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밤새안녕?
지난 밤 파도가 높더니 급기야 잠자고 있는데 파도가 2층 데크까지 몰아쳤다. 배는 허공으로 치솟다가 곤두박질 치고 놀이기구인 바이킹이 따로 필요 없었다. 웨스턴들이 피신한다. 안대를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침낭을 뒤집어 쓴 커플 둘과 나만 남았다. 그러나 그들도 거듭되는 물 세례에 젖은 침낭을 들고 피신했다. 나는 방수자켓과 후드를 뒤집에 쓰고 트라우저를 입고 눈도 안대로 가린 상태여서 별 영향이 없었으나 가이드인 나르딘이 올라와 주방으로 대피하란다.
주방은 이미 만원으로 대충 돗자리 펴고 다시 잠을 청했다. 2층 데크에 비하면 엔진 소리가 꽤나 컸다. 대신 따뜻했다. 나중에 더워서 후드를 벗고 보니 날이 밝고 있어 잠이 덜 깬채로 비틀비틀 2층으로 올라가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했다.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는 해돋이 였다. 부지런한 몇몇은 이미 1층 데크랑 2층에 올라와서 섬 사이로 펼쳐지는 장관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여정의 하이라이트로 코모도섬에 도착하는 날이다. 섬들은 더욱 모양이 달랐다. 바다와 맞닺는 해안은 맹그로브로 덮혀 있고 그 위쪽은 황량했다. 우기때 자란 풀들은 말라 있고 덤불과 키큰 야자나무가 듬성등성 보일뿐이었다.
아침을 먹고 얼마 후 코모도섬에 상륙했다.
섬에 상륙해서 국립공원 레인저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두 그룹으로 나눠 트랙킹이 시작되었다. 섬 안쪽 우기 때 강물이 흐르는 지역은 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사슴, 멧돼지, 버팔로 그리고 그들을 먹이로 삼는 코모도 왕도마뱀이 살고 있었다.
출발한지 얼마 돼지 않아 한 마리가 아침 햇살을 향해 지긋이 눈을 감고 있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모두들 호들갑을 떨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파충류는 야생이든 동물원이든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래도 야생에서 그것도 자생지에서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다. 자연산 복어와 양식복어를 먹는 차이라면 예가 될 수 있으려나? ^.^;
아침이라 활동적이진 않지만 언제든 달려들 수 있고 꽤 큰 놈이라 레인저들이 Y자 막대를 들고 언제든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 더운 한 낮 보다는 아침에 더 활동적이라는 순다사슴도 수풀 사이에서 이방인들을 지켜보며 풀을 뜯고 있었다.
트래킹은 대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이루어졌으며 트랙킹을 마치면 매점과 쉼터에서 잠시 쉬다가 배로 돌아온다. 매점 앞에서 코모도 왕도마뱀 세마리를 볼 수 있었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슴들이 풀을 뜯거나 멀건히 도마뱀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매점에서 콜라 캔 하나가 1만루피아, 담배 한 갑 1만루피아로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나가는 출구 쪽으로 기념품과 티셔츠도 팔고 있었는데 여기서 파는 것들 발리 시내 쇼핑몰에서도 판다. 우리도 설악산이나 지리산 기념품 시내에서 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에서 점심을 먹고 도착한 곳은 코모도섬의 핑크비치로 새파란 하늘에 황량한 섬아래 하얀 산호알갱이로 이루어진 해변인데 빨간 또는 핑크색 산호가 많아 핑크비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확실히 이제껏 보아온 산호초와는 스케일도 다르고 물고기들도 많았다. 운이 좋으면 만타레이라고 불리우는 대왕가오리와 헤엄치는 영광(?)도 누릴 수 있는 곳이란다.
다시 배를 타고 플로레스의 서쪽 끝인 라부안 바조로 향한다. 2박3일 여정팀들은 여기서 내려 플로레스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또 플로레스 동쪽에서 온 여행객들은 여기서 배를 타고 롬복으로 가는 것이다. 나처럼 4박5일 일정인 여행객은 라부한 바조 시내를 둘러보며 장도 보고, 인터넷도 하다가 배로 돌아온다.
라부한바조는 공항과 항구를 가지고 있는 도시치곤 작은편이었고 큰 길에서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빈곤하지만 밝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저 번 인니여행 때 사진을 찍어달라거나 도움을 받고 감사함을 전할 수 없음에 고민을 하다가 구입한 포고2를 유용히 써 먹을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조차 넉넉히 가질 수 없다. 특히 인니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진을 굉장히 좋아하여 집안이나 장사하는 영업장에 꾸미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해가 저물자 서쪽을 향해 갈 새로운 사람들이 몰려온다.
식사를 하고 잡담을 나누는 우리들이 현지인들에게는 구경거리인듯 부두에는 우리를 구경나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나 어릴적 부산 외삼촌 댁에 놀러가서 부산항여객터미널에서 본 커다란 여객선과 외국인들이 생각난다. 저 배는 어디로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돌이켜보니 어릴적부터 떠남에 대한 동경이 강했던 것 같다. 낯선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고픈 욕구는 무슨 팔자인가! 나이가 드니 팔자타령도 하네.^.^~~
밤이 깊어지자 배는 안전을 위해 부두에서 잠깐 떨어진 곳에 닻을 내리고 모두들 잠자리에 든다. 이틀을 출렁이는 배 안에서 자다가 고요한 항구에서 자려니 기분이 묘했다. 오늘도 달은 휘엉청 밝다.
# 고지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글입니다. 여기서 제공하는 정보는 언제든 변동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알려드리며 그 책임은 행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별 볼일 없는 사진이지만 무단 전제하지 말아주세요.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글이라 경어체를 쓰지 않은 점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