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nam Eco 에서의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 나옵니다. 오늘의 일정은 Kintamani 지역으로 이동,점심식사를 하고 우붓으로 가는 것입니다. 오며 가며, Goa Gajah 라든가 Tegalalang의 계단식논을 구경하게 됩니다.
낀따마니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목공예 공방을 둘러 봅니다. 우붓 주변으로 넓게 이런 공방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런 곳도 관심이 있다고 해서 코코가 일부러 넣어 준 일정입니다.
사실 우리 가족이 작가의 작업실을 보고 싶다고 한 건 회화작가를 얘기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적당한 가격에 자그마한 그림이라도 있으면 하나 살까 싶기도 했고.
여기 목공예실은 작품 하나하나 나무랄 데 없이 멋지고 좋았지만 사가지고 가기엔 부피나 무게도 장난 아니고 가격은 더더군다나 더 그렇고 (물론 협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서 그냥 목재건조약품 냄새가 진동하는 수장고를 눈팅만 하다가 나옵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우붓 근교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할만한 오래된 사원 Goa Gajah. 딱히 들릴 마음까지는 없었습니다, 발리에 오기 전 발리 공부를 좀 하다 보니 그닥 썩 끌리는 곳은 아닌 것 같아서.
하지만 워낙 유명한 곳인데다가, 왔다 갔다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다는 코코의 말에 들린 곳입니다. 브두굴에서 낀따마니로 가려면 거의 우붓 근처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하네요.
사실 고아가자에서 우리 눈길을 사로 잡은 건 코끼리 동굴이 아니라 코코와 찍은 위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두터운 모직 잠바 입은 아빠와 겨울잠바 입은 그의 아기 가족. 머하는 짓이고!? 더버 죽갔구만! 현지인들에겐 쌀쌀한 날씨였나...?
목욕신전(? 영어로 bathing temple 이라고 설명해 줬음) 앞에서 가족사진 한장. 제사를 드리기 전 목욕재계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 가이드, 코코아저씨, 정말 잘 구한 것 같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친절하고 해박한 설명, 사진도 잘 찍어 주시고, 무엇보다 보기 좋았던 것은 자기 문화에 대한 철철 넘치는 자부심과 진솔함!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까지 등재되었다는 코코의 자랑스러움과는 상대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이 고아가자란 곳은 역사적의의나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그저 이렇게 맑고 더운 날씨 속에서 가운데에 커다란 나무가 우뚝 서 있는 호젓한 공원 같은 곳이었다 라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고아가자의 소위 코끼리동굴이라고 불리우는 (사실 코끼리는 아니고 신화에 나오는 각종 요괴(devil)상이라고 합니다) 주요 볼거리 주변 아래로 나 있는 숲속 산책로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고 시원했던 곳, 고아가자였습니다. 안 갔다면 너무 유명한 곳이라 계속 궁금했을텐데, 그런 면에서 가길 잘 했고 나름 구경 잘 하고 나온 곳.
고아가자를 나와 Lake Batur를 조망하는 낀따마니 쁘느로깐(Penelokan)지역의 한 부페 레스토랑에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호수가 바로 바뚜르호수. 코코 말로는 가물 때나 우기 때나 수량이 항상 일정하다고 하는데... 뭐 정말 그럴까 싶긴 합니다만, 여튼 경치 하나는 정말 가슴 탁! 틔게 하는 과연 명불허전 절경입니다.
쁘느로깐 지역으로 올라오면 바뚜르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줄지어 여러 식당과 숙소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우리가 그 중 들어간 식당은 가장 유명하고 괜찮고 전망도 캡짱이라는 (물론 코코의 설명... 뭐 자기가 데려가면서 여기 실은 좀 떨어지는 데인데 그래도 함 가주라 하면서 데려가지야 않겠지만... 여튼 전체적으로 평을 하자면 식당 좋았어요.) Grand Pucak Sari (T.0366-51-073).
상당히 넓은 2층 구조 식당인데 아마 당연히 2층이 더 전망이 좋겠지요. 코코의 주선으로 우리 가족은 2층 창가 가장 좋은 뷰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식당 안은 이미 중국, 말레이지아, 러시아, 영미권 등등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시끌시끌 합니다.
주로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들이 주를 이룬 부페 메뉴 중 특히 통감자 튀김과 각종 사테가 참 맛있었습니다.
말레이지아에서 닭털 박힌 설익은 닭고기 사테를 먹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던 우리 가족은 다시 사테와 화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테야 사테야 이제 우리 사이 좋게 지내자. 너도 앞으로 털 잘 뽑고 쫌 매매 단디 익혀주렴.
낀따마니에서 가장 할 일이라면 이 웅장하고 시원시원한 바뚜르산과 호수의 전경을 즐기는 것. 여유로운 식사와 함께라면 더 좋겠죠.
그런 낀따마니에서의 여유를 위해서 그랜드뿐짝사리 부페식당,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식당들이 그 옆으로 또 있으므로 전망만 좋다면 다른 식당들도 비슷비슷한 수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낀따마니에서 우붓으로 다시 내려오는 길에 발리 계단식논(Terraced Rice Fields)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Tegalalang 지역에 들립니다.
이곳으로 들어서는 구비구비 언덕길에는 여러 사람들이 사이클링을 즐기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가로이 (옆에서 볼 때 말입니다. 달리는 본인들은 상쾌한 기분과는 별도로 힘은 많이 들었겠지만) 달리는 바이커들을 조심스레 비켜서 달려 도착한 뜨갈랄랑은 과연 듣던 대로 세월이라는, 인력(人力)을 넘어서는 힘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법한 테라스 논의 향연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 넓지는 않은 야트막한 일종의 계곡 사이로 층층이 쌓인 계단을 보며 야 멋지다 좋다 외치다 보니, 스리랑카 내륙을 다니며 밀림 속에서도 곳곳에 연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며 야 멋지다 감탄만 하다가 문득 논 한가운데에서 비 맞으며 홀로 일을 하고 있는 촌부 한분을 보고 마냥 들떴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았던 때가 기억납니다.
구불텅 구불텅 패턴을 이룬 테라스가 실은 이 논을 일군 뜨갈랄랑 분들의 고생진 주름살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각자 삶의 터전에서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이곳에 여행을 와서 뜨갈랄랑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고 지역사회에 수입을 안겨주는 우리 관광객들이 희희락락 놀다 간다는 생각에 농부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아주 감사한 마음은 가지고 이 좋은 경치를 즐길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 분들의 노고로 우리가 즐겁고 refresh 할 수 있었음을.
그리고 보면 한국에서건, 발리에서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누군지,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알 순 없어도 그저 열심히 살아 주고, 그것으로 많게든 적게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니, 살아가 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들 참 감사하군요.
여유를 부리다 보니 시간이 좀 늦어졌습니다. 우붓으로 내려와 얼른 숙소인 Tunjung Mas Bungalow에 짐만 내려 놓고 다시 코코의 밴에 올라탑니다.
친절한 뚠중마스 직원 아저씨, 웰컴드링크 마시고 가라며 미리 준비해 놨다 싶을만큼 잽싸게 시원한 땡모빤(우리 부부에게 수박쥬스는 카오싼에서의 강렬한 맛의 충격 때문에 무조건 땡모빤..ㅋㅋ) 한잔을 장식까지 꽂아서 한잔 갖다 주십니다.
이 멋지고 친절한 숙소, 우붓에 다시 온다면 다시 묵고야 말, 뚠중마스에 대한 얘기는 다른 글에서 다시.
숙소에 짐만 풀고 얼른 도로 튀어 나온 이유는 ARMA(Agung Rai Museum of Art)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http://www.armamuseum.com/)
사실 뚠중마스와 아르마 미술관은 걸어서 버스 한정거장 거리도 안될만큼 가깝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코코가 굳이 그 짧은 거리를 차로 바래다 주겠다고 했고, 저희는 저희대로, 저녁에 누사두아의 자기 집까지 돌아가야 하는 코코를 빨리 보내기 위해 급히 짐을 풀고 코코의 차에 올라탄 것이죠.
너무 가까운 나머지 바래다 주겠다는 말이 무안할만큼 금방 아르마 미술관에 도착... 쩝. 코코 아저씨, 오늘도 안전운전! 누사두아까지 먼길 조심히 가시고 낼 모레 또 데리러 와요-!
아르마미술관에는 커피 한잔 값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술관 카페(Warung Kopi)에서 커피나 차 한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
그 진하고 정신 없이 쓴 꼬삐발리 맛에 중독까진 아니더라도 은근 끌리고 있는 우리 부부는 커피로 2잔을 주문합니다. 계피 막대와 함께 나온 발리커피는 더븐 날씨 속에서도 무지 뜨겁게 나와서 땀이 찐득찐득한데 뜨끈하게 목구멍을 넘기는 맛이 별미인 그런 것이군요.
아르마의 와룽꼬삐 옆으로는 이웃한 숙소 Bali Putra 사이에 놓인 논이 있어서 가끔짝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흔들하는 푸른 벼를 보며 차한잔 하는 재미가 꽤 솔찮습니다.
아궁라이 라는 이름을 가진 부부의 콜렉션을 위주로 미술품의 상설, 기획 전시도 하고 무대공연, 지역사회 학생들 교육, 각종 워크샵을 여는 종합예술센터이자 미술관 뒤로 리조트도 운영을 하는 ARMA.
그림에 관심 많으신 분들이라면 아르마와 내일 가게 될 네까 미술관, 이 두 곳만 보더라도 전혀 걸음이 아깝지 않을 우붓이 될 것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와 그런 아내를 따라 흥미를 갖게 된 남편-우리 부부는 아르마를 걷는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깜땩이야! 이런 괘쇜!! ㅋㅋ 진짠 줄 알았잖아!! 나무로 만든 개인데 그냥 구석에 어두컴컴하게 쭈굴탱하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허걱 싶었습니다.
미술관 직원들이 살살 불끄고 문닫고 할 즈음 (끝났습니다, 나가세요, 이런 말 하지는 않더군요. 뭐 더 뻐탱겼음 말했겠지만...) 아르마에서 걸어서 금방인 숙소 뚠중마스로 돌아와 하루종일 땀에 절은 몸을 씻고 저녁식사를 할 재즈카페로 이동했습니다.
(http://www.jazzcafebali.com)
전화로 픽업을 요청하면 (T.0361-976-594) 우붓 내 숙소로 데리러 와 줍니다. 우리 가족은 뚠중마스 카운터에 가서 재즈카페로 전화 한통 걸어달라고 하자 혹시 픽업 요청하는 것이냐고 직원이 물어보면서 자기가 픽업 요청해 줄테니 방에 가서 쉬고 있으라고 그래줬지요.
메뉴는 전채, 디저트, 메인, 파스타, 피자 골고루 갖춰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무난하게 마르가리타 피자에 지중해식 토마토소스 파스타, 쥬스, 빈땅을 주문했습니다.
음식 맛은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식보다도 이 곳에 왔으니 라이브 연주를 맛보아야죠. 아르마에서 뻑가게 하는 그림들의 융단 폭격을 맞고 나른하면서도 자극에 반응하기에는 되려 민감해진 감수성에 빈땅 한잔, 사랑하는 아기와 함께 삐딱하게 벽에 기대 누워 그루빙이 톡톡 살아 있는 멋드러진 음악을 듣고 있자니... 아, 오늘 정말 여러번 행복해 집니다.
듣는 귀는 없어도 즐길 마음은 충분한 우리 부부에게 정말 즐거운 라이브의 연속이었고 정열적이라기 보단 진지하고 성실한 연주자들은, 여기 내 술 한잔 받고 좀 쉬었다 하소, 하고 싶을만큼 계속해서 열심히 그리고 즐거운 표정으로 그네들의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올 땐 데리고 와도 갈 땐 안 바래다 줍니다. ^^;;
택시(사설 드라이버의 밴)를 불러서 뚠중마스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에 우붓의 하늘엔 불을 밝힌 연 같은 것들이 밤 하늘 여기저기에 떠 있었습니다. 운전기사 구스띠 아저씨(Gusti Ariastra gusti_ariastra@hotmail.com)는 자꾸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저게 뭐지? 저게 뭐지? 궁금하시죠? 뭔지 알아야 알려드릴텐데.."
하며 친절스런 호들갑을 떠셨습니다.우리 부부는 서로 쳐다 보며 그냥 웃습니다. 서로 눈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 필요 없어요.
마음이 부자인 누군가가 더 로맨틱한 우붓으로 만들려고 띄웠겠지요.'
오늘밤은 입 헤 벌리고 사춘기 낭만소년, 낭만소녀가 되렵니다.
-
저두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요,
저녁/밤엔 안되고 낮에도 시내 나가는 것만 되고... 뭐가 복잡하더라구요.
그래도 저희 동선이 그런 숙소 정책하고 부딪히지 않아서 기분 좋게
잘 묵고 잘 다녔습니다. -
jaime님 여기서 또 뵙네요^^
아기도 너무 이쁘고 둘째가 이제 세상에 나왔겠네요^^
너무나 행복해보이는 가족입니다 -
아뒤뵈니 아콰에서 답글 달아주신 말랭이엄마님이신가요?
예 둘째도 건강히 나왔지요
실은 이 글들 제 블로그에 있는 글들인데
평소 신세 많이 지는 아콰와 발리섶에도 올려야지 않겠냐는 아내 말에
이 곳에도 올리고 있답니다
공부 열심히 하시네요 부럽습니다 좋은 여행 되시길~!! -
네 감사합니다 ^^ 혹시나 후기 더 올리셨나 매일 체크하고 있어요
이번주 금요날 떠나요 ^^ 두근두근거려요 ㅎㅎ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내셨네요~ 완전 체력킹왕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