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여행을 와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울루와뚜 사원이 아닐까 싶다. 탁 트인 바닷가 절벽에서 인도양의 바다를 볼 수 있고, 사원도 볼 수 있으며, 사원에서 살고 있는 야생 원숭이까지 덤으로 볼 수 있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인듯 하다. 두번째 발리여행이라면 굳이 한번 왔던 이곳을 다시 찾을 일이 없겠지만 처음 방문한 입장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건너 뛸수는 없는 법이다. 날씨는 더웠지만 원숭이 때문에 선그라스나 모자를 쓸 수도 없는 울루와뚜 사원 방문을 시작한다.
울루와뚜 절벽 사원은 입장하기 전 입구에서 복장 점검을 한번 받는다. 사원에 들어갈려면 반드시 싸롱이라는 큰 천으로 된 것을 허리에 둘러 다리가 노출되는 것을 감추어야 하고 싸롱위로 허리띠용으로 슬렌당(Selendang)이란 것을 매어야 한다. 사원입구에서 무료로 빌려주는데 나와 집사람 모두 반바지를 입었지만 무릎이 나오지 않아서인지 허리에 두르는 띠(슬렌당)만 건내준다. 나는 노란색 띠, 집사람은 하늘색 띠를 받았다.
울루와뚜 사원(Pura Uluwatu). 11세기에 세워졌다고 하는 이 사원은 70m나(어떤 책에서는 100m) 되는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바다의 여신을 모시기 위해 고승 우푸쿠투란이 건립했다고 전해지는데, 원숭이 사원이라고 불릴 만큼 원숭이가 많다. 입구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쪽 입구에서 100여m를 걸어가니 바로 바닷가 절벽에 도착한다. 굉장히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사원은 산 위쪽에 위치해 있고,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사원의 반대쪽편으로 이동해 본다.
날씨는 엄청나게 덥고 햇살은 강하게 내려 쬐이는데 절벽을 따라서 계속 이동해도 원숭이가 보이질 않아 모자를 꺼내서 썼다. 원숭이가 보이면 그때 모자를 벗어서 들고 다닐 생각이었다. 사진 뒷쪽 언덕위에 보이는 곳이 울루와뚜 사원이 있는 곳이다. 사원 반대쪽으로 한참을 내려가 보았지만 절벽을 제외하곤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다시 방향을 바꾸어 사원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중간에 정자가 세워져 있고, 그늘이 있어 잠시 쉬고... 관광객이 많이 들어왔지만 이쪽으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날씨가 더우니 모두 사원만 보고 갈 생각인가 보다.
뒤로 보이는 절벽에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고 하는데 영화는 봤지만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을 뿐, 이곳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친구이름이 '드가' 였던 것으로 기억되고... 영화의 촬영지가 될만큼 발리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장소였던 것 같다. 멀리 하늘과 맞다은 인도양의 풍경도 괜찮았고, 절벽의 풍광도 볼만했다.
언덕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을 가면 더더 멋진 바다 풍경을 볼 수 있고, 절벽 윗쪽으로 올라오니 울루와뚜 사원이 있었다. 이 사원은 힌두교 신도만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은 기도나 공양시간이 아닌지 철문이 굳게 닫힌채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어짜피 발리에 있는 사원들이 모두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을 터인지라 내부가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한국에서 신혼여행을 온 부부를 만났는데 너무 밝고 좋아 보였다. 사진을 부탁하니 몇 컷 찍어 주었는데 구도도 마음에 들고... 나도 찍어 주겠다고 하니 함께 온 가이드가 있어서 괜찮다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길 기원해 주었다.
드디어 울루와뚜 사원의 악동, 원숭이를 만났다. 곳곳에서 이 녀석들이 관광객들의 선글라스나 모자등 소지품들을 마구 채가고 음식을 주면 돌려주기도 한다는데 사원에서 내려 오는 길에 한 여행객의 선그라스를 빼앗아간 녀석을 만났다. 생긴 모습을 봐도 고약하게 생겼는데 돌려 달라고 해도 쳐다보지도 않더니 선그라스 다리를 물고 띁어 한쪽을 부서뜨리고 말았다. 선그라스를 빼앗긴 외국인은 난감해하고, 먹을 것을 줘도 먹을 것만 먹고 결국 돌려 받지를 못했다. 나한테 그랬다면 한방 쥐어 박아주었을텐데...
사원을 내려와 입장했던 곳과는 다른 쪽 오르막 끝까지 가 보았다. 사원 아랫쪽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와는 달리 이쪽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길은 중간중간 숲속으로 이어져 있어 더위를 피할 수 있어 좋았다. 여행을 왔으면 대충 살펴보고 사진 한장 찍고 그냥 돌아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나와 같이 여행을 다니면 일단을 많이 걸어야 한다. 대신 다른 사람들보다 볼거리는 많이 보고 올 수 있다. 반대편에도 멋진 절벽과 바다가 이어져 있었고, 길이 더 이상 없어 절벽 끝부분에서 사진을 한장 찍고 돌아왔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이곳에서 전통공연이 열린다고 하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 이곳에서 공연까지 보고 올 처지가 되질 않았다. 날씨도 덥고, 얼른 시원한 곳에 이동해서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셔야겠다는 생각만이... 이번 발리 여행을 와서는 전통공연을 한번도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다음에 발리 여행을 오게 되면 그 때는 전통공연을 꼭 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공연장은 허름해 보이지만 공연을 알차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공연장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겼다.
따로 사원의 지형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냥 걷다보니 우리가 입장했던 곳과 다른 입구를 통해서 사원을 나오게 되었다. 울루와투 사원의 양 쪽 입구간의 거리는 150여m 정도 떨어져 있었다. 다시 들어가서 들어 왔던 곳으로 돌아 나오기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쉽지만 사원 관람을 끝냈다.
사원 안에서 보았던 원숭이보다 사원 입구 주차장에서 더 많은 원숭이를 보았다. 관광객이 준 과일을 먹는 원숭이도 있었지만, 먹을 것이 부족한지 전혀 먹을만한 것이라고 보여지지 않는 음식을 먹는 원숭이도 있었다. 아마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자연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엄격한 자연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듯했다. 나름대로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관광객의 물품을 탈취해가는 이들의 행동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였다.
울루와뚜 사원을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린 양양비치. 몇년전만 해도 발리을 여행오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였다는데 요즘에는 잘 가는 않는다고 한다. 해변 언덕위에 위치한 빌라의 전망이 좋아 보이는데 너무 외진데 있어 저녁에 한번 들어오면 아침까지는 이동이 힘들어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내 스타일은 아닌 셈이다. 울루와뚜 사원에서 약 10분 정도 거리인지라 거의 그곳과는 절벽이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절벽 아래에는 모래 해변이 있고, 절벽과 해변 사이에 소를 방목해서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양양비치가 훨씬 더 아름답고 멋있고 훌륭한테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표현되지 않는다.
조용하던 이곳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려 들면서 분위가 순간에 장터로 바뀌어 버렸다. 원래 시끄럽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시끄럽고, 무례했다. 중국 관광객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온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까지 중국 관광객 수준이 한참 떨어져 있으며, 좀 더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겼다. 아마 우리 나라 사람들도 해외 여행 초창기에는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생각된다. 양양비치에 머문 시간은 짧았고, 중국 여행객때문에 불편한 감정은 있었지만 풍광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다.
(8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