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발리를 몇 번 왕래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게게르비치"를 들 것이다.
물론 아직 못 가본 곳이 많고 과문한 이유로 내가 보지 못했거나 알지 못하는 더 좋은 장소는 분명 있을테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으론 가장 마음에 둔 바다가 되어버린 것이다.
셔틀차량을 운행하는 숙소의 장점으로 인해 오늘은 바로 그 바다로 가는 날.
9시 출발에 맞춰 로비에 나가 앉아있는데 어,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지난 발리행의 가이드였던 "와얀 아르따"와 조수 "꼬맹"이 무척 반가운 얼굴로 아는 채를 하는게 아닌가?
"잘들 있었어?" "녜. 또 오셨네요." 이들과의 재회는 늘 반갑다.
셔틀이 막바로 도착하여 역시 이들과도 짧은 만남이 되고 만다.
지난번 게게르비치에 갈 때는 발리콜렉션 입구에서 내려 검색을 받고 들어 갔었는데 이번에는 곧장 해변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발리콜렉션과는 도보로 25분 정도 떨어졌으니 절대 가까이가 아님.)
(드넓게 펼쳐진 해변엔 인적이 거의 없고 이렇게 서핑족을 실어나르는 작은 배만 이따금씩 머물다 간다.)
(착한 외손자가 할아버지를 모래찜질 하고있다. 이 넓은 바다에서 둘만의 망중한을 즐기니 장인어른은 천국이 따로 없을 터)
(드디어 마나님 등장!/지난번엔 맘대로 사진을 올려 초상권침해라고 강력항의를 한 뒤 철저한 사전검열을 당했다.
이 사진도 올리지 말라고 반대했지만 그래도 내가 누구냐? ㅋㅋ)
인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바다가 워낙 넓다보니 마치 우리만을 위해 준비해 둔 바다인 듯 마음껏 호사를 부려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볕이 강해져 비치파라솔을 빌리려 하니 나이도 많지 않은 주인녀석이 어럽쇼,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우린 오전만 있다 갈껀데 너 너무 한 게 아니냐?"고 강력 항변하여 결국 베드4개를 7만RP에 합의.
(그래도 많이 준 느낌인데 모처럼의 기분을 위해 양보했음.)
마누라는 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다가 어디나 그러하듯 잡상인들이 풀방구리처럼 와서 이것저것 사달라거나 마사지를 받으라고 끈덕지게 졸라대니 결국엔 강력대응 모드로 들어갔다.(바로 아래 사진 참조)
(현지인의 마사지 제의를 본인이 더 잘한다며 거절하고 머리지압을 실제 시범중/ 너무너무 시원해하는 현지인의 표정)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던 나는 모래사장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며 발리콜렉션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는데 어,
신기루처럼 갑자기 주위를 압도하는 호화로운 건물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게 아닌가!
(회원제 고급 빌라/높이를 규제하는 지역특성상 옆으로 모던한 건물들이 연속되고 있다.)
(난생 처음보는 사람모양의 베드/그 뒤로 쉐프가 요리를 해서 내놓으면 막바로 서빙하는 비치사이드바/오른쪽의 빨간 비치
파라솔도 내가 빌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바로 그 비치사이드 바의 전경/카운터테이블 앞의 푹신한 베드는 누워서 먹고 마시라는 건가?/호사의 절정을 보는 듯)
(비치사이드 바 뒤편의 목제 데크를 올라가면 이런 수변정원이 나타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정원 한 켠의 모던한 분위기를 주는 발코니 테이블/ 정말 이용하는 사람은 몇 없는데 하인복장의 현지인들만 분주하다.)
(그 몇 안되는 이용자는 전부 백인/부러운 생각은 전혀 들지않고 세상은 아직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앞선다.)
회원이 아니면 건물내부엔 출입조차 통제되는 고급멤버쉽 클럽이 비치를 코 앞에 두고 자리잡은 것이다.
디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데 직원 한 명이 나를 부른다.
"회원이세요?" "아니."(물론 회원처럼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어디에서 오셨어요?" "(저 위쪽 백사장이라고 대답하려다가)한국에서."
그러자 이 녀석 갑자기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아주 반가운 기색이다.
"저 멘유의 박지성 아주 좋아해요" 당황한 난 뜬금없이 "나도 옛날에 너희 나라의 수지 수산티 팬이었어."
하지만 녀석의 마지막 말은 결국 "회원이 아니시면 이 안까지 들어오시면 안됩니다."였다.
(길 건너편에서 잡은 루머스의 전경/금요일인데도 루머스뿐만 아니라 스미냑의 식당들은 대체로 한산했다.)
정오쯤 되어 국지성 스콜이 내려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바다에서의 한나절은 평소보다 더한 허기를 불러와 가져온 햇반과 컵라면, 김치,비록 파우치이긴해도 훌륭한 어묵국까지
끓여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카아 ~~~~ 좋다.
그동안의 국내소식은 TV로 보는 YTN의 뉴스에만 의존한지라 이것저것 알아볼 겸 해서 마누라에겐 4시에 출발하는 셔틀을 타고 디스커버리몰로 나오라고 일러두고 혼자 먼저 시내로 나왔다.
시내 R호텔의 조용한 인터넷 룸에서 웹서핑을 하는데 평균 30~40초를 기다려야 화면이 넘어가니 거북이보다 느린 그 속도에 정말 짜증이 났지만 어찌하랴,열 받아 봤자 혼자만 손해인 것을.
대충 일을 마치고 디스커버리몰에 도착하니 아직 셔틀이 오기엔 이른 시각이다.
해서 어제 까르프에서 에러가 난 카드로 인해 현금이 부족할까봐 환전을 하기로 마음먹고 1층 환전소엘 들르니 원화도 환전이
가능했지만 1만원당 6만RP로 달러(100불당 106만RP)나 엔화(1만엔당 100만RP)에 비해서는 초라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그래도 RP나 달러가 모자라는 긴급시에는 이 곳이 도움이 됨.)
(위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촬영한 왼쪽길/ 보다시피 명성이 자자한 뜨라토리아 피자집과 울띠모가 연이어 있다./위로 달리는
오토바이 방향으로 10분쯤 걸어가면 바다에 면한 쿠데타가 나온다.)
정시에 도착한 가족과 함께 예약된 루머스로 갓다.
약간 이른 시각이긴 했지만 손님이 별로 없는게 여기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때문일까?(별 생각도 다한다. ㅋㅋ)
울띠모가 가격에 비해 조촐한 품위와 우아함을 지녔다면 루머스는 펍의 분위기가 나는 개방형으로 비교되어 느껴졌다.
(꼭 한 곳을 선택해야 다면 개인적으론 울띠모가 더 나을듯. 특히 가족동반의 경우엔 더더욱)
(텐더로인 스테이크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우리 가족/ 정작 음식이 나오면 먹기에 급급해서 꼼꼼히 보신 분은 제 글에
첨부되는 모든 사진에 음식물은 늘상 전혀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맛 역시 그러했던 것 같다.
메뉴의 구성이 흡사한지라(코스로 나오거나 일품인 스테이크가 주종이므로 사이드메뉴 선택을 잘 해야 한다.)다른 분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이리라.
(식당 안 좌측에 당구대가 개방되어 있다./몇 번이나 가르쳐줘도 큐도 못 잡는 녀석이 폼만 그럴듯하다.)
스미냑에서의 식사는 사실 호텔로 귀환하는 마지막 셔틀시각을 맞추기 위해 느긋함보다는 끝나기가 무섭게 마음이
분주해진다. 길좁은 쿠따시내의 저녁시간은 항상 트래픽 젬이 걸려 재수가 없으면 서다가다를 반복하기가 일쑤이니
말이다.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인 디스커버리 몰로 돌아온 우리는 장인어른을 모시고 지난 2월의 공사이후 잘 정비된 해변가를
거닐다 무사히 숙소귀환에 성공!!!
(지난 2월엔 온갖 건축자재가 야적되어 흉물스럽던 비치스퀘어가 깨끗하게 단장을 했다. 오른쪽엔 Oceans 27이라는 근사한
레스토랑도 오픈을 했고.)
(위 사진에서 뒤로 돌면 펼쳐지는 디스커버리몰 후면의 전경/블랙캐년 커피점 위로 3층의 솔라리스도 바다가 보이는 좋은
전망의 음식점이다. 2층 왼쪽의 셀시우스보다 강추)
정원이아빠
Lv.17
2009.04.2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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