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발리홀릭이 되어버렸지만 예전엔 미국령 괌을 좋아해(가까운 거리와 편리한 인프라로 인해) 자주 찾던 때가 있었다.
3년전쯤인가, 괌 힐튼호텔에 묵던 어느 날, 가까운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가려고 바닷가를 낀 호텔로드를 걸어가고 있는데
동양계로 보이는 노인 한 분이 느린 속도로 자전거를 타면서 중간중간에 멈추기를 반복하는게 아닌가?
마침 트램버스의 정류장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길래 너무도 궁금해서 결국 다가가 말을 건넸다.
"무얼 하시는 겁니까?" "아,지도를 새로 만들고 있어요." 난 적지않이 놀랐다.
고산자 김정호도 아닌 평범한 관광객이 지도를 새로 만들다니? 그 노인은 일본인이었다.
그 분의 설명인즉슨 자주 오는 건 아니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나 길 또는 식당이 생겨 자신이 가진 관광지도에 첨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잃본의 힘을 다시 알 것 같았다.
가는 곳마다 현지어나 영어로 된 카탈로그나 브로셔보다 일본어로 된 안내책자가 더 많은 이유를 말이다.
대부분 여행사의 안내에 수동적으로 의존하여 선택임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옵션관광을 하거나 제공한 일정표 하나에만
의존해 용감하게(?) 외국엘 나서는게 우리네 실정임에 비하면 더욱 그러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여행사들의 품질 낮은 서비스도 어쩌면 그걸 비난하는 우리가 조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의 무리한 일정으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가까운 본사이비치로 나갈 계획이라 다들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발리로 오기 전 호텔 홈페이지에서 셔틀버스 운행에 대한 정보를 살펴 보았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서(비치와 쇼핑센타를
운행한다는 1줄짜리 안내가 고작이다.) 프론트에 알아보니 처음엔 일본인으로 알고 일본어 팜플렛을 한 장 디민다.
영어판을 달라고 해서 받아 보니 셔틀운행안내와 요일별로 호텔이 운영하는 게스트 이벤트 프로그램이 풍성했다.
머무는 동안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우리 여행객들은 몇 분이나 알고있을까를 생각하면 또다시 저으기 씁쓸해진다.
결국 비치는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했다.
호텔셔틀은 첫 운행이 10시부터라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남아 가까운 거리이니만큼 택시를 탄 것이다.
사누르 해변의 약간 남쪽인데 본사이까페 바로 앞에 있다고 본사이비치라 부르는 모양이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조망도 좋았고 제법 멀리 나가도 수심이 깊지 않았지만 물 속엔 발바닥이 아릴 정도의 거친 자갈과
수초덤풀로 인해 그다지 좋은 바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로비나나 누사두아의 게게르 비치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 본사이 비치로 들어가는 길/본사이 카페의 출입구도 겸하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바다가 나온다. -
- 들어가면서 우측을 보면 이렇게 분재를 전시해 놓은 마당을 만난다. -
- 한가로운 본사이 비치/ 호텔이 운영하는 곳이라 비치타올과 파라솔 등의 무료대여가 가능하다. -
- 해변길을 걷다보면 비치와 접해있는 작은 리조트와 미니호텔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중의 하나인 이졸라의 가든테이블에서
또다른 책읽는 여인을 보게 되었다. -
- "이졸라"리조트의 비치가든 한 켠에는 저런 원두막형 쉼터도 몇군데 있다. 탁자에 앉아 책을 보건, 베드에 누워 뒹굴건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건 무엇을 하든 선택일 따름이고. -
- 바다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용하라는 배려일까? 비치 바로 앞에 마련된 이졸라의 작고 예쁜 수영장. -
- 본사이 비치의 거친 자갈과 수초로 인해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와 성이 안 찼는지 아들녀석은 수영장으로 냅다 뛰었다.
헌데 또 책읽는 서양아줌마가 카메라에 잡혔다. 그러고보면 그들은 책과 무척 친하다. -
- 한가로운 수영장은 완전히 서양인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우리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기보단 머물러
있으면서 즐기는 정적인 휴식에 다들 익숙해 보였다. -
모처럼만에 느긋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5시에 로비에 나가 앉았다.
한 달전쯤인가, e-메일로 kb카드의 발리이벤트 안내서를 받았는데 첨부된 내용물엔 이 곳 발리의 호텔이나 각종 업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목록이 들어있었다.
그 중에서 요긴하게 쓰일만한 것 몇 가지를 출력해서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발리하이의 디너크루즈 쿠폰이었다.
정상가격은 1인당 45불(어린이는 22.5불)이지만 20%의 할인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해서 어제 로버트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사실이었고,그 즉시 예약을 잡았다.
픽업차량은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고, 베노아 항의 노을을 바라보며 배는 출발했다.
예전에 데이 크루즈를 할 때는 쏟아지는 햇살아래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한낮의 수선스러움이 가득했더랬는데 대부분
연인이거나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낙조를 바라보며 밀월을 즐기는 분위기가 그때와는 사뭇 달라보였다.
선실에서의 뷔페식사와 연이어 밴드연주와 쇼공연이 계속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고 마지막에는 모두 플로어로 나와
함께 춤까지 추었으니 말이다.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서양인들처럼 능동적인 참여와 적극성을 보인다면 꽤 괜찮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듯싶다.
- 오랜만에 간 발리하이의 선박 계류장/노을이 지면서 정박한 배들은 휴식을 취하고 우린 밤바다로 떠난다. -
- 때마침 가까운 웅우라라이 공항에서 비행기 한 대가 떠나고 있다. 이때만 해도 내일이면 우리도 저렇게 떠나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연과 결항이라는 사건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
- 아쉽게도 이것이 디너크루즈의 마지막 사진이다. 탑승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예비용 건전지를 4개나 샀는데 왠걸,
아무리 바꿔서 갈아껴도 디카는 응답이 전혀 없다. (여행팁:충전이 잘 되는 디카를 가져가시고 절대 인도네시아 건전지
사지 마세요. 에너쟈이져가 아닌 에너지리스입니다. 숙지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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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수영장 썬베드 누워있는 사람 전데요 ㅋㅋ 같은날 같은 숙소였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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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지연과 결항을 겪으셧나본데 다음 후기가 기대됩니다 ..
정원아빠~ 무더운 여름 잘 지내시지요? -
인니 건전지 에너지리스에 한표!
새걸로 갈아껴도 카메라는 요지부동, 제 카메라가 고장 난 줄 알고
난감했던때가 있었지요..ㅋㅋ -
제가 알고있기로는 대부분의 디카는 충전지(니켈수소전지)를 넣어야 원활한 동작이 이루어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전지(알카디전지)는 디카를 구동시키는데 적당치 않아서 그런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