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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11.07.18 21:31 추천:8 댓글:8 조회:3,175
balisurf.net


  국민학교 6년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오직 열심으로 배우고 익혀서
  중학교까지 가지고 온 것은
  김동식이란 이름 석 자와 착실한 인사성
  우리집 장남만은 배를 태우지 않겠다는
  한 달이면 스무날을 남해 바다에 사는
  바다에 한 맺힌 아버지의 희망은 아랑곳없이
  동식이의 꿈은 언제나 마도로스
  비록 제 이름 석자밖에 모르는 일자무식이라지만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멋진 마도로스 킴
  가방에는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만 담아
  도시락 가득 어머니의 사랑을 담아
  오늘도 동식이는 시오리 등교길을 걸어서 온다
  들어서 알지도 못하고
  새벽 자율학습부터 저녁 보충수업까지
  질문 한번 해주는 선생님이 없어도
  이미 조숙하여 머리 큰 급우들이
  똥식아 똥식아 하인배 부리듯 심부름을 시켜도
  그래도 하루 아홉시간 수업이 즐거워
  마주치는 선생님마다 올리는 인사가 즐거워
  오늘도 동식이는 학교에 온다
  이제 어느 선생님도 애타게 가르쳐주지도 않아
  부모의 등뼈를 휘게 한 비싼 사립중학교 3년을
  글자 한 자 새로이 깨치지 못하고
  김동식이란 이름 석자와 착실한 인사성만 배우고 익혀
  그렇게 그렇게 중학교 3년을 졸업할지라도
  라디오에서 배운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오늘도 믿음처럼 동식이는 죽은 학교에 온다
  시오리 등교길을 걸어서 온다                                                        정 일근의 " 바다가 보이는 교실 5 "

 
 전날 약속한대로 와얀은 어김없이 제시각에 왔습니다.
 와얀의 동네로 가기 전에 환전소부터 미리 들릅니다.
 사누르의 전통야시장을 바라보며 신두비치로 들어서는 사거리 초입에 있는 환전소는 쾌적한 냉방에다 보안과 서비스도
 남다르지만 무엇보다도 최고의 환율로 바꾸어주는 곳이더군요.
 덩달아 저도 가진 돈의 일부를 바꾸었는데 대만족입니다.
 동행인 장기손님에게는 미리 와얀이나 제 눈치를 볼 것 없이 자전거가 마음에 안들면 사지 마시라고 일러두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 와얀도 똑같은 소리를 해댑니다.
 하지만 어제 본 것 보다는 좀  나은 제품을 갖춘 그 동네 자전거포에도 마음에 드는 것은 없는 지라 내친 김에 까르푸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너는 그만 가봐. 약속시간에 늦겠다. "  저희가 택시를 탈 요량으로  내리려하자  와얀은 만류합니다.
"어차피 공항까지 가는 길인데 타고가세요. 제가 지름길로 가면되니까 ... "  결국 못이기는 척 하고 말았습니다.
 와얀은 바이 파스를 타고 내려와 심빵시우르에서 우회전하는 통상적인 코스가 아닌 골목길을 누비더니 금새 까르푸의
 뒷문에 내려주더군요.
 그리고는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  이 한 마디를 남기고서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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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에서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누르에서만큼은 가장 환율이 좋은 마스핀찐라 환전소입니다.





 하지만 찾는 물건은 까르푸에도 없었습니다.
 장기 손님은 동행한 저에게 무척 미안해 했지만  좋아서 따라나선 것이니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숙소로 돌아와 입었던 옷 몇 가지를 빨아 널었습니다.
 햇살이 환한 뜨락 건조대에(침실에 있는 수건걸이인듯 싶은데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네요.) 널어두고 나갔다 오면
 오후 해질녁이면 어김없이 뽀송뽀송해지는 재미에 집에서도 안하던 빨래를 자주 하게 됩니다.
 내친 김에 점심도 가져온 비빔냉면이나 해먹을까 생각하던 차에 금홍이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우붓을 다녀올 생각으로 그때 얼굴이나 보게 스케쥴을 묻는 전화를 넣었는데 마침 사누르쪽으로 내려오는
 중이라네요.
 한국에서 손님들이 와서, 그 분들을 모시고(실은 꼬마들입니다.) 칼국수를 먹으러 오는 길이랍니다.
 전화상으로도 무척 바쁘게 느껴져 그러면 나중에 통화를 하자며 끊으려니까 제가 묵는 숙소에서 과히 멀지도 않고
 젓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되니 이 참에라도 보자네요.
 해서 염치불구하고 따라 나섰습니다.(때로는 혼자 해먹는 밥이 귀찮을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오랫만에 보는 얼굴인데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통에 수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식당에 도착합니다.
 뜻밖에도 주인장은 예전에 몇 번 안면이 있던 분입니다.
 갈룽안은 지났는데도 아직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아 혼자서 분주하게 칼국수를 삶아 내어 왔습니다.
 하지만 푹 고은 닭국물에 삶은 칼국수와 새콤한 김치의 감칠맛 나는 조화는 생각지도 않은 횡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싹싹 비워냈습니다. (역시 한국인의 원동력은 밥심입니다.)
 오늘은 금홍이님 덕에 모처럼 익숙한 포만감을 만난 행복한 날입니다.


- 사누르 골목길 어디쯤에 있는 인심좋은 바로 그 식당입니다. 눈밝은 분들은 부디 마주치는 행운을 맛보시길...
  • 주유소습진사건 2011.07.18 22:07 추천
    헝그리고고 한식집 인가봐요?
  • 정원이아빠 2011.07.18 22:43 추천
    솔직한 대답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입니다.
    분명 사장은 한국 분이지만
    음식은 이것 저것 보이더라구요.
    발리음식도 가능했던 것 같고 ...

    하지만 강점은 우리 음식의 주문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일 겁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건 미리 사전 예약을 해야겠지만 ...

    사장님이 널리 알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이 정도로만 올리지요.
    하지만 인정 많은 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 주유소습진사건 2011.07.18 22:52 추천
    ㅋㅋ 감사합니다... 뒷 조사 완료했습니다. 거기 사장님은 싫어 하시겠지만
    대충 알았습니다..
  • 꼬망 2011.07.18 23:17 추천
    저도 뒷조사 하고 싶지만..

    그냥 이리저리 산책하다가 마주치고 싶다는 생각이 좀더 강하게 드네요

    저에게 사누르는 그리 오래 머무리는 편은 아니라서

    언제쯤이 될런진 모르겠지만요 ^^;

    닭칼국수 사진도 은근 기대했는데 없네요 ㅋㅋ
  • kufabal 2011.07.19 02:19 추천
    저도 사누르에선 그 환전소만 이용했오요 ㅋ
    한국음식 쥬릅
  • 발리 삼촌 2011.07.19 13:56 추천
    한식집은 아니고요..현지 음식에 퓨전 양식집 정도..칼국수나 수제비 등
    한국음식은 쥔장한테 딱히 부탁을 드리는 거지요
    장담하건데 칼국수와 수제비는 강추합니다..정말 맛나거든요..
  • dadamhyunu 2011.07.20 09:57 추천
    아! 저도 차타고 지나가다 Hungry 앤드 Go Go라고 써있어서 피식 웃고 지났던 적이 있는데 역시나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곳이었군요. 닭칼국수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 realhoya 2011.07.20 14:24 추천
    오 저도 자주 이용하는 환전소군요 제가 보기에도 환전율 좋다는...그리고 한국돈도 바꿔줘서 간혹 한국돈 있음 바꾸러 가곤 하죠 ^^
    닭칼국수는 당장 찾아봐야겠심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