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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10.08.22 12:32 추천:8 댓글:1 조회:2,143
워낙에 여행을 생각 없이, 계획없이 떠나는 것이 습관화 되어서 일까요? 발리 여행도 계획에서 실행단계까지 1주가 채 걸리지 않았는데, 막상 여행을 준비하고 떠난 적이 없어 준비란 것을 하려고 해도 뭘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늘 나와 사는 직업적 특성상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지고 다녀, 그냥 그 짐 그대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늘 혼자 여행다니면서 익힌 습관때문인지, 그냥 생각없이 국내 여행 떠나듯이 갈 거라 생각했지만, 마침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여행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게 있어 여행이란게 어떤 의미인지를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마살로 몸둘바를 모를 정도까지의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에 그냥 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어(최근에는 귀찮아서 집에서 잠만 자고 합니다만...) 어딘가라도 무작정 떠나고, 돌아다니면서 밥도 먹고, 혼자서 4~5인분 되는 지역 특산 요리를 시켜놓고는 어떻게 먹을까 고민도 해보고, 그 지역 시장도 가보고 사람 사는 모습도 보고, 어디서나 사람 사는 것은 똑 같구나 라고 느끼고 돌아다니는 것...재미있었더랍니다...견문을 넓히고 지식이 넓어지고, 마음을 열어준다는 거창한 여행의 효과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 당시가 집에 있기 짜증나고 힘들때, 혼자지만 나서서 다니는 것 그것도 좋았고, 혹시 다니다가 모르는 사람일 망정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좋았었습니다.

발리 역시 생각없이 떠나려 했지만, 다행이 이 카페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제겐...어떻게 보면 정말 색다른 여행이 되었던 것 같고, 상상도 못할 일들이 많이 벌어졌었죠...

예전에 물에 빠져 몇 시간 기억을 잃고 구조된 이후 물 근처도 가기 싫어했으면서도 서핑이란 것을 해보고, 국내에서 그렇게 한 번 해보려 했지만, 번번히 사정때문에 못했던 래프팅도 해보고...사람을 무서워해서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지 못했었는데, 좋은 분들 만나면서 그런 안면도 트고 재밌었습니다.

이국적인 면도 충분히 넘쳐나고, 비록 그 나라에 대해서 많이 알고 가진 못했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우리와 다른 면이 많은 사람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현지인들이 워낙 엘리트들이 많아 적응력도 빨라 문화적으로 많이 동조되어 살지만, 현지인들의 모습은 정말 다르고, 생활방식도 차이가 많더군요. 그렇게 길이 막혀도, 운전하면서 짜증내지 않는 느긋한 성격에, 그러다 보니 수많은 오토바이들, 오토바이를 탈 때 느껴지는 바람이 차가워 그 햇볕내려쬐는 날씨에 가죽점퍼에 솜점퍼까지 입고 다니는 모습은 일면 재밌긴 하지만, 그 나라의 기후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침마다 가게 앞에 음식과 향을 내고, 그들의 신을 경배하는 모습에서 경건함도 보였고, 낙천적이고 순진한 모습에서도 넉넉함이 보이더군요...비록 가진거 없고, 관광객들이 주고 가는  팁이 수입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우리가 발리를 좋아하고, 즐기지만 정작 그들은 금전적인 이유로 옆에 있으면서도 즐기지 못하고, 그런 이질적이고 동화되지 못하는 모습에서도 적개심 등을 보이지 않는 나라, 관광중 식사 비용으로 팁을 주면 밥을 굶어서라도 그 돈을 아끼는 모습에서는 좀 미안함마저 드는 곳이었습니다.

비록 북 태평양에 위치한 다른 휴양지와 달리, 연안 산호빛 바다는 부족하고, 모든 것이 낭만적이진 않지만, 그 나라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있고, 생각보다 한국사람이 적고, 외국인이 많은 곳. 딱히 할 일이 없어도 아침이면 밖으로 나오는 현지인들, 홍콩과는 또 다른 다국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그곳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말끝마다 '박지숭'을 외치며 축구에 열광하고 타인을 치켜 세울줄 아는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사실 사진을 많이 남기진 않았고, 5년전 군대갈 때 이후로 거의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어 이번에도 거의 사진은 남기지 않았지만, 사진보다 중요한 것이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 하냐가 아닐까 합니다. 실컷 찍어와서 하드디스크 한 구석에 남겨놓은 사진 한 장도 훗날 좋은 추억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부여한 의미가 동기가 되어 그 때의 기분을 다시 즐기기 위해서, 각박한 우리 일상을 버리기 위해서 다시 갈 수 있는 동기가 된다면 그 의미는 (물론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실망하고 돌아서기 전까지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비록 짧은 여행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발리~~ 아마 2~3번은 더 가지 않을까요?
  • totoruru 2010.08.25 02:12 추천
    우리가 발리를 좋아하고 즐기지만, 정작 그들은 옆에 있어도 즐기지
    못한다는 말 정말 동감합니다. 썬배드에 누워 아~ 행복해~~하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풀을 뜯고 있더군요....한국어를 너무 잘 하는 가이드들도 한국에
    와 보지는 못했다고...한번 꼭 가고 싶다고 했는데~~
    비행기가 뜨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짜안하면서 너무나도 서운하던 맘...
    너무도 친절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그들이 또 보고 싶어지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