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째날 (2008. 8. 16)
맨처음 휴가계획을 세울 때는 발리에서의 일정이 너무 긴 것 같아서 발리에서 일주일 머무른 후 싱가폴에서 2일 말레이시아에서 3일을 보낸후 한국에 귀국하는 일정을 세웠었다. 내가 이렇게 발리에 폭 빠지게 될 줄 모르고...
더더군다나 갑작스럽게 정현양까지 합류하게 되었는데 혼자 남겨두고 수정양과 함께 싱가폴로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질 않았다. 싱가폴을 안가고 발리에서 뭉개려면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1. 라이언에어 왕복 항공비(저가항공사라 취소시 수수료가 엄청나단다. 그래도 까짓거 취소수수료정도야 포기할 수 있다.
2. 싱가폴에 예약해놓은 호텔(별도 디파짓을 요구하지 않았고, 일정변경되면 미리 메일보내면 된다고 하니 걱정없다)
3.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1박 예약금(20불정도의 금액...까짓거 이것도 포기다)
4. 대한항공 항공권 변경하기(마일리지로 예약했기 때문에 자리만 있으면 추가비용없이 언제든 변경가능하단다)
5. 인도네시아비자(이건 어떻게 해결이 안된다. 7일자리 비자끊고 좋아라 했는데, 결국 여기에서 발목이 잡혔다. 하루 늦어질때마다 벌금이 20$이란다. 내 일정상 5일을 더 머무르면 100$. 출국심사대에서 돈없다고하고 최대한 불쌍한척 하면 깍아준다고도 하는데 난 시장에서 물건값도 잘 못깍는 왕소심이기에 이런짓도 못한다)
결국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싱가폴행을 감행한다.
가기싫은 곳을 억지로 가려니 별별일이 다 생긴다.
공항에서 지갑을 뒤지는데 신용카드 하나가 없어졌다. 그것만 도둑맞을 리는 없을테고 내 평소 행태로 보아 어디다 또 흘리고 왔나보다. 한국시간으로 자정무렵에 카드사에 전화걸어 분실신고를 하고 사용내역조회를 하고 난리를 쳤다.
라이온에어 싱가폴행은 00:30 출발해서 싱가폴 창이공항에 3:00에 도착한다. 순수 항공료는 129,000루피아. 택스와 유류할증료가 오히려 더 비싸서 550,000루피아. 한국돈으로 총 80,000원 정도 들었다. www.lionair.co.id
실제 항공료 129,000루피아라니...이게 버스인가 비행기인가.
그런데 더 신기한건 비행기를 탔더니 음료수도 주고 밥도 준다. 승무원언니들도 무지 이쁘다. 이렇게 해도 돈이 남나보다. 대한항공...당신들 뭐야 --+
(라이온에어의 넓은 실내공간.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3:3으로 되어있다)
(라이온에어 기내식. 덕분에 새벽 1시에 배불리 먹고 자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대만족)
싱가폴의 숙소에 도착하니 또 다른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에 도착하고 떠날 때도 새벽비행기라서 일부러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로 예약을 했는데 이 호텔 더블부킹이었나보다. 새벽 3시반에 찾아갔더니 세상이 방이 없는 거다. 그 시간에 다른곳 갈데도 없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거의 두시간이나 대기해서야 겨우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신 호텔 매니져와 새벽부터 싸워서 호텔비도 깍고 디럭스룸으로 업그레이드까지 받았다. 막상 호텔에 들어와보니 호텔비는 발리의 세배인데 시설은 발리의 절반이다. 특히나 로비에 대충 봉지째 놓여있던 식빵과 지저분한 쨈과버터, 껍질도 잘 까지지 않는 삶은계랸이 전부이던 아침 덕택에 발리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그래 발리로 돌아가자. 쿠알라룸프르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쿠알라룸프르를 포기하고 수정양을 따라 발리로 복귀하기로 결심했다.
(싱가폴 창이공항 근처의 카메룬호텔. 하룻밤에 싱가폴 달러로 70S$. 저 표지판에 since 1956이라고 되어있는데 호텔내부 들어가면 그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시 비추!)
인터넷에서 알아본 라이온에어 싱가폴-발리편은 이미 마감이었다. 창이공항에 다시 찾아가 당일에 대기로 올리면 탈 수 있는지 물었더니 대부분의 경우 탈 수는 있으나 요금이 비싸단다. 싱가폴달러로 S$164. 해서 항공사 직원을 통해 시청역 근처에 있는 라이온에어 사무실 주소를 얻어서 찾아갔더니 다행히도 여분의 좌석이 있었다. 가격은 세금과 유류할증료 포함 S$108. 오호~ 몸은 고생했지만 움직인 보람이 있다.
싱가폴내 라이온에어 사무실은 시청역 스탠포드 로드의 스텐포드센터 건물 1층에 있다.
항공권 때문에 어영부영하다보니 벌써 3시가 지났다. 싱가폴에서 하고싶었던 첫 번째 일은 애프터눈티 마시기. 보트키주변의 플러툰 호텔을 찾아가서 6시가 될 때까지 달콤한 케이크에 퐁당 빠졌다.
(티 또는 커피와 함께 써빙되는 삼단으로 된 트레이에 첫칸은 샌드위치류, 두 번째 칸은 스콘과 머핀류, 세 번째 칸은 케익류. 그만 달라고 할때까지 무제한 리필이다.)
(먹을거 앞에두고 아주 업된 그녀. 좋단다~)
(먹을거 앞에두고 좋아라 하는건 그녀도 마찬가지...)
(표면의 끈적한 질감까지 그대로 살려주는 수정양의 야심작)
6시까지 애프터눈티를 질러주시고 뭘할까 했는데...
아무리 싱가폴 여행책자를 뒤져도 딱히 할만한게 없다.
오죽하면 내가 한국에서도 안가는 동물원엘 갔겠는가?
그래도 간 기념으로 가볍게 사진한두장 찍어주는 센스~
(휴게실 의자도 사파리 느낌을 고대로 살려주는 쎈스...이런 디테일은 우리가 본받자~)
(나이트사파리를 마치고 나오니 거의 자정무렵. 지하철은 이미 끊겼고, 배는 고픈데 식당은 다 문닫았고...점심에 36S$짜리 애프터눈티 질러놓고 저녁엔 호텔방에서 쪼그리고 앉아 저걸 먹겠다고 저러고 있는거다. 것두 먹거리 천국이라는 싱가폴에서)
열 번째날 (2008. 8. 17)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
이미 다음날 발리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도 구해놨겠다. 발리에서 묵을 마사인 숙소도 예약해놨겠다. 그저 싱가폴에서도 잘란잘란 하면 되는거다. 근데...싱가폴은 잘란잘란 하기에 너무 고온다습하다. 새벽이동으로 인해서 잠도 제대로 못잔 탓에 불쾌지수 만땅!!!
싱가폴내 하루 이동경로
1. 아랍스트리트
2. 리틀인디아
5. 호텔귀환 &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