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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티
2010.05.02 00:56 댓글:16 조회:10,327
친구부부가 발리여행을 와 트롤링피싱을 같이 나갔다. 친구들의 행운인지 나의 행운인지는 모르지만 트롤링피싱 1인당 70불에 돌고래구경과 고래구경 그리고 대형 만타가오리구경까지 할 수 있었다.
  아침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싫어서 아침 10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예약하여 9시에 스미냑에 있는 빌라로 픽업을 예약했다. 픽업차량을 타고 해양스포츠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 나갈 배 가까이로 갔더니 선장과 부선장이 왜 이렇게 늦게 출발하느냐고 했다. 어제도 한국 손님과 트롤링낚시를 했는데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참치 세마리를 잡았다면서 오늘 고기를 못낚으면 늦게 출발해서 그렇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말해두려는듯 했다.
  배에 오르자 부선장이 음료수를 건네고 멀어져가는 딴중버노아는 까마득하게 작아보였다. 배는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면서 먼바다를 향해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발을 자극하기 시작하여 더 깊숙히 앉아서 오늘 어떤 대형 물고기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를 상상하면서 배의 흔들림에 몸을 맞겼다. 친구부부와 큰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배는 속력을 줄이고 부선장은 대형 트롤링 낚시를 장착하여 줄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울루와뚜가 보이고 니꼬발리가 저멀리 보이는 데까지 오는데는 약 20분정도 걸렸다. 
  트롤링낚시는 강태공처럼 기다림의 미학인가보다. 그렇게 모든 장비를 내리고는 우리가 이야기하면서 배가 둘아다닌 시간이 한 시간은 족히 되었지만 낚시대는 물살에 의한 약간의 움직임 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선장의 지시에 따라 낚시줄을 감아서 비닐이나 다른 쓰레기가 낚시바늘에 걸려 고기가 물지 않는지 확인을 하고는 낚시줄을 다시 풀었다. 배안이 그늘이 되었다가 볕이 들어오기를 여러번 반복하였고 누사두아와 누사뻐니다섬이 번갈아 보이기를 몇번이고 계속된 걸 보니 꽤나 먼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나 보다.
  친구부부는 필리핀에서 8시간 동안 트롤링낚시배로 돌아다녔지만 입질 한번 받아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서 나에게 조급해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선장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고기가 있을만한 곳을 찾는다고 끊임없이 전방 후방을 살피면서 배를 몰고 있었고 부선장 역시 수면 위의 조그만 변화도 놓치지 않고 선장에게 알리면서 고기를 낚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멸치떼와 갈매기 떼의 움직임을 찾고는 약 150미터 후방에 따라오고 있는 낚시바늘을 정확하게 그 위치로 밀어넣는 것을 반복했다.
  1시간 30분동안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입질도 없다가 부선장의 정적을 깨는 한마디에 우리 셋은 일제히 그쪽을 향했다. 빠우스~, 고래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설마하면서 일어서서 그쪽으로 시선을 모으자 15미터는 됨직한 고래가 등을 드러내면서 서서히 지나가는 장면은 우리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스릴이었다.
  그때서야 카메라를 찾아 준비를 하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고래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고래를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그 후 카메라를 계속 손에 쥐고 있었다. 분명히 숨을 쉬기 위해서 수면 위로 올라왔을텐데 우리의 방향과 고래의 방향이 달랐는지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고래구경를 포기하고 다시 본연의 참치낚시로 돌아가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두마리의 돌고래부부를 처음으로 만났다. 그들은 멀리서 사랑을 나누는지 아니면 어디로 마실을 가는지 일정한 간격으로 수면 위로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면서 헤험쳐 가고 있었다.
  우리는 고기는 못낚았지만 고래도 보고 돌고래도 보았으니 오늘 여행은 만족이라며 자위하면서도 아직 두시간이나 남았으니 분명히 참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또 30분정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 그리 비싸지 않은 기름을 태우면서 돌아다녔다.
  그 때 두개의 낚시대 중 하나가 뒤로 휘청 휘었다. 동시에 고기다 하고 낚시대로 달려가 친구가 낚시대를 잡고 릴링을 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은 모두 그를 주시하고 있다가 힘이 들어가던 릴링이 힘이 빠진채 쉽게 따라오는 것을 보고 우리 모두 고기를 놓쳤구나 하고 실망하고 있는데 얼마 후 저 멀리서 고기가 따라오고 있었다. 150미터의 긴 여정에 물고기는 첫 50미터정도는 저항을 하다가 정신줄을 놓고 순순히 따라오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을 때가 우리 모두는 고기를 놓쳤다고 실망했던 때였다.
  부선장은 어제 잡은 고기의 반도 안되는 작은 고기라고 했지만 우리는 엄청남 희열을 맛보았다. 특히 친구부부는 8시간을 입질 한번 받아보지 못한 트롤링낚시를 해본 후 이번에 처음으로 고기를 낚아보았으니 기쁨은 더 컸다.
  이제부터 더 큰 참치를 잡을 것이라고 배 안에 있는 다섯명은 의기 투합하여 선장과 부선장 둘만 찾고 있던 수면 위의 변화를 다섯명이 열개의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멸치떼도 보이고 갈매기떼들의 멸치잡는 모습도 더 자주 보였다.
  조금 후에 수십마리의 돌고래떼를 만났다. 한 마을의 돌고래들이 모두 다 마실 나왔는지 그야말로 2-3십마리는 되어 보이는 대형 돌고래들이 횡대를 이루었다가 종대를 이루면서 꼭 무슨 퍼레이드를 하듯이 움직였다. 돌고래들의 퍼레이드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는 쉽지 않은 것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나면 더 많은 돌고래들이 나타나고 또 기다리면 한두마리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눈으로 본 장면의 2-3%밖에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약 10분동안의 돌고래 퍼레이드를 보고 또다시 참치낚시에 전념하기 위하여 일정한 속도로 달렸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부선장이 샥~이라고 고함을 쳤다. 아니 여기에 어찌 상어가 있단 말인가. 발리 주변의 바다에는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 흰마크가 있는 아주 온순한 화이트팁샥밖에 없는 걸로 알려져 있다. 발리에는 수면 위로 지느러미를 드러내면서 다니는 상어는 없다고 한다.
  선장이 배를 좀 가까이 대더니 만타라고 소리질렀다. 아니 만타가 이 한바다에서 수면 위로 나왔다니 믿을 수가 없다. 누사뻐니다 만타포인트에서 1인당 100불의 비용이 들어야 볼 수 있는 만타가오리를 트롤링낚시에서 볼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다. 카메라에는 선명하게 담을 수 없었지만 입의 크기나 입 양쪽에 달린 플립의 길이로 봐서는 2백 킬로그램은 족히 되어 보였다. 누사뻐니다섬 만타포인터에서 보았던 만타가오리의 두 배는 될 정도의 등판이었다.
  세마리의 대형 만타가오리가 배 가까이 오자 얼른 낚시대를 접기 위하여 릴링을 하는데 만타가오리에 낚시바늘이 걸릴까봐 배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서 닊시줄을 모두 감아 올렸다. 다시 배를 만타가오리 가까이 대고는 엔진을 끄고 좀 더 오래 만타가오리와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만타가오리도 움직이고 배도 조류에 떠내려가 가까이에서 오래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입모양과 양탄자만한 등판은 육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이제 낚시도 접었고 시간도 오후 1시가 지났으므로 우리는 4시간을 채우지 않고 돌아가기로 했다.
  매일 손님을 모시고 나오는 선장의 이야기가 트롤링낚시를 나올 때마다 돌고래떼를 만나지만 고래와 만타가오리는 그들도 드물게 만나는 행운이었다고 한다.
  돌고래구경을 위하여 로비나까지 갈 시간이 없는 사람은 누사두아에서 돌고래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과 트롤링낚시를 하면 돌고래구경은 저절로 포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트롤링낚시든 돌고래와칭이든 아침 7시에 출발하면 돌고래를 더 많이 볼 수 있고, 참치를 낚을 확률은 더 높다고 한다.
  점심식사가 포함되었으므로 도시락으로 준비할 지 아니면 마치고 나와서 먹을 지를 묻길래 우리는 마치고 나와서 먹겠다고 하여 돌고래와칭, 고래와칭, 만타가오리와칭 그리고 트롤링낚시를 끝내고 육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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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링피싱을 하기 위하여 탔던 배와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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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의 움직임을 찾고 있는 부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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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배에서도 긴 낚시줄과 대형 물고기를 버텨낼 수 있는 최강 낚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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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산책중인 돌고래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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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찍었는데 두마리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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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떼를 보고 찍었으나 다른 많은 돌고래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꼴지로 물속으로 들어간 마지막 돌고래만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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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떼를 찍었지만 모두 물 속으로 사라져버린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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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찾아다니던 갈매기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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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러너(Rainbow Runner), 크기가 작은 이 한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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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레인보러너의 온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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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발리태양 아래서 버티고 있다가 레인보러너 한마리를 낚은 낚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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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타가오리의 대형 플립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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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타가오리 한마리가 배 가까이 왔을 때 찍은 사진이지만 역시 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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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타가오리의 등판이 육안으로는 잘 보였지만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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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만난 발리 강태공들의 모습


 
  • ippeni 2010.05.02 07:29 추천
    마치 '노인과 바다' Afterward 편을 읽은 듯 합니다...^^

    수십마리의 돌고래떼가 있었다는 대목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팽글팽글 돌아서 잠시 눈을 비비고 사진을 봤더니
    이미 돌고래떼가 사라져버린 후 였습니다....(-_-)

    저 마일리지 10개만 주세요.
    이 소설 끝까지 읽었습니다... 마일리지 10개로 '눈약'을 좀 사야할 것같습니다...ㅎ
  • shj8785 2010.05.02 09:21 추천
    누구의 운이아니라 3분 모두의 운이네요....
    이런 경우는 천운이 함께해서 그런것이겠지요?

    멋진 광경에 함께 했다면 더할나위없이 기뻤을텐데......

    좋은 글과 좋은 사진 좋은 운 까지 나누어 주셨네요
  • 발리바다 2010.05.02 09:59 추천
    ippeni님, 노인과 바다의 속편은 베뚜선장님과 찍어서 올릴께요. 끝까지 읽는다고 눈 아팠지요? 10마일도 줄 수 있는가요? 안약 사는데 보태세요......
  • 발리바다 2010.05.02 10:01 추천
    shj8785님, 마일리지 선물과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ippeni님, 마일리지 선물 감사합니다.
    Acoustics님, 마일리지 선물 감사합니다.
    katherine님, 마일리지 선물 감사합니다.
  • ippeni 2010.05.02 14:24 추천
    눈약값 감사합니다.(^^;)

    손뻗쳐 잡을 수 없었던 '대박 (ㅎㅎ)'에 얼마나 안타까우셨어요?
    눈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 얼마나 마음이 벅차셨을 지 글 속에서 그대로 전달됩니다.

    줄바꿈 조차 하실 여유가 없으신 생글탱탱 '생중계' 고생 많으셨습니다.
  • kufabal 2010.05.02 21:25 추천
    와~ 다금바리님 글 잘쓰신다!
    내용도 매우 좋지만 글도 참 잘쓰시는듯^^
  • Acoustics 2010.05.02 21:42 추천
    으앜ㅋㅋㅋㅋㅋ

    등푸른 생선~

    다금바리님 글씨가 작아서 읽다가 멀미날뻔 했습니다 ㅡㅡㅋ

    다음에 함께 낚시 가요~

    저도 만타 가오리 보고 싶습니다 ㅠ
  • katherine 2010.05.10 01:10 추천
    다금바리님이 발리 바다를 너무 사랑하시니 물속 동물들이 인사 나왔나 봅니다^^
    동물들도 착한 사람을 알아보는 거에요..
    에휴~~ 제가 가면 꽁꽁 숨잖아요.. 잡아 먹힐가봐..ㅎㅎㅎ
  • Cerah~(광진) 2010.05.12 14:28 추천
    잘읽었습니다.
    저도 낚시 하고 싶은데.....
    1인70불인가요? 장비나 필요한건 모두 챙겨주는 거겠죠?
  • 발리바다 2010.05.12 15:03 추천
    몸만 가시면 됩니다..
  • jj4412 2010.05.25 08:23 추천
    우아~ 저도 끝까지 다 읽었어요~ 완젼 부럽습니다. 저도저도 나가봐야겠어요. ㅋㅋㅋ
  • star1020 2010.06.21 15:37 추천

    "비밀글입니다."

  • goodvox 2010.07.28 16:03 추천
    잡힌 참치는 어떻게 하나요?? 궁금하네요~~
  • 발리바다 2010.08.10 17:18 추천
    참치가 잡힐지는 모르지만 어떤 고기든 잡은 고기는 손님이 가져갈 수도 남에게 줄 수도 있습니다. 트롤링낚시로 잡은 고기는 손님의 소유이므로 손님이 처분할 수 있습니다.
  • son50x 2012.02.08 12:38 추천
    이야~ 정말 재미있겠습니다.~ 참치 ㅋㅋ 손맛이 궁금하군요~
  • 발리바다 2012.02.12 09:02 추천
    Son50x님, 저 고기를 끌어 올리는 손맛은 별로 였답니다. 낚싯대에 비해 고기가 너무 작았으니까요. 한 50kg 짜리 참치를 낚았다면 손맛을 여기에 상세하게 묘사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