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식물원에서 나와 브라딴 호수의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Pura Ulundanu Beratan)으로 향한다. 중간에 짠디꾸닝 재래시장을 지나쳤는데 오늘밤 비행기로 돌아가는 일정만 아니였다면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이 재래시장은 고산지대에 있어 우리나라의 대관령처럼 고랭지 작물을 재배해서 판매하고 과일의 종류도 많다고 들었지만 한번 방문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기에 지나쳤다.
울룬다누 부라딴사원은 브두굴지역의 짠디꾸닝 공원 내 호숫가에 위치한 사원으로 1633년에 건립되었다. 호수의 신인 데위 다누를 모시는 11층과 3층의 탑은 호수안에 세워져 있어서 한층 아름답다고 한다. 힌두교사원인데도 불교의 영향을 받아 경내에 불탑과 불상도 찾아볼 수 있다. 부라딴 호수는 짜뚜르(Catur)산에 있는 칼델라 호수로 주변에 공원도 있고 볼거리가 많아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찾는 곳이 부라딴 호수와 울룬다누 부라딴사원이다. 발리식물원의 해발 고도가 평균 1,300m 정도 되니까 이 호수는 1,200m는 될 것이다. 사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호수 위로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호수 건너편의 산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사원에 도착했을 때 막 종교의식이 끝났는지 많은 현지인들이 하얀색 복장을 갖춰 입고서 사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힌두교의 종교의식을 구경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맘이다. 행사에 사용했던 음식과 각종 도구를 가지고 나오고 있는데 남자가 머리에 음식을 이고 나오고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발리에 와서 힌두 사원은 많이 둘러 보았지만 정작 종교의식을 진행하는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짜뚜르(Catur)산을 올라 올때부터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했었는데 사원 입구에서 이 사진을 찍고 나서부터 소나기 같은 비가 엄청 내렸다. 사원관람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비를 만났더라면 최고로 좋았겠지만 그래도 사원에 들어와서 비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원에 오기 전에 들렀던 발리 식물원에서 비를 만났더라면 그 넓은 곳을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한채 비를 흠뻑 맞았을텐데... 사원 처마 아래서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는데 쉽게 그치지 않고 줄기차게 내린다. 이 지역에는 우기와 건기에 상관없이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한다.
브라딴 사원에도 관광객이 굉장히 많이 찾아오는 곳인데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들어오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뚝 끊겼다. 장대비가 워낙 많이 내리니 잠시 비를 피하고 있는 모양이다. 커다란 우산을 가진 몇 몇 사람만이 입장하고 있었다. 종교의식을 행사를 마치고 나간 일부 현지인을 제외하고 많은 현지인들이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사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관광객들과 함께 정자 같은 곳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했던 전통악기를 가지고 정자에서 연습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 덕분에 사원구경은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아주 좁은 공간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도 나누고, 그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비가 쉽게 멎을 것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오후의 일정도 남아 있고, 점심때가 지났음에도 식사를 하지 못해 슬슬 배도 고파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다. 다행이 큰 우산은 아니지만 양산겸용으로 사용할 요량으로 작은 우산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둘이서 작은 우산 하나를 들고 가까운 사원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비가 조금씩 약해지는듯 했으나 완전히 멎지는 않아 한쪽 어깨는 젖어버렸다. 옷이야 조금 젖어도 괜찮지만 카메라가 젖지 않게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울룬다누 브라딴사원의 모든 사원 건물이 호수 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잘 다듬어진 정원들과 본당 건물은 다른 사원들과 같으며, 다만 호수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11층과 3층으로 되어있는 두개의 탑이 호수안에 세워져 있다. 덕분에 발리의 다른 사진 촬영지와 함께 꽤나 인기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세워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화폐인 5000루피아 지폐 뒷면에 이 탑의 모습이 나와 있다.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지니 관람객들이 다시 들어 오기 시작한다. 우산을 들고 들어 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봐서 매표소나 차에서 우산을 챙겨서 들어오는 듯하다. 비가 자주 내려서인지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 주위에 있는 나무들은 한결같이 크고,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있다. 사원에서 비만 만나지 않았다면 사원주변을 돌아 다니면서 공원과 사원, 그리고 숲과 나무를 찬찬히 살펴 보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야말로 물위에 만들어 놓은 탑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은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비를 맞더라도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의 상징과도 같은 호수 안에 세워진 11층과 3층의 탑을 배경으로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아서 탑을 배경을 사진을 찍었다. 비는 멎지 않고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은 많아서 탑을 배경으로 한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비가 조금 멎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처마에서 몰려 나왔기 때문이다. 낮은 구름이 깔려 있으면서 비가 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아닌가 싶다.
사원 하나를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시간이 지났지만 실제로 본 것은 거의 없다. 공원과 연결되어진 샛길도 보았지만 빗줄기가 거세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해서 비에 흠뻑 젖어 돌아다닐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여행하면서 비가 내리면 선택의 폭이 많이 줄어든다. 아예 비를 맞아버려서 비맞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을 포기해버리면 나름대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데 오늘밤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런 모험을 감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겨우 사원입구에서 사원 몇 곳을 둘러보고 물위에 떠 있는 탑을 배경으로 사진 몇장 찍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시 사원 입구로 나와 차를 기다리면서 현지인 아주머니와 함께... 바구니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손으로는 아이를 앉고 또 한손으로 바구니를 이고 있는 모습이 아주 옛날 우리나라 시골 장터에서 보았던 모습이다.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비 때문에 아주 일부부만 둘러 보았지만 어짜피 앞으로 발리에 자주 오겠다고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이번 한번에 다 보지 않아도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아와 자세히 살펴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울룬다누 부라딴사원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식당에서 때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부라딴 호수 사진을 한장 찍어 보았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구름이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앞쪽에 있는 선착장에 나가 보았다. 이제 비는 그치고 구름은 많이 걷혀 호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 뒷쪽으로 조금 전에 갔다 왔던 울룬다누 부라딴사원이 보인다. 브라딴 호수는 짜뚜르(Catur)산의 화산폭팔로 이루어진 칼데라 호수인데 이 호수에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어 놓고 배를 빌려 호수를 한바퀴 돌아볼 수도 있고, 낚시와 제트스키도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을 때에는 이곳에서 배를 빌려서 타는 사람들도 있는 듯 선착장이 크게 만드어져 있었고 배도 많이 정박되어 있었다.
브두굴에서 따나롯 사원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지나게 되는 빠중(Pacung). 고원지대에서 평지로 내려 오는 도중에 있다. 부두굴에서는 비가 억세게 내렸는데 산을 하나 넘어왔더니 이곳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 아마 브두굴 지역에 내렸던 국지성 호우였던 것 같다. 능선을 따라 산을 계속 내려 오기때문에 시야가 튀여 주변을 둘러 보기가 좋다. 특히 계단식 논이 옛날 우리나라 논을 경지정리 하기 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급한 경사를 따라 계단식 논이 끊없이 이어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이는 산은 바투가우 산(Gunung Batukau)인데 이 산의 높이도 2,276m나 된다. 부두굴로 갈 때 이 근처에서 한번 쉬면서 주변을 둘러 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내려오는 길에 마침 딸기 농장 근처에 휴게소가 있어 차를 세우기가 좋아 멈쳐섰다.
딸기가 고냉지 작물인지 브두굴 지역에서는 딸기를 재배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모양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맛은 우리나라 딸기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한다. 역시 발리에서는 열대과일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산에서 내려 오는 중간에 있는 휴게소 옆에 딸기밭이 있었고, 잠시 계단식 논을 구경하기 위해 멈춰 섰더니 내려와서 구경을 하고 가라고 한다. 딸기밭 한켠에는 원두막처럼 지어진 휴식 장소가 있었는데 굳이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그냥 나왔다. 이곳 발리에서는 구경만 하고 그냥 나간다고 해도 눈치를 주지 않아 그런 점에서 여행하기에 부담이 없다.
논과 야자수 나무가 어우려져 있는 인도네시아의 논. 이곳은 모심기를 하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이번 발리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인 따나롯 사원으로 가는 중이다.
(1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