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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스가와티 시장을 출발해 발리 중부에 있는 우붓으로 이동했다. 우붓에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고야가자라는 유적지를 시장에 이어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 이번 발리 여행은 휴양을 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 발리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여러 곳을 관람하겠다구경하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기에 차를 빌리고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부지런히 돌아 다녔다. 중간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차량을 렌트해서 직접 운전을 할 요량으로 국제 면허증까지 챙겨 왔는데 이틀동안 다니다 보니 차량을 렌트해서는 다닐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무엇보다 도로 표지판이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길을 잘못들면 찾아다니다가 시간을 다 뺏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매표소 입구를 통과해서 조금 지나가니 아랫쪽으로 고아가자 (Goa Gaja)유적지가 나타났다. Goa는 동굴, Gajah는 코끼리란 뜻으로 코끼리 동굴을 의미한다. 동굴입구 오르쪽의 비문의 흔적을 측정해 11세기 쁘종 왕조시대에 만들어진 곳으로 추정하며, 기도와 명상, 참선을 위한 장소로 수행자나 고행자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이곳은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장소라고 한다. 동굴의 입구에는 선명하게 사람과 동물과 다양한 식물의 조각으로 둘러 쌓여 있고, 동굴은 그리 깊숙하지 않고 안쪽에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었다.이곳에서 수행자들이 기도를 하는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동굴 입구를 보면 내부도 굉장히 거대하고 웅장 할 것 같아 보이는데 동굴 내부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흔히 생각하듯 동굴 안쪽이 시원하지도 않았고, 향 연기로 인해 부옇고 답답했다. 'T'자 형태로 되어진 내부에는 왼쪽으로는 기네샤상이 모셔져 있고, 오른편으로는 힌두의 3대 신인 브라마, 비쉬누, 시바를 상징하는 3개의 링기가 있었다.

 

  

 

집사람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싸롱'이라고 불리는 치마같은 것을 걸치지 않아도 되었는데 나는 무릅은 덮는 반바지였음에도 싸롱을 걸치고 들어가라고 입구에서 아예 매듭까지 묶어 주었다. 현지에서 이런 복장을 한번 해보지 다른 어디에 가서 이런 복장으로 돌아다닐 것인가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착용했다.  현지의 힌두사원을 많이 찾을 생각이어서 싸롱을 하나 사서 힌두 사원에 갈 때마다 활용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 쓸일이 없을 것 같아 구입하지 않았는데 하나 사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더구나 일반 주거지에 있는 다른 힌두사원을 방문했을 때 싸롱이 없어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동굴 입구의 앞에는 큰 돌로 만들어진 6개의 석상에서 샘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곳은 과거에 동굴에서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기 위한 사람들은 들어가기전 손과 얼굴의 씻은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얕은 물에 잉어같은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사원 뒷편으로 돌아가니 논이 있었다. 일반인이 농사를 짖고 있는 논으로 보였는데 야자수 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 참으로 한가롭고 어울려 보였다. 발리에서 논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3모작을 하는 곳이다 보니 한쪽에서는 벼가 익어가고 있는 곳도 있었고, 한참 벼가 자라고 있는 곳도 있었으며, 여기처럼 벼심기 위해 논에 물을 받아 놓은 곳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원을 나오면서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더 찍었다.   

 

  

고아가자에서 출발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르마 미술관(아궁 라이 미술관 ARMA : Agung Rai Museum of Art )에 도착했다. 고아가자에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았었는데 아르마 미술관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아르마 미술관을 돌아보는 1시간 30여분 동안 우리를 제외한 2팀만을 보았을 뿐인데 오히려 복잡하지 않고 한가롭게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오늘 우붓 여행을 하면서 미술관 세 곳을 방문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한 곳을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 예술적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미술관만 다닐 것이냐는 집사람의 불만에 한 곳을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 

 

  


아르마 미술관은 아궁 라이라는 이름의 인도네시아인에 의해 1996년 설립되었다. 두 개의 메인 건물에 야외의 전통 댄스 공연장, 호텔까지 복합적인 문화예술 공간까지 갖추고 있고,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고 있고 공연도 자주 한다고 한다.  250여점의 다양한 발리 회화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큐레이터가 따라다니며 잘 설명해준다고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관람객이 없어서인지 큐레이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미술관 내부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사진을 몇장 찍고 싶은 욕망이 있음에도 많이 자제했다.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고 몇 장을 찍어 올까도 생각했었지만 참았다. 대신 미술관 주변 건물을 배경으로 몇 장 찍었다. 넓직한 공간에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 있는 미술관은 예술적인 소양이 없어도 그냥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발리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중 하나는 현지에는 아직까지 자신들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책자나 블로셔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글로 된 것이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영어나 기타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소개책자가 너무 부족했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발리가 아직까지는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준비할만한 수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에 들어오면서 소개자료를 요구했지만 따로 자료를 받지 못해 돌아다니다가 미술관이 아닌 다른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미술관과 함께 연결되어 있는 아르마 리조트호텔이었다.

 

 

 

  

 

미술관에는 미술관 내부에만 작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도 곳곳에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숲 속에 있는 모기가 아니라면 아주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었을텐데 숲속의 모기가 매서워 오래 있기는 힘들었다.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전시실 안에도 모기가 많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문을 개방해 놓고 있으니 내부와 외부가 다를리 없었다.

 

 

  

입장료를 내고 받는 티켓 한쪽에는 아르마에 있는 두개의 카페 중 하나인 와룽코피(Warung Kopi)에서의 차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쿠폰이 붙어있었는데,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서 카페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게 되었다. 외부 온도는 제법 높았지만 숲속에 위치하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있는 카페여서 운치도 있고 에어콘도 없었지만 시원했다. 이곳에서 주는 커피의 맛도 훌륭했다. 

 

 

 

  

카페 옆으로는 벼가 한참 익어가고 있는 논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곳에 오기전에 들렀던 고아가자에서는 모를 심기 위해서 물을 가두어 놓은 논을 보았는데 이곳에서는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이다. 이곳 아르마 미술관을 비롯에서 어느 곳에 가든지 예쁘고 향기 있는 꽃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부러운 모습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들은 겨울철에 눈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가 부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미술관 한쪽에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악기로 보이는 것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부족해서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 징과 같아 보이는 것이 전시되어 있어 전통악기가 아닐까하는 추측만이 가능했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인데 아는 것이 너무 없고, 알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자료나 안내자가 없어 더욱 아쉽다.   

 

 

  

들어오는 매표소 근처에 있는 야외공연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공연장 뒤로는 탑형식의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모양도 예쁘고, 예술적인 감각도 살아 있다. 이곳 야외 극장에서 발리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공연까지 보고 갔으면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싶은 여행객으로서는 언감생심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소양이 없더라도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네카 미술관과 함께 우붓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한 번 쯤 방문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