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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밤새 안녕?
이라고 할 사람들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중얼거려본다. 모기가 있었는데 바르는 모기약 덕분인지 멀쩡했다. 팬룸을 예약했는데 미니선풍기 하나 달랑 있어 조금 더웠다. 그것도 팬이라고 우길게 분명해서 클레임 걸진 않았다. 아침을 먹으로 내려가는데 계단벽에 걸린 부처상이 눈길을 끈다. 어제 들락거리면서도 이슬람인 롬복에서 부처그림이라...인니 이슬람이 맘에 든다. 자고로 종교는 관용이 있어야 한다. 그 관용은 결국 타 종교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종교를 위한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이렇게 번성한 이유는 초기에 여타 종교의 것을 많이 받아들여 성별과 빈부차이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만인이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이라는 것이 종교학자들의 견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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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마따람 중심가의 마트의 과일코너, 듀이안 한 팩에 4-6천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아침부터 밥을 먹는데 나시고랭에서 돌이 두 번이나 씹힌다. 딱딱한 돌은 아니다. 걍 우적우적 씹어 넘긴다. 커피 한 잔 먹고 '땡큐' 하면서 올라왔다. 돌 씹히는 것과 관용은 별 상관 없지만 손가락 부러지더니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나?

짐을 싸서 내려가니 쁘라마 버스가 대기하고있다. 배낭을 내려 놓고 얼굴을 드니 어~~~ 모두들 웃는다. 대부분 보트투어 멤버였다. 난 내 손을 들어 보이며 'It's not broken, just cracked!' 했더니 박수를 쳐준다. 모두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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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따람 시내에서 페리항인 렘바르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많은 물자가 발리에서 페리로 이동되는 관문이다. 그래서인지 발리에 비하면 롬복이 공산품 물가가 비싸다. 우리가 항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페리에 탑승하고 출발할 떄까지 온갖 잡상인들이 다 달라붙는다. 커피, 컵라면, 밥, 음료수, 앵벌이, 티셔츠, 기념품, 롱간...모두들 다 찔러본다.



비닐봉투에 나뭇잎으로 싼 밥 두개를 넣어 놓고 5천루피아만 달라고 해서 줬더니 봉지에서 하나를 뺀다. 치킨라이스라 비싸댄다. 그러면서 내 앞 웨스턴에게도 얼른 하나 팔더니 가버린다. 잎을 풀었더니 무슨 치킨라이스. 설익은 밥에 멸치같은 이상한 생선쪼가리 몇개가 다다. 그나마 앞 웨스턴 것은 플라스틱 수저도 안주고 달아났다. 냄새를 맡아보고 걍 포기했다. 수저를 웨스턴에게 넘기자 자긴 걍 먹는다고 잎을 찟어 절반으로 모은다음 떠먹는다.
말린과일로 대충 떼우고 잠깐 얘기를 나눴다. 근데 이 넘 발음이 완전 본토발음이다. 물어보니 보스턴에서 왔다고 한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못알아들을 정도로 빠르다. 그래도 유럽애들이 외국어라고 그나마 또박또박이었다. 내게 영어는 아이러니칼하게도 미국영어와 영국영어 알아듣기가 가장 어렵다. TV에서 얻어 들은 영어와 일반인들의 영어는 전혀 달랐다. 한국어도 그럴 것이다. ㅎㅎ

페리는 4시간 정도 걸리는데 한 시간쯤 지나면 모두가 지루해져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웅성거리면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직감적으로 돌고래라고 판단해서 뛰어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실 플로레스 부근에서 두 번정도 보았지만 너무 멀거나 몇 마리가 잠깐 스치듯 지나가기 떄문에 촬영에 모두 실패했어는데 성공했다.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정말 기뻣다. 카메라의 작은 모니터로 리플레이를 해주니 못 본 사람들도 모두 환호한다. 저쪽에 있던 쏘렌에게 보여주니 나중에 메일로 카피해 달란다. 그랴~~



코모도섬 부근에서 둥둥 떠다니는 바다거북을 보고도 어~~~하다가 놓쳤기 때문에 내심 서운했었는데 정말 잘 됐다. 직접 야생의 동물을 보면 나까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묘한 기분 때문에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세계 각지로 찾아가는구나. 1월 수마트라나 자바여행 때는 느낄 수 없는 흥분과 환상에 가까운 풍경을 이번 여행에서는 나름 만끽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에 감사한다.

어느덧 발리가 보인다. 저 멀리 아궁산이 구름에 가려있다. 롬복에 린자니산이 있다면 발리에는 아궁산이 있다.
빠당바이에서 내려 3분정도 걸어 쁘라마사무실에 가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영수증을 체크하고 바로 출발하는데 이 번엔 열심히 걸어서 맨 앞자리를 획득(?)했다. 해가 저물기 전 도로가 풍경을 많이 담을 수 있어 좋았다.

오늘은 롬복의 수도 마따람에서 렘바르까지 쁘라마버스로, 이후 페리를 타고 빠당바이에 도착해서, 항구 입구에 쁘라마오피스에서 다시 쁘라마버스로 우븟까지 왔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번의 결제로 진행된다. 또한 기존 영수증을 보여주면 10-20% 정도 할인해 주는 것 같다. 나를 제외하곤 보트투어멤버들은 꾸따로 간단다. 우븟 오피스에서 잠시 쉬니 호객이 붙는다. 나는 왕궁까지 가면 된다고 했더니 3만루피아만 달랜다. 내가 져야 할 무게가 30킬로 쯤 되니 나쁘진 않았지만 왠지 걷고 싶었다. 차로 3분거리를 30분 걸어서 갔다. ㅎㅎ 도중에 일본어를 하는 호객에 걸렸는데 쿄토에서 온 아키라상, 잠시후 야마나시에서 온 매력적인 요가강사 나오짱^^까지 합세해 입좀 풀다가 헤어졌다. 한국사람들 많이 간다고 해도 일본사람 숫자에 비하면 ㅎㅎㅎ 덴파사 공항에서 한글로 된 안내책자(광고성)도 딱 하나 봤었으니까.



호텔에 전화하니 무료셔틀버스는 한 시간 뒤쯤 있단다.
왕궁에서 기다리며 커튼 너머로 레공댄스 공연을 잠시 보았다. 내일 저걸 촬영해야 하는데 잘 될까?
왕궁 앞에서 기다리며 호객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내 이름을 든 청년이 두리번 거린다. 작별을 고하고 그의 차를 타고 우븟 중심가를 빠져나와 호텔로 향하면서 밖을 보니 칠흙같은 어둠이다. 그 어둠 속 차창에는 까맣게 탄 내가 있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니?")
(.....^.^;......)
그는 그렇게 말없이 미소 짓고 있었다.

고지
 이 글은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지극히 주관적이고 부실한 글입니다. 이글에 있는 여행정보는 언제든 변동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따라한 그 책임은 행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사진은 무단 전제하지 말아주세요. 신변잡기적인 글이라 경어체를 쓰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