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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11.11.06 21:55 댓글:4 조회:1,557
해질무렵, 하늘엔 먹장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참새떼 몇 마리가 제 숙소 지붕위에서
마당으로 저공비행을 하는 이곳은 스미냑의 외곽입니다.
대문을 열어놓으면
시원스레 펼쳐진
초록빛 벌판이 마치 강원도 어드메쯤에 자리잡은
한적한 펜션에 와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네요.

하지만 우기인지라 아침저녁으론 규칙적인 비가
찔끔찔끔 내리고 있습니다.
온종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빈땅 맥주 몇 병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오니
인적은 드물고
혼자서 Mr.P(캐쉬넛) 한 봉지를 벗삼아
마시는 알콜의 숙취는 쌉쌀하고도 찌르르하네요.
그때, 주인장이 돌아왔습니다.
문밖에서 조심스레 노크를 하더니
바비 굴링을 먹을줄 아느냐고 물어오네요.
없어서 못 먹지요.(속으로 말한 제 대답입니다.)
제 몫까지 사들고 왔는데 저녁으로 드시겠냐는 호의에
못 이기는 척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까만 하늘 멀리선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하얀 벽위론 새끼 도마뱀 몇 마리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운데
스미냑에서의 밤은 깊어갑니다.
혼자서도 혼자가 아닌 발리에서의 밤은 여전합니다..
  • bumbum888 2011.11.07 13:01 추천
    행복한 밤이셨겠군요 ㅎㅎ
  • prismd 2011.11.07 13:47 추천
    혼자서도 혼자가 아닌 발리의 밤이 그립습니다.
  • 정원이아빠 2011.11.07 21:30 추천
    행복이 별건가요 ?
    스스로 느끼면 작은 것도 기쁨인 것을 ...

    단지 국내에 계신 분들이라면
    공간적인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
  • 정원이아빠 2011.11.07 21:35 추천
    원래 저는 혼자서도 잘 노는 편인데
    우리나라에서라면
    보는 사람들이 더 어색해 하는 것 같더라구요.
    혼자 식당에 들어가 식사하기.
    혼자 영화보기
    까페에 죽치고 앉아 기본만 시켜놓고 혼자서 술마시기 기타등등...

    헌데 여기서는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눈총도 안 주니 편한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