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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날입니다.
조식을 먹은뒤 각자 다른 일정으로 움직이기로 했기때문에, 일찌감치 조식당에 모입니다.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비내리는 테피사와는 수련처럼 청초한 모습이네요.
정원 가운데 있는 조식당은 없는 밥맛도 만들어 줄 만큼 상큼합니다.
아메리칸, 인도네시안, 인터컨티넨탈 중에 고르는건데 생과일주스도 따로 나오고 제법 괜찮았어요.
인도네시안은 나시고랭,미고랭,부부르아얌 세가지중에 고를 수 있어요.
감기몸살을 앓고 있는 신랑을 위해 부부르아얌을 시켜줬습니다.
근데...음...인도네시아의 향기가 듬뿍...다행히 코가 막힌 신랑은 아무냄새도 안난다며 잘 먹었습니다.

신랑은 방에서 휴식, 언니랑 조카는 수영장에서 물놀이, 형부랑 저는 우붓시내로 마사지 원정을 나갑니다.
어제 잘란 몽키포레스트에서 받았던 마사지샵 전단지를 보고 찾아갔는데,
테피사와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을 타고 갔습니다.
저렴한데다 두피 마사지나 네일같이 메뉴도 다양해서 기대를 하며 갔는데...
음...시골 미용실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네요.
마사지 침대도 목욕탕에 때밀이용 침대 딱 그 모습이고...
어쨌든 싼맛에 형부는 마사지를, 저는 머리 컷이랑 매니큐어,페디큐어를 받았어요.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외에는 영어를 전혀 못하네요.
매니큐어는 플라워가 컬러보다 비싸길래 플라워로 해달라고 했더니
이쑤시개로 매니큐어를 찍어서 꽃모양을 만들어 줍니다.ㅎㅎ;
손질 도구도 모두 꼬질꼬질한 바구니에서 꺼내 그대로 사용하고 - 스마트에선 소독약을 뿌려가면서 사용하던데 -
베이스코트, 탑코트 같은거 없이 컬러위에 투명 매니큐어 한번 바르고 끝이네요.
덕분에 발톱은 착색이 되버렸네요...ㅜㅅㅜ
게다가 호주에 돌아와서 머리를 자세히 보니 길이가 짝짝이...ㅋㅋ

어쨌든, 제 코스는 끝나고 형부 마사지가 끝나길 기다리며 옆의 가게에 들어가
발등에 자개가 장식된 조리 한켤레를 구입하며 마음을 달래봅니다.
제가 조리를 못신는 저주받은 발인데 요건 가져와보니 그럭저럭 신을만 하더군요.
쇼핑갔다가 점원이 제 신발 예쁘다며 어디서 샀는지 물어본적도 있답니다.ㅎㅎ

형부 마사지도 끝나고 미리 예약한 호텔 셔틀을 타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짐을 마저 정리하고 호텔 로비로 나가니 오늘은 순이씨의 남편인 만득씨가 와있네요.
어제 순이씨에게 전화로 반일투어를 픽업으로 변경한다고 얘기했었는데 만득씨가 어디로 갈까를 물어보네요.
사실 까르푸에 들렀다 가고 싶었는데 비도 오고 차가 밀릴까 싶어 바로 공항으로 갔습니다.
만득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공항에 들어가 티켓팅을 하러 갔는데...
이건 뭔가요? 조카가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에어아시아에서 티켓 발행을 해줄수가 없답니다.
비행기 티켓만 끊으면 비자가 필요없는것으로 알고 있던 저는 정신줄은 놓을뻔합니다.
조카의 발리-호주행 티켓을 제가 예약했거든요.
이미 조카 학원을 부킹하면서 에이전시에도 물어본 내용인데, 갑자기 비자가 없다니?
에어아시아 직원 왈, 그것이 미리 받는것이든 돈을 주고 사는것이든 모든 나라에는 비자가 필요하며
비자가 없으면 시스템상 티켓발행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혼이 나간상태로 에어아시아 사무실, 공항내 세관등을 오가며 사건 해결에 전전긍긍.
신랑은 목이 쉬도록 이사람 저사람과 얘기. 조카와 언니, 형부는 놀란 얼굴로 같이 뛰어다니기 바쁘고...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형부의 로밍된 한국 휴대폰을 써가며 호주까지 전화하니
에이전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잘 모른답니다.ㅡ_ㅡ
결국 에어아시아 사무실 직원 하나가 호주 관광비자 인터넷으로 10분이면 받는다는 얘기에
공항앞 유료 PC방에 들어가 신청하고 카드로 $20 결제하니 5분만에 나오더군요.

비행기 출발 30분전, 조카 비자를 들고 카운터앞까지 달려갔으나 이미 보딩중이라 티켓팅 못해준다네요.
이건 뭥미??????????????????????????????????????????????????????
화를 내고 사정해봐도 돌아오는건 안된다는 말뿐...ㅡ_ㅡ
저희 부부는 이미 티켓팅을 완료한 상태라 너네 빨리 탑승해라 아니면 취소하든가 그러네요...
결국 취소하고 조카까지 3명분의 비행기티켓을 다시 구입하여 호주로 왔습니다.
언니랑 형부도 비행기시간때문에 가야해서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어정쩡하게 보내고
비행기시간 때문에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햄버거로 늦은 점심을 먹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들 넋이 나가 비행기를 기다렸네요.

나중에 알아보니 보통 한국에서 호주로 관광 오는경우 비행기를 발권하면 자동으로 비자가 나온다네요,
그런데 뭐가 원인인지 - 에어아시아가 저가 항공이라 그런건지, 아님 한국인인 조카의 티켓을 호주에서 예약해서인지 -
저의 경우에는 자동이 아니었던거죠.
혹시라도 이런 상황에 처하시면 당황하지 마시고 인터넷으로 신청하시면 5분만에 해결됩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의 황당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어요.
새벽1시가 다 되어 퍼스공항에 도착했는데 세관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귀찮아서 입국카드에 체크하지 않았던 커피믹스며 나무세공품이 모조리 엑스레이에 걸린거죠.
덕분에 울신랑 담배까지 걸려 뺏기고...(1인 한보루인데 3보루 가지고 있었네요.조카는 미성년이라 걸림)
음식들은 처음이라 봐준다며 넘어갔는데 담배는 뺏기고 벌금을 내야만 찾을 수 있답니다.
근데 담배를 한보루에 $17 주고 샀는데 벌금이 $220...그냥 버렸습니다...ㅎㅎ

집에 돌아오니 새벽 3시가 넘었더군요. 지쳐서 씻지도 않고 잠들어서 다음날 오후까지 숙면.
그 당시에는 머리가 깨지게 짜증났던 일인데, 지금은 친구들에게 열올리며 얘기하는 추억이되었어요.
그렇게 힘겹게 호주에 왔던 조카가 이제 이번 주말이면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덕분에 저도 발리에 한번더 들리게 되었네요.
일을 하게 되어서 하루밖에 머물지 못하는 짧은 일정이지만
조카랑 맛난거 먹고 쇼핑도 하고 마사지도 받고 즐기다 올 계획이랍니다.

다음에 발리에 가게되면 여자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어요.
꾸따에서 쇼핑을 즐기고 우붓에서 산책하면서...
제 베프인 루마니안 아줌마랑 베네수엘라 소녀와 함께 여행 계획을 짜봐야겠어요.ㅎㅎ
  • dbswn20 2011.02.16 22:28 추천
    넘 재밌게 잘읽었어요
    비자문제가 나올땐 제 일처럼 긴장하며 읽었답니다~^^
  • woodaisy 2011.02.17 09:13 추천
    공항에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으셨네요.
    그 힘들었던 경험마저 도 이겨내고 다시 찾게 만드는 발리는 무슨 힘을 가진걸까요?
    후기제목이 왜 우울로 시작해서 황당으로 끝났는지 알았습니다. yes.gif
  • shyyounga 2011.02.17 14:40 추천
    정말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네요..ㅎㅎ
    여행 하시기전에 비자나 여권은 꼼꼼히 챙기세요~
  • shyyounga 2011.02.17 14:42 추천
    날씨때문에 우울하고 비자때문에 황당했지만,
    발리에서의 여행은 행복했답니다!
    조카랑 어느 식당갈지 벌써 계획 다 짜놨답니다.ㅎㅎ
  • shyyounga 2011.02.17 14:45 추천
    예전에 캐세이 이용해서 필리핀 갔을때
    필리핀 국내선이 연달아 취소되서 공항에 출발 40분전에 도착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티켓팅하러 가니까 직원이 이코노미석 없다고 비지니스로
    업그레이드까지 해줬었거든요...ㅡ_ㅡ
    근데 에어아시아는 아예 안태워주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발리갈때도 또 이용한다눈...그놈의 돈이 뭔지...ㅠㅅㅠ
  • Acoustics 2011.02.17 16:10 추천
    저도 시작은 님과 같이 우울 & 개고생이었지만 끝은 행복모드였는데...

    LCC 의 취약한 부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도 프로모 가격은 워낙 착해서 ㅎ

    한국에서 호주행 발권은 미리 비자신청 해줘요. LCC라 안해주나 봅니다.
  • shyyounga 2011.02.17 20:43 추천
    망할 저가항공!!!
    이라고 욕하면서 계속 이용하는 저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