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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4. 넷째날 : 아멧, 띠르따강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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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내 생일이다. 사실 그날 저녁을 먹을 때까지 생일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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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멧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띠르따강가Tirta Gangga에 가기로 했다. 숙소 아저씨한테 얘기를 해서 차랑 운전사를 미리 구해 두었었다. 아침을 먹고 10시 쯤 나서려는데, 인트 오빠 어제 오토바이 타면서 손목 삐끗한 게 계속 아프다고 한다. 파스라도 하나 붙이면 괜찮을 것 같아 약국도 들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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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르따강가 가는 길에 암라푸라Amlapura 라는 도시를 지난다. 살릿의 설명으로도 여긴 도시 라고 하던데, 확실히 깨끗하게 구획되고 세련된 분위기가 난다. 거리가 호젓한 맛이 있어 여길 거닐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약국에 들러 바르는 약을 사고 내려가는 길인데, 살릿이 근처에 왕궁이 있는데 보고 가겠냐고 묻는다. 보고 갈 거냐고? 물론이지.
( 사진 보실래요? : 암라푸라 왕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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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라 달리니 다시 시골길로 들어선다. 꼬불꼬불 산을 따라 올라 가는 길, 계단식 논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살릿은 친절하게도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전망 좋은 곳마다 사진 찍겠냐고 묻는다. 둥글게 내키는 대로 구획이 된 층층이 논밭들은, 그 이치를 모르는 나로선 제멋대로 자리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어느 정도 크기로 층을 내 잘라 버릴 것인가, 어디까지가 1층이고 어디부터가 2층인가. 작은 땅뙈기들이 저마다 제 뜻대로 제 사연대로 만들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논밭 사이로 간혹 허수아비들도 보이고, 작은 오두막도 보이고, 곳곳마다 사당도 보인다. 일면 밋밋해 보이기도 하는 농촌의 풍경들이, 이국의 풍경이라 그런지 마냥 신선하다.
( 사진 보실래요? : 발리의 계단식 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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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르따강가는 이런 계단식 논이 즐비한 산간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암라푸라의 왕이 만들었다는 물의 궁전, 사실 물의 정원이라 보는 편이 더 알맞을, 그 곳이 마을 한 가운데 콕 박혀 있다. 오기 전부터 사진으로 계속 보았던 터라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직접 물을 보니, 물냄새가 가득한 곳에 서 있는 조각상들을 보니, 그 감흥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하나하나 눈으로 바라보며, 카메라로 응시하며 물가를 거니는 맛은 구름을 걷는 듯하다. 인트 오빠와 나는 한 시간 여를 여기서 보내는 동안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물소리 나는 궁전은 말을 다 삼켜 버렸다. ( 사진 보실래요? : 띠르따강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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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나시고렝을 먹고 나서 좀 더 걸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클 물의 궁전 가장 안쪽에는 너른 마루가 있다. 동네 사람들이 와서 낮잠도 자고 담소도 나눌 만한. 뒤를 한 바퀴 돌고 있는데, 저 쪽에 한 소녀가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다소곳한 걸음걸이로 지나간 그 아이는 큰 조각상 앞에 멈춰 꽃바구니를 내려놓는다.
( 사진 보실래요? : 발리 곳곳의 차낭사리 모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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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르따강가에서 돌아오는 길. 살릿이 내일은 뭐하냐고 묻는다. 내일은 우붓으로 간다고 하니 운전사는 구했냐며, 자기랑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오늘 하루 만족할 만한 여행이었고 해서 가격만 괜찮으면 그러자고 했다. 가는 길에 브사키 사원이라는 큰 사원이 있는데, 봤냐고 묻는다. 브사키 사원은 발리에서 가장 큰 사원군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 명성만큼이나 호객꾼과 가이드가 요구하는 각종 비용들 때문에 적잖이 피곤한 곳이라고 들었었기 때문에 우린 이번 여행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곳이다. 굳이 갈 생각은 없었지만, 가는 길에 겸사겸사 들를 수 있다고 하고, 대표적인 사원을 하나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러자고 했다. 내일 우리가 그렇게 후회하게 되리라곤 이때는 미처 몰랐다.ㅜ.ㅜ 숙소로 돌아오니 또 한바탕 비가 내린다. 발코니 간이침대에 누워 비 내리는 정원을 바라 보았다. 숙소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해변으로 내려가 걸어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냥 하릴없이 쉬는 것만으로도 좋다. 원체 뒹굴뒹굴거리는 걸 좋아하는 게으른 성격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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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가 볼까. 진짜 살릿 말대로 라이브 공연이나 볼까나. 와와위위1은 한 20정도 떨어져 있으니 천천히 산보나 하다가 시간 맞춰 가면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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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7시 30분부터라니까 이제 식당으로 가야겠다. 와와위위1에 들어가니 우리밖에 없네. 에게... 이래도 공연을 하려나. 음식을 기다리며 테이블을 둘러보니 작은 그릇에 물이 담겨 있고 촛불이 켜져 있다. 그리고 그 물에 빨간 작은 꽃이 동동 떠 있다. 네 개의 잎이 마치 바람개비처럼 예쁘게 나있는 이 작은 꽃이 너무 예뻐 꽃이름을 물어보았다. 발리 사람들은 이 꽃을 링깃 플라워라고 부른단다. 그러고는 잠시만요 하더니, 정원에 나가 나뭇가지를 우둑 하고 뜯어온다. 세상에, 나뭇가지에 하나 가득 링깃 플라워가 모여 있다. 마치 수국처럼 작은 꽃들이 다발로 모여 있는데, 맑은 붉은 색 꽃이 무척 아름답다. 우와, 감동이다. 발리 사람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 주나 보다.
( 사진 보실래요? : 발리의 꽃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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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나서니 사위가 온통 깜깜하다. 헤헤. 미리 준비해 온 손전등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손전등 작은 불빛에 의지해 함께 팔짱끼고 돌아가는 길.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것. 그게 가장 큰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