묵어도 바다와 논 조망이 가능한데 간격 또한 넓직하여 프라이버시의 차단도 확실해 보이겠더군요.










  와카강가를 뒤로 하고 본격적인 서쪽 길로의 북상을 계속합니다.
  서쪽의 끝이 쟈바섬과 연결되는 길리마눅이라는 항구라서인지 길은 오히려 동쪽보다 훨씬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섬과 섬을 연결해서 물류를 운송하는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간선도로는 기대이상입니다.
  동쪽이 관광을 위한 도로망이라면 서쪽은 물류에 이용되는 일종의 산업도로인 셈이지요.
  와얀 말로는 때론 차들이 많이 밀리기도 한다는데 날을 잘 잡았는지 오늘따라 무척 한산하다네요. 
  그래서인지 트럭이며 유조차가 많이 보이는 가운데 어디선가 교통경찰의 만만한 일제단속이 시작되었습니다.
  한무리의 경찰관들이 지나는 모든 오토바이들을 불러 세워 트집거리를 잡는데 내리막 커브인 그 길을 올라보니 반대
  차선 길가엔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시동을 끈 채 단속이 끝나기만을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네요.
  그러는 사이 와얀은 자신의 고향인 따바난에 들어서서인지 이것저것 설명까지 해가며 여유있게 차를 몰고 있습니다. 




- 따바난의 계단식 논들도 탐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멀리 바다가 내다보이는 와얀의 고향마을 논입니다. 온갖 나무와
  꽃과 풀들에 관한 녀석의 해박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 동네 앞에 자리잡은 이 건물이 궁금해 물으니 은행을 대신해 마을마다 있는 신용협동조합이랍니다.

  좀더 가니 뻬쿠따딴의 바다가 나옵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바다는 모두 인도양인 셈인데 바닷물이 빠져나간 썰물시기라 만조때만큼은 볼거리가 없습니다.
  바다로 내려가보니 백사장이 아닌 자갈밭만 보이는데 와얀이 한 마디 거드네요.
 "여기도 그렇고 램봉안 섬도 마찬가지지만 점점 모래사장이 줄어들고 있어요.
  예전에는 길었던 백사장이 파도에 깎여나가 아예 없어진 데도 한 두 곳이 아닙니다."
  문득, 언젠가는 이 섬의 많은 아름다운 모습들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연히 늘 함께 존재하는 자연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발리에서 만나는 거친 바닷가는 낯설기 짝이 없습니다.
  마치 우리 나라 서해안의 채석강처럼 파도와 바람에 깎여서 모가 나거나 닳은 돌무더기만 지천입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대신 낚시는 잘 되는 편이라 줄낚시보단 아예 통발을 드리워놓고 다음 날 가보면 한가득이란 
  귀가 솔깃한 말도 전해들었습니다.
  서핑하기에 더없이 좋은 포인트도 여러 곳이 되구요.
  하지만 이쪽 지역이 우리에게 알려진 관광지가 아닌 탓에 그 모든 건 대개 호주인들이 누린다고도 하네요.
  더 올라가 도착한 머데위 비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치 앞의 하나뿐인 식당에 삼삼오오 앉아 서핑을 위한 물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영낙없는 호주사람들이었습니다.
  잔뜩 찌푸렸다가 조금씩 걷히는 하늘을 배경으로 현지 아주머니들 몇이 바위 틈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이제 뿌라 람붓 사원 한 곳만 남았습니다.
  처음엔 느가라까지 가볼 욕심도 부렸지만 지금까지도 적지않은 거리와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사원구경만 마치고
  돌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매번 부려먹는 와얀에게도 너무 미안해서 ...)
  뿌라 람붓을 빼놓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바다에 면한 사원은 울르와뜨와는 또다른 분위기인데 일단은 바다도 바다지만 길게 이어진 해안선에 눈이 절로
  시원해집니다.
  아무도 없는 그 바닷가에는 오토바이 한 대만이 긴 궤적을 남기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원숭이가 위협하고 땡볕을 한참 걸어야하는 울르와뜨와는 달리 한적한 뿌라 람붓은 바다와 합수하는 개울을 보며
  고색창연한 계단을 올라가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해풍이 밀려옵니다.
  때마침 사원 증축공사를 하는 곳도 있어 거기도 들여다 보았습니다.
  저야 문외한이지만 동행인 장기체류 손님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라 아무래도 눈길이 끌린 모양입니다.
  와얀을 통역삼아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동안 저는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땀을 식힙니다.
  헌데 옆으로 다가온 사원의 관리인이 넌지시 알려주네요.  여태껏 한국 손님을 맞이하긴 처음이라고 ...
  저도 한 마디 했습니다.  " 앞으로는 많이들 찾아올 겁니다. " 라구요.










- 바다와 평행으로 달리는 모터 바이크의 정체는 ...


- 뜻밖에도 화사한 미소의 발리니스 아가씨들입니다.




- 사원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다 뒤편 바다를 바라보면




- 강에서 흘러온 지천이 바다와 만나는 장관도 만나게 됩니다.


- 사원입구에서 나누어 받은 사롱을 두르고 안으로 들어서려다가 와얀이 제 동행에게 발리어로 쓰인 사원의 이름과 
 라틴어만큼 어려운 발리어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이번 발리여행에서 식사는 늘 뒷전이기가 일쑤입니다.
  구경을 하거나 걷다보면 밥때를 훌쩍 넘겨버려 오늘은 제 때에 찾아 먹으려 했지만 이번에도 공염불이 되어버렸습니다.
  더군다나 인근엔 갈만한 식당이 없는지 "아무데서나 먹고 가자."는 제 말에도 와얀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온 길을 한참 되돌아나와 거의 따바난에 이르러서야 녀석은 차를 세웁니다.
 "가제보" 라는 이름의 한가로운 식당입니다. 저는 와얀을 보고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너 여길 데려 오려고 그냥 계속 온 거지 ? "  녀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갑니다.
  제 취향에 걸맞을만한 곳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온 와얀의 선택은 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길가에 자리잡은 식당은 마치 우리나라 국도변의 휴게소처럼 제법 넓은 마당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눈밝은 와얀이 이곳으로 우리를 데려온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넓은 테라스 좌석 바로 앞으로 햇살좋은 바다가 손에 잡힐 듯 한데 좌측 언덕 아래로는
  소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우측은 바다로 내려가는 예쁜 길을 숨긴 방갈로입니다.
  가히 풍광만으로도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곳이지요.
  깡꿍과 함께 시킨 단촐한 식사도 시골식당치곤 깔끔하고 맛갈집니다.
  바닷바람이 연신 코 앞에서 살랑거리는 늦은 점심이지만 근사한 만찬보다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본 하루만의 여정이지만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발리의 서쪽이 볼 것 없는 황량한 대지와 빈 바다가 아닌 아직 발길 닫지 않은 곳이 천지인 여유의 공간임을 확인한
  것도 흡족했구요.
  어중간한 오전이 아닌 출발만 서둘렀다면 좀더 돌아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여전히 와얀에게는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함이 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곧장 온 게 아니라 스미냑에 들러 다음번 가족을 데리고 올 때 묵을만한 숙소 한 곳까지 들렀으니까요.
  그곳 역시 좋은 숙소라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발리의 여유와 넉넉함, 그리고 새로움은 늘상 확장을 거듭합니다.
  
  • marlboro 2011.07.30 19:35 추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근데 스미냑에 가족들이랑 가실 괜찮은곳 어딘지
    궁금 합니다. 다음편에도 안나와서요... 가족여행에 참고 하게
    정보부탁드립니다
  • 정원이아빠 2011.07.30 21:00 추천
    사실 이 날 스미냑의 발리 온엘 들렀습니다.
    아주 좋은 숙소더군요.
    주인장 내외도 한국분들이고...

    헌데 이 곳 후기는 워낙 많이 나온데다
    제가 쓸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일부러 생략했습니다.

    다음번에 제가 가족을 데리고 온다면
    아마도 그리로 갈 것 같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드는 곳이었습니다.

    한 번 알아보시고 결정하세요.
  • sinbi69 2011.08.16 17:29 추천

    "비밀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