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에서 2박을 묵은 곳은 칭찬과 추천이 자자한, Tunjung Mas Bungalows 였습니다. (http://tunjungmas.com/)
저희 가족이 숙소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가지 요소가 있지요. 저렴한 가격 (가격대비 효능), 시내 접근성, 거기다가 작더라도 수영장이 있어서 아기랑 잠깐이라도 땀 식힐 수 있어야 할 것.
원래 워낙 칭찬과 추천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여튼 뚠중마스가 저희 가족의 구미에 거의 딱 들어 맞는 훌륭한 숙소였지요.
잘 아시다시피 방은 6개 밖에 없습니다. 1,2층에 각 방 1개씩 있는 숙소건물동이 3개 있는 형식이지요.
그리 넓은 부지에 서 있는 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좁다 싶은 면적에 요리조리 미로 같은 느낌으로 길을 만들어 놓아서 (사실 숙소 끝까지 이어지는 길 옆으로 각 룸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 있는 단순한 구조이건만) 숙소까지 걸어들어가다 보면 꽤 깊이 들어간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2층 룸의 경우 욕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1층엔 샤워 시설만 되어 있구요. 약간 오픈된 구조의 욕조에서 모기에 좀 물리더라도 목욕 한번 해 보리라 싶어서 약간 더 비싼 2층에 발리서프로 예약을 넣었는데 2층은 풀부킹이라는 회신. 결국 1층 더블룸 6호실로 예약이 되었습니다.
이 숙소의 단점이라면 숙소, 주택 같은 건물에 둘러 싸여 뷰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일텐데, 이거 뭐 저 포도는 실거야 라는 여우의 심정인지 모르겠지만, 막상 1층에 묵게되자 뷰도 별로 좋지 않은데 2층 욕조에서 목욕해봐야 무슨 소용있겠어 하는 생각도 들고, 결정적으로 아기가 있는 상황에서 얘는 계속 쿵쿵 뛰어 다니는데 2층에 묵었으면 1층 투숙객들에게 많이 미안했겠다 싶기도 합니다.
위치는 ARMA 미술관 거의 바로 옆, 하노만 거리(JL. Hanoman)를 사이로 두고 Tegal Sari 건너편으로 위치합니다. 코코가 뚠중마스를 잘 몰라서 처음에 뜨갈사리로 들어갔었지요.
사진은 뚠중마스의 초입. 오른쪽은 바틱 공방과 갤러리입니다. 뚠중마스의 주인장이 바틱 갤러리 겸업을 한다고 하죠. 왔다갔다하면서 구경한 바틱은 괜히 그렇다 하고 봐서 그런지 뭔가 있어보이는 묵직하고 멋진 그런 것. 가믈란 음악을 은은하게 틀어놓고 열심히 왁싱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여자 기술자분의 일하는 아름다움을 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으레 매우 비쌀 것이라고 판단, 눈팅은 오오예! 구입은 노! 가격은 물어보지도 않은 쫌생이 부부!)
입구에서 카운터가 있는 곳 사이에 자그마한 주차공간이 있어서 코코는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우리를 기다려 주었지요. 여기에 항상 주차해 있는 차 한대, 날아라 뚠중마스1호! 이넘은 반갑게도 갸차 쁘레기오(프레지오를 여기선 이렇게 부르더군요) 입니다. 여기 오기 전엔 하루 2번씩 시내 픽업 가능하다고 젊고 멋진 매니져, 꼬망(Komang)으로부터 들었는데, 이 양반이 첫아기를 낳고 돌아와서 우리 일행을 맞고는 뭐 정책이 바뀌었다나 하면서 하루에 한번만 가능하고 어데까지는 되고, 안되고... 뭐 말씀이 많으셨습니다.
전반적으로 친절하시니 넘어갑시다, 흠흠.
친절하고 구수한 (그냥 친절하다는 말로는 좀 부족한, 구수한 느낌의...) 직원 아저씨의 안내로 뚠중마스 제일 끝쪽에 있는 우리 숙소 6호실로 가는 길에 만난 아담한 수영장. 오른쪽 석판을 쌓아 올린 듯 만든 벽으로는 자그마한 폭포도 흘러내립니다. 더울 때 날잡아서 함 담궈주러 오마, 그때까지 수질관리 철저, 기둘리고 있어라!
숙소로 가는 길 옆 벽에 아기자기 재미나게 만들어 놓은 조각들. 낮에 보면 이런 조각들 밑으로 직원들 한명씩 한명씩 일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다가 마실 나가는 우리 가족과 눈이 마주치면 씩 웃고는 슬슬 일어나서 또 다시 하던 일을 합니다.
꼬망이 모는 뚠중마스1호 쁘레기오를 타고 시내로 나가면서 직원들이 일 안하고 농땡이 치더라 꼰질렀더니, 여기 뚠중마스 직원들은 대부분 쥔장의 일가친척가족이라서 짤릴 염려 없다는 설명.
마지막 담벼락을 싹 돌자 나오는 자그마한 정원. 바로 2박3일 동안 우리 가족의 정원이 될 6호실 정원입니다. 그러고보니 1층에 묵어야 이 작은 정원도 가질 수가 있겠군요.
정원이 있으니 이렇게 아침식사도 나와서 하고, 잠깐이라도 아기랑 정원에서 뛰어 놀고 노래도 부르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방은 충분히 넓습니다. 침대도 아기를 가운데 놓고 세식구가 함께 자기에 충분히 넓구요. 침대 옆의 창문은 화장실, 샤워실이 보이는 창문입니다. 밤만 되면 이 너른 천장과 벽을, 나중엔 반갑기까지 했던 도마뱀 한마리가 휘젖고 다녔었지요.
아기는 도마뱀 보면 이젠, "도마아배엠~ 도마아배엠~" 노래를 부를 정도로 세련되어 졌습니다.
침실과 화장실은 옷장과 파운데이션룸으로 꾸며진 공간을 지나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커텐을 젖히면 자그맣게나마 잘 가꿔진 푸른 수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침실처럼 넓직한 화장실과 샤워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두손에 파묻고 있는 여성상 옆으로 샴푸와 바디워쉬가 담겨져 있습니다. 샤워실은 꼭 동굴에서 샤워하는 기분나도록 바닥은 조약돌, 마감은 그냥 황토 흙벽으로 했습니다. 밖과 통하는 공간은 모기장으로 처리해서 샤워하다 모기 물리는 썩쓰한 경험은 피할 수 있었지요. 배수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불편할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벽 대부분이 창문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커튼을 젖혀 보면 담벼락. 하지만 이 가격에 유치한 기운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게 세련된 숙소에 친절한 대접 받으며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담벼락도 하나의 뷰 같습니다. 황토빛 담벼락에 드문드문 놓인 조각상들이 참 아방가르드하기도 하여라-! 뚠중마스에 푸욱 빠졌다우.
아침식사는 기본적으로 룸서비스. 단, 전날 저녁에 다음날 뭐 먹을지 주문을 미리 해 놔야 하는 수고 아닌 수고를 약간 해야 합니다. 안하고 버탱기고 있으면 직원이 직접 똑똑 문 두드리고 찾아와 물어봅니다.
둘째날 아침 먹은 땡모빤에 팬케익, 나시고랭 등등. 단, 바나나를 얹은 팬케익은 먹음직스러움과는 달리 속이 덜 익어서 쌩밀가루 반죽이... 이 숙소를 넘 좋아하다 보니 첨엔, 여보 여기 팬케익에 모짜렐라 치즈도 들었어! 하고 먹었다는... 씩씩하게 씹고 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밀가루 풀내음.
그래서, 항상 덜 익은 팬케익이 나온다는 건 아니겠지만 다음에 또 간다면 팬케익 대신 올가닉한 느낌의 호밀식빵을 계속 시켜 먹으리라 다짐을 합니다.
남부만큼 덥지는 않은 우붓이지만 한낮 태양이 높이 솟자 조금 움직이면 땀이 끈적끈적 밸 만큼 더워집니다. 바로 이럴 때 들어가라고 만들어 놓은 게 이 자그마한 수영장.
수영장만 보면 크기도 그렇고 옥타일을 바른 듯한 색깔까지 꼭 찜질방 대욕탕 냉탕 같은 분위기이지만 그 옆으론 자그마한 폭포가 설치되어 옥냉탕과 차별성을 둡니다. 얼굴에 계속 튀겨 오는 물방울들이 참 시원합니다.
물은 깨끗한 편이었고 작아도 성인풀, 키즈풀이 나눠져 있어서 성인풀의 물이 키즈풀로 넘쳐 오게 되어 있습니다.
낮이 되어 산으로 들로 미술관으로 투숙객들이 다 나가버리고 조용한 숙소에서 우리 가족만 남아 물놀이를 즐기니 그냥 완전 개인 수영장이네요. 물에 들어갔다가 따끈하게 데워진 바닥에 앉아 쉬었다가 파라솔 아래에서 과일도 깎아 먹으며 한참을 쉬다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발리 어디에나 놓여 있는 짜낭사리, 수영장이라고 예외는 아니군요.
뚠중마스의 또다른 위치적 잇점은 ARMA와 지척의 거리라는 것. 우붓 시내(?)로 치면 변두리이지만 그 넓이가 아주 크진 않으니 중심부(Pasar Ubud 근처)까지 걸어서 30여분이면 가는 것 같습니다.
아침을 먹기 전 아르마까지 산책을 하고 길 건너 뜨갈사리 쪽까지 한바퀴 돌고 들어오는 길에 미리 봐 뒀던 세탁소에 세탁물도 맡기려고 숙소를 나섭니다.
뚠중마스 옆집인 Bali Putra 직원이 아침 일찍부터 맨발로 다녀도 깨끗할 정도로 맨들맨들 로비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햇살을 이고 하루를 힘차게 여는 모습이 보기에 참 멋졌습니다
우리집보다 낫네. 우리집은 맨발로 다니면 발바닥 시커매지는데.
같은 장소이지만 오후의 고즈넉함과는 또다른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아르마의 입구에 들어섭니다.
이른 아침의 아르마는 따로 입장권 검사를 안 하는 듯. 정리정돈하는 직원들도 암케나 돌아댕기는 우리 가족을 보고,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런 경계성 멘트 없이 살짝 살짝 웃으면서 지나갈 뿐입니다. 어쩌면 리조트 ARMA 투숙객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요.
아침의 아르마를 한바퀴 돌고 다시 뚠중마스로 돌아오는 길은 눈을 돌리는 데마다 푸른 논이 곳곳에 보입니다.
또다른 길건너 숙소 뜨갈사리와 레레마스 뒷길을 지나서 길을 건너려고 보니 멋진 논둑길이 나왔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나와서 이 길을 걸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른 아침 1시간여 뚠중마스 주위를 산책한 것, 큰 임팩트가 있는 경험은 아니었지만, 은은하면서도 진중한 발리의 공기를 천천히 가득 들이마실 수 있었던, 이번 발리 여행에서 잊지 못할 시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값비싼 리조트에 갈 엄두는 나지 않고, 또 아기와 함께 하는 우리 가족에겐 아직 들어맞는 곳이라고 생각도 되지 않구요. 뚠중마스는 그런 우리 가족에게 정말 만족스러운 숙소였고, 이만큼 가격대비 훌륭한 숙소가 우붓에는 또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risk를 감내하는 걸 싫어하는 복지부동 우리 가족은 우붓에 또 온다면 또 다시 여기 묵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곧 출산일것 같은데, 틈실한 사내아가까지 데리고.....
젊으니까 가능하겠지요??
암튼 후기 자~알 읽고 있습니다
체력허락할때, 아이들이 초등학생일때 부지런히 여행다니세요
저희는 올 2월에 중딩아들, 고딩딸 모시고(?) 다녀왔는데, 원성이 대단했어요.. 학원빠지면 안된다는~~~
아이들이 뭐라든 올 겨울방학에도 또 다녀오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곧 50대에 들어서는 엄마가 기분전환이 필요해서요~~
건강한 아기 출산하시고, 잘생긴 아들도 예쁘게 키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