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여행기간 2008. 8. 8 - 2008. 8. 21
여행인원 총인원은 3명이나 따로 또 같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직장인은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반년동안 휴가 후유증을 앓고, 후유증에서 회복될 즈음부터 다음 여름휴가를 기다리며 그 나머지 반년을 버틴다. 특히 나처럼 뭔가 약간은 현실세계와 괴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대략 역마살이 끼어있다고 스스로 표현할만한... 대략 사회에 순응하기는 하나 어딘지 모르게 사회 부적응스러운...사람들은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반추하며 일상에서의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보들레르가 평생에 걸쳐 항구, 부두, 역, 기차, 배, 호텔방에 강하게 끌렸으며, 자신의 집보다 여행을 하다 잠시 머무는 곳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파리의 대기가 그를 짓누를 때면, 세상이 "단조롭고 작아" 보일때면, 그는 떠났다. "떠나기 위해 떠났다"
'영국 작가인 T.S 엘리엇은 '집에서 우울할 때면 기차나 공항버스를 타고 히스로 공항으로가, 2번 터미널에 있는 전망대나 북쪽 활주로 변에 있는 르네상스 호텔의 꼭대기 층에서 비행기가 끊임없이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얼마전 읽은 알렝드보통의 '여행의기술'이라는 책에 나온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와 영국작가'엘리엇'에 대한에 대한 묘사다. 어쩜 나와 이리도 비슷한지. 이 대목을 읽고나니 오래전 살다간 유명작가와 통했다는 생각에 나의 일상에서의 도피식 여행이 괜히 내 잠재된 예술가적 끼의 표출인냥 미화된다.
서른을 훌쩍넘긴 나이임에도...아직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만 보면 손을 흔들고 공항만 보면 마냥 설렌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는 비행기 날개에 작용하는 양력으로,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르면....... 추력이 항력보다 클 때 비행기는 상승하고 작을때는 하강하고...... 라는 그럴싸한 과학지식을 이해못하는 나의 무지함도 일조를 하겠지만 나에게 비행기란 아직도 나를 미지의 어딘가에 데려다줄 마법양탄자다.
알라딘의 모험에도 나오지 않던가 A whole new world란 노래가 펼쳐지며 알라딘이 마법양탄자를 태워주자 자스민 공주의 그 한눈에 봐도 뻑간 표정. 아시아나항공사 승무원인 선배언니한테 비행기 기장님 소개팅 시켜달라고 조르던 철없던 시절도 자스민 공주의 저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ㅋㅋ~
참고로 그 언니 대답...승무원들에게도 너무 인기가 많아 너한테까지 차례 안간다. --+
본격적인 여행준비에 돌입하여~
몇년간 꼬박꼬박 모은 마일리지 53,420점.
동남아시아 항공권의 마일리지 공제액은 성수기 30,000점, 비수기 20,000점.
할 수 없이 성수기에 가서 비수기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내가 일행이 돌아가고 난 후에도 홀로 발리에 머무르며 비수기의 첫날인 21일날 홀로 귀국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13일간의 휴가라고 하니 좋은 직장에 다니시나봐요 라고 물었던 분. 절대로 휴가가 많은 아주 널럴한 직장에 다녀서가 아니라 항공권을 살 돈이 없어서였습니다. ^^;
고3담임을 맡아 수시원서작성 및 보충수업에 바쁜 수정양을 섭외하여 발리행 항공권을 끊었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끊어도 왕복 24만원에 가까운 택스 및 유류할증료는 내야한단다. 이 고유가 시대....어찌 탈피해야 할런지...
발리를 떠나기 전에 구상된 여행루트는
8일 17:10출발 23:10 도착
8일-11일 : 꾸따체류
12일-15일 : 우붓체류
16일-18일 : 싱가폴체류
19일-21일 : 말레이시아쿠알라룸프르체류
21일 01:10 출발 08:20 도착
그러나 언제나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진않는다.
여행 며칠전에야 연락온 정현양의 13일-18일 합류소식.
그러나 이미 라이온에어로 싱가폴 항공권을 지른상태라 우붓에서 일찍 귀환하여 꾸따에서 이틀간만 같이 보내기로 일정을 변경한다.
이번여행에 함께하게된 수정양, 정현양과 나는 대학동창이다. 그러나 여태껏 함께 지내온 10여년만에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왜그랬을까? 라는 물음에 냉정하게 수정양이 대답한다. '우리 대학때는 안친했었어...' 우리가 그닥 친하지 않았던 대학시절을 보내고도 대학동창이라 타이틀을 달고 이렇게 이역만리 발리에서 여름휴가를 같이 보낼 수 있는 이유는...7명의 동기중에 남은 3명...더 정확하게는 아직까지 시집못가고 남겨진 싱!글! 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면 30대 싱글녀에 대한 여러 책들이 나와있고, 수많은 세대에 대한 정의도 나와있다. 수정양이 나에게 썼던 세대정의는 트렁크족이었던가? 나에 대한 정의를 누군가가 내려주고, 내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나만 이렇게 사는건 아니구나라는 묘한 안도감이 생기는 한편, 내가 여태까지 10여년간 아니면 그 이상 가지고 지켜왔던 여행에서의 원칙과 가치관이 돈많은 싱글녀의 사치스러운 취미활동 정도로 퉁쳐져서 싸잡아 폄하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여하간에...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영원한 애정의 대상인 인천공항에 도착해 약간은 촌스럽다고 할 수 있는 푸른색 동체에 빨갛고 파란 태극마크가 박혀있는 마법양탄자를 타고 발리로 떠났다. 로밍이라는...한국과의 긴 끈은 차마 놓지못한 채로...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