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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08.02.23 18:56 추천:36 댓글:6 조회:4,896



발리에 대해, 롬복에 대해 더 크게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일상적인 것 이상의 관심을 가지게 된건,
우연히 접한 한 여행기를 통해서이다. "용을 찾아서"라는 다소 황당한 제목의 책의 저자는 나로 하여금
등장하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함을 직접 확인하고 싶도록 만들었으니...

Gili Meno 란 자그마한 섬은 롬복의 서북 앞바다에 떠있는, 백사장과 산호에 둘러싸인 작은 섬 세개
(Gili Meno, Gili Trawangan, Gili Air) 중의 하나이다. Gili란 작은섬을 뜻하는 말이라 하니, Gili Meno란
작은섬 메노 정도 되나보다.



balisurf.net


이 섬 자체는 파라다이스 이지만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발리에서 롬복까지 배로 가던,
비행기로 가던 길리로 건너가기 위해선 방살이란 항구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악명 높은 이곳 사람들의
행태는 많은 주의를 요한다. 발리에서 배로 간다면 온갖 트릭을 피하기 위해 쁘라마의 패키지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지만, 이 경우에도 방살에 이르면 작정하고 달려드는 불한당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 어떤경로를 택하던 아침에 발리에서 출발하면 오후 늦게는 길리에 도착할 수 있다.



balisurf.net

- 해질녘 방살에서 메노로 가는 길



길리로 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 섬중 길리 트라왕안 ( 경미리씨 후기 참조 ) 으로 향하는데,
그곳이 세섬중 가장 활기찬 분위기를 가진듯 해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앞서 얘기한 책의
영향도 있고 또 한적함을 찾아나선 여행이었기에 작은섬 메노를 택하였다.





- Hotel Gazebo Meno


이곳은 작은 섬이기에 섬내의 바퀴달린 운송수단은 조랑말이 이끄는 마차가 전부이다.
재미삼아 타보는, 그렇지만 고르지 않은 좁은 길로 인해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마차가 아니더라도
걸어서 모래해변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도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아침나절이나
오후늦게 동서남북 다른 분위기의 해변을 한가하게 걸어보는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





- Beaches


이곳이 좋은점 중의 하나는 해변 앞바다 어느곳이든 쉽게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는데 있다.
사진에서 보이듯 옅은 빛깔의 바다에선 쉽게 바닷속을 들여다보며 놀수있다. 바다의 빛깔이
달라지는 곳은, 급경사로 갑자기 깊어지는데, 첨벙대다가 그근처로 가게되면 검푸른 색깔과
알 수 없는 깊이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곳도 엘리뇨의 영향으로 산호들이 많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초보자에겐 색색의 조그만 열대어들이 떼지어 다니는 산호의 바다는
아직도 비경이 아니겠는가?




 




내경우엔, 파악도 할겸 오후 한나절 배를 빌려 섬을 한바퀴 돌며 스노클링을 즐겼는데,
주요 스노클링 포인트 외에도 진행하는 배의 아우트리거에 매달려 물속을 들여다보며 돌다가
좋아보이는 곳이 있으면 손을들어 세우고 주변을 떠다니곤 했다. 빌린배의 뱃사공 별명이
Turtle Man 이었는데 그의 덕분에 커다란 거북이와도 몇번 조우할 수 있었다.

또 하루는 해뜰 무렵부터 반나절 동안 배를 빌려 가까운 바다로 낚시에 나서기도 했었는데,
이날 잡은 커다란 물고기로 점심도 포식하고, 저녁엔 주변모두를 초청해 빈땅을 곁들인
조촐한 바베큐 파티까지 열수 있었다.









작은섬 메노는 망망대해에 홀로이 떠있는 섬은 아니다.
세형제중 중간에 위치하기에, 아침의 해는 길리에어와 롬복을 배경으로 뜨고
저녁의 해는 길리 트라왕안과 발리의 아궁산을 배경으로 진다.
하루의 변화를 ( 당연히 여겨 잊고 지냈던, 해가 뜨고 짐을, 밤하늘에 그렇게 많은 별이 있음을,
시간에 따라 바람과 바다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작은섬 메노는 좋은곳이다.
이런것들이 온전하게 가능한 이유는 이곳이 한적한 작은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로 번잡스럽거나 몰려다니며 할일이 별로 없기에, 며칠이 지나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주변의 자연이나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게 되는 듯 하다.





- Sunrise


- Sunset



앞에 언급한 책의 저자가 방문했을때 처럼 샤워도 바닷물로 해야하고 밤이면 호롱불을 켜야하는것은
아니지만, 장소와 그곳에 이르는 방법은 시간과 함께 변하기 마련이라는 것만 염두에 둔다면 또다른
무언가를 발견해 낼수도 있으리라. 관광은 흥청거리는 소비이지만 여행은 삶의 탐구라는 법정스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 Pool side scape at sunrise



이곳이 내가 가본곳 중 최고라고 얘기할순 없겠지만, 꾸따의 번잡함에 조금 식상함을 느끼신다면,
며칠을 떼어 이곳에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혼자이거나 한사람의 mate가 동반해도 좋겠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 몇권과 함께...
하지만 부디 몰려가진 마시라.





 

  • mandalin14 2008.02.24 00:06 추천
    뜨라왕안보다 확실히 조용해보이네요 저도 방살에서 아주 고생했었는데 ^^
    잘봤습니다 그리고 스노클을 즐기는 저로서도 가장무서웠던 거북이따라가다가 갑자기 알수없는 깊이의 물을보고 뛰쳐나왔다는^^
  • polo 2008.02.24 00:15 추천
    덕분에 잘 감상했습니다.
  • ROXY GIRL 2008.02.24 21:02 추천
    사진속의 풍경들이 참으로 고즈넉하군요
  • 앤. 2008.02.24 22:46 추천
    정말 멋진 여행기예요!
  • 경미리 2008.02.26 16:23 추천
    롬복은 두번 가봤는데 저는 두번다 길리 뜨라왕안으로 다녀왔더랬지요..

    길리 메노건 길리 뜨라왕안이건 방살 선착장에서 섬으로 들어갈때
    귀찮을정도로 많은 삐끼들..여행의 기분을 확~잡치게 하죠..
    그럴땐..돈을 조금 주더라도 프라이빗 선착장(아~ 지명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길리 뜨랑왕안의 호텔 옴박이나 호텔 알메릭등에서 제공하는 40만 루피아에 왕복 트렌스퍼가 있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길리메노 들어갈때도 아마 같은 방법이 있을거 같긴한데..

    기회가 되면,,
    책,,두서너권들고 다시 가고픈 곳....롬복의 작은 섬들~~

    덕분에 2년전의 기억으로 들어갔다왔습니다..
  • ekyoon 2008.03.09 22:36 추천
    비행기표 끊어서 와락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