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13. 셋째날 : 로비나, 아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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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저씨(이름 까먹었다...)와 인사를 나눈 뒤 바다로 향했다. 아직 해도 안 뜬 바닷가, 벌써 배를 띄우려 준비하는 사람들과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제법 된다. 아저씨가 거미처럼 긴 발이 양쪽에 달려있는 작은 배를 바다로 끌기 시작했다. 인트 오빠도 거들어, 드디어 바다에 배를 띄웠다. 작은 모터를 하나 실으면 준비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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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무척 작다. 한 사람 앉을 정도의 폭 밖에 안되고, 마주보고 앉을 수도 없다. 구명 조끼를 주긴 했는데, 물에 빠졌을 땐 그다지 도움이 될 거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나마도 안 입은 여행객들이 더 많고. 옆으로 흔들리는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하자니 조금 무섭기도 하다. 배 난간을 손이 하얘지도록 움켜잡고 30분이 넘게 바다로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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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갑자기 바다가 시끄러워졌다. 돌고래가 나타난 걸까. 누군가 한 사람 돌고래를 보기만 해도 잠잠하던 배들은 일제히 모터를 돌리고 돌고래를 향해 돌진한다. 마치 먹이감을 향해 날아가는 매처럼. ( 사진 보실래요? : 돌고래 투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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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쯤 바다에서 돌고래 뒤를 쫒아 다녔다. 해가 점점 뜨거워지고, 배도 슬슬 고파지기 시작했다. 이제 배를 돌려야 할 시간인가 보다. 돌아가는 길, 로비나의 바다는 무척 깨끗해 스노클링하기에도 좋다며, 아저씨가 잠시 멈춰 서신다. 바다 속을 들여다 보라며. 와 ~ 초록색 바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다음엔 스노클링도 꼭 한번 배워 봐야겠다. 바다 속에 들어가 보고 싶으니. 아, 그러려면 수영을 먼저 배워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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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아멧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렸다. 숙소의 스텝이 트랜스퍼를 구했냐고 묻길래 아직 못 구했다고 했더니, 여기서 구하란다. 아멧까지 3시간 정도 가는데 30만 루피. 바가지를 쓴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람. 즐겁게 다니기만 하면 되지. 운전사 요만 아저씨를 따라 가는 길. 노만 아저씨는 약간 수줍음을 타고 조용한 아저씨였다. 해안가 도로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아멧으로 들어섰다. 오, 여긴 로비나보다 더 시골이네. 달리는 차도 거의 없고. 아멧이라는 지역은 제물룩, 부누딴, 뿌뿌안, 리빠 등 긴 해변가 지역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기실 아멧이라는 곳은 매우 작은 곳이지만, 아멧이 유명해지면서 그 인근 바닷가 마을들을 다 아멧이라 부르는 거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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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50m정도 들어간 숙소 와와위위wawawewe2, 나무가 무성하고 꽃들이 많다. 정원은 일단 합격. 모두 독채인 방들은 아담하고 예뻤다. 침대에는 모기장이 마치 공주 침대에 드리운 캐노피 같고, 다락에도 침대에 하나 더 있다. 화장실은 야외에 마련되어 있었다. 레스토랑 앞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바닷가 바로 앞의 수영장이 너무 예쁘다. 일단 전체적인 느낌은 굳. 자연스러운 맛이 나서 마음에 들었다. 가장 끝에 있는 오션뷰 특실이 좋다는 말을 듣고 온 건데, 물어보니 그 방은 벌써 나갔다고 한다. 어쩔까나... 에이~ 그냥 여기로 하자.
( 사진 보실래요? : 와와위위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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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점심 먹으러 가볼까. 여긴 숙소들도 띄엄띄엄 있고, 워낙 한적한 동네라 식당 찾기도 만만치 않다. 식당을 찾아 나오긴 했는데, 좀 걸어보니 아득하네. 배가 많이 고프니 우선 가까운데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조금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와 우리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더블 원 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 호텔도 같이 하고 있나 보다. 창가 쪽으로 달려가 전망 좋~은 자리로 앉았다. 바다가 탁 트이게 보여, 진짜 전망이 죽~인다. 나시고렝은 다소 짰지만, 전망 때문에 용서하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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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젠 뭘 한다? 여긴 걸어 다니기엔 좀 힘들 것 같고. 또 오토바이 빌려야겠다. 숙소에 돌아가서 오토바이 빌리고 싶다고 하니, 금방 오토바이를 내어준다. 역시 보험은 안 들었단다. 이번 오토바이는 삐까뻔쩍해 꽤나 예쁘고, 기름도 가득 들었다. 비 오면 입으라던 우비까지 챙기고 출발 ! 어, 그런데 숙소에서 도로까지 나가는 50m길이 엄청난 오르막이다. 거기다 거의 90도 정도로 꺾여선, 이 길 올라갈 수 있을까. 열심히 용을 쓰던 우리 오토바이, 좀 오르다 멈춰질 것 같다. 그 길 오르느라 손목에 어찌나 힘을 줬는지, 인트 오빠 손목까지 삐었다. 한적하니 달리기는 좋은데, 오르막 내리막도 많고 커브길도 많아 그리 만만치는 않은 길이다. 슬슬 달려 가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발리의 비는 3시쯤이면 내리는데, 한창 후덥지근할 때 쏴- 하고 내려 오히려 반갑다. 그것도 한 10분 정도면 그쳐 버리니 발리의 비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멈출 비이니 잠시 피했다가 가야겠다. 조그만 슈퍼 처마에 들어가 가만히 쳐다보는데, 금새 멈출 기세가 아니네. 닭들도 비에 젖어 뛰어다니고, 병아리들도 엄마 쫓아 뛰어다니고, 비오는 길가는 마냥 신나 보이는데, 저기 골목길에서 아이들 함성 소리가 들린다. 와- 하고 소리 지르며 달려 나오는 아이들, 모두 벌거벗었다. 벌거숭이에 나뭇가지 들고 뛰어다니며 신나 죽겠단다. 사진기 보더니 찍어달라고 폼을 잡는데, 하하, 부끄러운 거 알바가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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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슬슬 그치려나 보다. 어디 들어가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시고 싶다. 비에 홀딱 젖은 오토바이를 타고 근처에 한 카페로 들어갔다. 잠시 숨을 돌리며 밖을 쳐다보는데, 빨간 우산 하나가 아장아장 지나간다. 왠 꼬마 여자애 둘이 빨간 우산을 정답게 쓰고 걸어가고 있다. 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바로 따라 나갔다. 할로 하고 부르니 아이들이 멈춰 섰다. 사진기 가르키면서 찍고 싶다는 시늉을 하니 수줍게 웃으며 선다. 아, 너~무 너무너무너무 귀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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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모두 그쳤길래 인트 오빠와 길가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번엔 저 멀리 원두막에서 우리를 부른다. 뭐지? 오빠와 달려 가보니 작은 매점 옆 원두막에 아저씨 3명이 술을 마시고 있다. 큰 유리병에 담긴 붉은 술을 가르키며 발리스 와인 이라고 한다. 술 이름은 아락. 한잔씩 따라주는데 시큼하고 씁쓸한 맛이 꽤 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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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길가를 한참 달리며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조용한 곳에서 좀 쉬자 하고. 밀린 빨래도 좀 해두고, 발코니 앞 간이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 정원은 아까 내린 비에 아직도 촉촉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진다. 새소리 바람소리 듣고 있자니 인트 오빠가 음악을 튼다. ‘이리로 가는 걸까 저리로 가는 걸까 바람결 타고 들려오는 김종진 아저씨의 목소리가 아멧에 녹아든다.
( 사진 보실래요? : 아멧 거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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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져 가는 저녁. 방의 불빛이 너무 약하다. 모기도 너무 많고. 이렇다할 가구들이 없어서 짐을 펼쳐 놓기도 불편하다. 저녁이 되니 조금씩 숙소에 대한 불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숙소도 조금 낡아 깔끔한 맛은 없다. 지저분한 건 아니지만. 괜시리 불편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자, 내일 그냥 우붓으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계획대로 여기서 이틀을 묵을까, 우붓으로 일찍 가버릴까. 숙소를 별로 내켜하지 않는 듯한 내 눈치를 보고 결국 내일 떠나잔다. 그래 그러기로 하자.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에 가서 아저씨에게 얘길 해야 겠다. 내일 체크아웃한다고. 숙소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의자에 앉았는데, 우와~ 안 가, 안 가. 하루 더 있자. 달빛이 비친 바닷가와, 그 바다를 안은 수영장과, 이 모든 그림들이 보이는 레스토랑과.. 안되지. 이 걸 두고 못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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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정리하셔서 꼭 잡지 읽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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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첨으로 후기를 써봤는데
와... 님... 후기 정성이 장난이 아니십니다..
잘 보았습니다^^ -
헤^^ 감사합니다~ 후기 써두면요, 나중에 스트레스 쌓일 때 두고두고 보면서 힘내게 되고 그러더라구요. 열심히 일하고 얼른 또 여행가야지 하구요.
헤븐님 후기도 잘 읽고 있어요~ 천국에서 길을 잃으면서요.^^ -
글 솜씨가 너무 좋아요~ hesu님 말처럼 여행 잡지 읽는 기분이에요^^
한참을 잊고 있었던 노래들...
후기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