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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11.02.08 00:13 추천:3 댓글:4 조회:4,243

  돌이켜보면 시골 아이는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시절, 저도 꽤나 먼 거리를 걸어서 다녔습니다.
  1970년의 서울은 지금의 발리 수준만도 훨씬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금호동 산비탈의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에서 급경사인 고갯길을 따라  신당동의 학교까지 가는 거리가 버스로 너댓 정거장은
  족히 되었으니 코흘리개 어린 꼬마에게는 힘에 부칠 법도 했겠지요.
  하지만 아직도 제 기억 속의 "학교가는 길"은  얼마 되지않는 거리조차 차에 태워보내는 요즘 엄마들의 과잉보호와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
  온갖 이름모를 꽃과 나무들을 매만지고 텀벙텀벙 개울을 건너는 그런 시골 길은 아니었지만  세상살이의 모든 풍경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습니다.
  풀무질을 하는 동네 철공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누나들이 늘 술취한 손님들과 다투던 선술집, 블럭을 찍어내던 공터와 
  그 옆에 항상 메어져있던 짐싣는 늙은 당나귀, 학교 앞 개천가의 (지금은 그 유명한 신당동 떡볶기촌이 된 곳입니다.)
  허름한 판자집들과 바로 옆 늘상 들어가고싶었던  동화극장까지  세상은 온통 볼거리로 가득했더랬습니다.
 
  이제는 그리운 추억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학교가는 길의 정경을 오늘 뜻밖에도 발리에서 만났습니다.
  등교시간이 워낙 일러서인지 출근하는 부모들이 오토바이로 실어 내려다주면 손등에 입맞춤을 하고 냅다 뛰어들어가는
  놈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타박타박 혼자 걸어오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숙소의 아랫마을 주택가  안쪽에 자리잡은 학교는  우리나라 시골분교처럼 작고 초라한 건물이지만 아이들이 꿈을
  키워내는 공간의 크고 작음을 따지는 건 부질없는 일입니다.
  초롱한 눈매에 때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수줍은 미소를 짓는 녀석들의 모습에서 발리의 풍요로운 내일을 짐작할 따름입니다.

balisurf.net

balisurf.net
 -  우리나라와 달리 이른 아침의 통학길은 부모와 아이들만  보일 뿐 선생님은 한 분도 나와있질 않았다. 


 - 네모난 건물의 사방을 두른 키 낮은 담장 너머로 학교 안을 들여다 보니 별도의 운동장은 없고 옹색한 마당이 보인다.


 - 여기도 어김없이 아이들이 다 들어간 뒤, 터덜터덜 뒤늦게 등장하는 지각생 녀석이 있다.




 - 이제 청소시간. 헌데 죄다 여자애들만  열심이다. 사내녀석들은 다들 어디로 숨었을까 ?

  오늘은 아침일찍 정원이의 머리를 깎이러 갑니다.
  별로 덥수룩해 보이질 않는데도 녀석은 머리가 길어 자꾸 땀이 난다고 며칠 전부터 투덜거리길래 오며가며 봐둔 가까운
  미용실엘 갔습니다.
 "사양"이란 이름의 시골 미용실인데 바로 앞 논에서는 소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네요.
  발리의 여느 미용실처럼 이 곳도 마사지를 겸하는 지라  녀석은 앉히고 저는 눕습니다.
  한가로운 시골 미용실에 난데없이 들이닥친 외국인 손님들로 인해 " 마데"라는 이름의 노처녀 미용사는 머리를 깎는 내내
  정원이보다 더 바짝 긴장한 모습입니다.
  녀석이 머리를 다 깎고, 이번에는 마사지를 받는 저를 기다릴 차례입니다.
  그러자 마데는  쟁반 가득 바나나 떡과 과자들을 내어 놓는데 여기서도 순박한 발리의 인심을 피해 갈 수는 없나봅니다.
  물론 먹성좋은 정원이는 정말 "이게 웬 떡이냐 ? "라는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짓네요.


 -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사양"미용실. 찾아갔을 때에도 문을 열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는데 옆집 세탁소 아줌마가 기다리는
 우릴 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자 5분도  채 안되어 오토바이를 탄 미용사가 나타났다. 고마운 사람들 ...


 - 우리나라의 동네 미용실과 너무나 똑닮은 발리의 시골 미용실. 마사지를 받고 머리를 깎이는데 든 돈은 고작 8만Rp.
  마데의 땀흘린 노고에 비해 너무나 싼 가격이라  그냥 10만Rp를 쥐어 주었다.


 - 마사지를 받고난 내게는 커피를 내민다.  한 사발 타온 그 진한 커피를  쉬엄쉬엄 다 마시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시골 미용실 "사양"에서는 차마 사양할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마침 반가운 손님들이 와 있습니다.
  우붓에서 금홍이님 내외와  또다른 두 분이 오셨다는데 자세히 보니 어디선가 뵌 낯익은 얼굴입니다.
  그렇네요. 발리서프에 실린 사진을 통해 얼굴을 익히고 몇 번 글만 주고받았던 그 교감선생님 내외분 입니다.
  제가 와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핑계김에 사누르 홈 집구경이나 해보자며 네 분이 귀한 시간을 낸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문득 지난 해에 교감선생님 내외가 발리 다이어리에서 묵었던 게 기억이 나서  장난스레
  제가 여쭈어봅니다.
 "혹시 저보다 더 반가운 사람 만나보실래요 ?"  교감선생님은 영문을 모르고 저으기 궁금한 표정이네요.
  저는 이 곳 사누르 홈의 집안 일을 거드는 "두이"를 불러냅니다.
  그제서야 만난 둘은 서로를 알아보며 마치 이산가족 상봉장면처럼 정말로 반가운 얼굴들이 되더군요.
  교감선생님이 발리 다이어리에서 묵을 때, 어린 나이에 아기엄마라는 게 안스러워 이것저것 챙겨주었던 여직원이
  바로 "두이"였으니까요.
  딱 부러지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발리에서의 인연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오늘은 며칠전부터 와얀과 반나절의 시내구경을 약속해두었더랬습니다.
  어제 저녁 통화를 하면서 오전출발을 오후로 미룬 건 요즘 먼 거리로 가이드를 나가는 와얀에 대한 제나름의 배려였는데
  예기치 않은 손님들의 방문이 있었으니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 했습니다.
  약속된 오후 3시가 되어 와얀은 정확하게 왔고, 참으로 오랫만에 그의 차엘 올라탑니다.
 "어디로 가실래요 ?"  "그냥 특별히 가고싶은 데는 없고 ... 꿈바사리 시장(덴파사 시장) 구경이랑  여기만 들러보자구. "
  그러면서 저는 지니고 있던 브로셔 한 장을  와얀에게 내밉니다.
  어제 성당미사를 마치고 길을 걷다 비가 와서 잠시 들른 써클-K에서 비치된 브로셔를 들고 왔거든요.
  그 브로셔는 발리에 와서 처음 알게된 SHELL MUSEUM이란 곳의 홍보엽서였습니다.
 "와얀은 여기를 알고 있니 ? "  "위치는 아는데 저도 아직 못 가봤어요." 최고의 가이드 와얀이 안 가본 곳도 있었습니다.

  헌데 이 친구가 갑자기  "가기 전에 좋은 풀 빌라 구경 한 번 하실래요 ? '라며 물어옵니다.
  평소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어 하는 저인데 발리의 좋은 풀 빌라라니 마다할 리가 없지요.
 "어딘데 ?  멀어 ?"  "아뇨. 금방이예요."
  와얀의 말로는 지인이 데스크 매니져를 맡아보는 곳인데 종종 프로모션 특가도 나오는 곳이니 알아두면 좋다네요.
  그 곳은 정말 지척에 있었습니다.  어제의 아침산책에 만났던 "팜 슈이트" 가  바로 그 곳이었으니까요.


 - 어제는 살금살금  왔다갔지만  오늘은 졸지에 매니져까지 대동한 공식방문이 되어버렸다.


 -  넓은 안마당과 제법 그럴듯한 전용 풀장이 나오고,


 - 그 옆으론 야외 식탁과 주방이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다.






 - 언뜻 보면 침실과 소파와 거실이 따로인 것 같지만 모두 한 공간 안에 있는 쾌적한 원 룸 구조이다.






 - 세면대와 깊숙히 들어앉은 샤워부스도 깔끔했지만 인상적인 것은 하늘이 뻥 뚫려 자연채광이 쏟아져 들어오는
  지붕없는 욕실이었다. 밤이면 별들도 쏟아져 내릴듯한 ...

  어제 아침 기웃거리며 겉으로 본 외양과는 전혀 딴 판입니다.
  매니져가 늘 따라다니며 친절한 설명 또한 아끼지 않았는데 브로셔라도 있으면 달랬더니  아예 홍보용 CD를 건네주더군요.
  한적한 동네 안에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는 또 하나의 괜찮은 숙소를 만났습니다.
  다만 탁 트이고 열린 공간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직한데 아니나 다를까 마누라는 혼잣말로
 "그래도 난 사누르 홈이 더 좋아."라고 말하네요.






 - 등잔 밑이 어둡다고 "조개 박물관"은 바로 카르푸의 한 블럭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collection이란 그 대상이 무엇이건간에 모으는 사람에겐 강렬한 목표의식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간송 미술관의 설립자 전형필 선생도 단순히 부자라서거나  강탈당한 문화재를 되찾겠다는 애국심만으로 
  방방곡곡을 직접 찾아다니면서까지 소중한 문화유산을  모으지는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강릉에 있는 참소리축음기 박물관의 손성목 선생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재산만  쏟아부은 게 아니라 지금도
  은행대출까지 받아가며  관련물품을 모으고 있다하니 그 정성은 가히 우리의 상상이 미치지 못할 바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간송 미술관은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사설미술관으로 우뚝 섰고, 참소리축음기 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박물관으로 "에디슨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모든 것은 이 곳에 있다."고 할 정도의 평가를 받게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한 개인의 집념이 낳은 결과인 것이지요.

  저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 속내에는 전시된 작품이나 물건들에 대한 흥미와 함께  만들거나 준비한  이에 대한  외경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어제 우연히 "조개 박물관"의 브로셔를 보면서 발리에도 개인의 사설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찾아가기를
  서두른 것도 이러한 속내의 드러냄인 것이지요.




 - 처음엔 들어서면서 어리둥절하였다. 아니 이게 무슨 박물관 ?...조개로 데코레이션된 제법 큰 규모의 인테리어 샵이 아닌가?
 하지만 안쪽 카운터에서 박물관은 2층이라고 알려준다. 입장료는 개인당 5만Rp.


 - 2층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방명록과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는데 상단 가운데 쯤에
 인도네시아의 전직 여성대통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수카르노의 딸)도 다녀갔음을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인도네시아에서 제법 큰 부자의 개인 컬렉션입니다.
  그가 워낙 조개를 좋아하다보니 연근해뿐 아닌 5대양의 모든 바다로 범위가 넓어졌고, 나중에는 조개류만 아니라 각종
  진기한 어패류에 화석까지 수집의 영역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2층 공간 전체를 전시물로 가득 채워 전반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인데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둘러보기엔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 개관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입소문을 덜 탄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찾는 이가 별로 없어서 우리 가족은
  도슨트(전시 해설자)가 시종일관 따라붙어 상세한 해설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박물관 구경이 시작되는 이 공간에서 먼저 조개류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DVD를 시청하게 된다.





  
  찾아온 관람객이 우리 가족뿐이라서인지  도슨트는 진지하지만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역력했고
  유리상자 안이 아닌 노출된 전시물은 대부분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도록 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 앵무조개, 원시 오징어 등 고생대부터의 다양한 화석류가 전시된 공간을 둘러보고 조개류 전시실로 이동을 한다.










 - 일견 모두 비슷해 보이는 이 조개들이 어떤 건 카리브 해, 또 다른 것은 아프리카 서부 해안 등 수집한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상어류를 전시해놓은 공간에는 이채롭게도 종류별로 턱뼈들까지 모아놓았다.








 - 마지막 공간에는 조개로 만든 진기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마치 금,은 세공품처럼 너무도 정교한 솜씨를 자랑한다.

 
 -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내가 이 곳에서 가장 놀라왔던 전시물은 바로 이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흰수염 고래의 어금니라는데 보다시피 가로로 찍어도 사진 안에 다 들어오질 않는 크기이다.

  좋은 눈요기를 실컷 한 다음에는 꿈바사리 시장을 찾았습니다.
  발리에서 가장 큰 시장답게 이 곳은 언제나 인파의 물결입니다.
  사람들만 많은 게 아니라 손수레와 자전거,오토바이에 온갖 이름모를 과일들까지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시장통 안의 차양과 차양 사이, 그 비좁은 틈새를 와얀은 잘도 빠져나갑니다.
  우리 나라 같으면 차량이 진입했다고 눈을 흘기거나 심지어는 악다구니를 쓸 것 같은 상황인데도 이들은 조금씩
  비키거나 양보를 해줍니다.
  저 같으면 머리칼이 곤두설 정신없는 상황인데도 운전대를 잡은 와얀의 얼굴은  덤덤합니다.
  결국 마땅한 차 댈 자리를 찾지못하고 새로 생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보지만 거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공존과 상생이 체질화된 사람들인지라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차 댈 자리를 기어코 찾았습니다.


 - 꿈바사리 시장(덴파사 시장 혹은 표지판대로 빠사르 바둥)의 입구.


 - 인파와 차량의 행렬이 그야말로 남대문 시장은 저리 가라 수준이다.


 - 저 건물 1층과 2층에는 토산품을 도,소매로 파는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가격은 ?...  발리에서 가장 착하다.




 - 이 곳이 바로 시장의 지하주차장. 왜 차를 댈 수 없었는지를  설명 필요없는 이 사진들이 대신 말해준다. 

  늦은 밤이거나 새벽이 아닌 까닭에 이번에도 사람구경만 하다 왔습니다.
  어중간한 오후시간이라  지난 번처럼 문을 연 상점들이 몇 곳 없었으니까요.

  식사를 하기에도  어중간해 와얀은 제게 제안을 합니다.
 "시간이 좀 그런데 발 맛사지라도 받으시겠어요 ?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는데..."
  저는 선선히 승락했습니다. 와얀이 추천하는 곳이면 믿을만한 곳임에는 거의 틀림이 없었고 지난 연말  친구녀석 내외가
  발리를 방문했을 때  두 번씩이나 그 집을 다녀갔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흐미 ... 우리 부부는 아파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대부분의 우리 여행객들은 단단하게 누르는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저희는  둘 다 그 반대를 더 좋아하는 까닭이지요.
  건장한 청년 두 녀석이 나름 정성을 기울이며 매만지는데도 저와 마누라는 신음을 참느라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와얀의 선택이 우리의 취향과는 꽤 많이 어긋났던 것입니다.


 - 덴파사 라마야나 쇼핑몰 안에 있는 깔끔,저렴한 마사지샵 "이노끼".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끼의 이름을 본따 작명한 곳인지    꺾고 당기는 힘좋은 직원들이 많다. "그리야 부가" 타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도가 필시 높은 곳이다.

  "식사는 어떻게 할까요 ? "  " 여기가 너희 동네니까 와얀이 잘 가는 단골집으로 가보지. " 
  공포의 발 맛사지를 무사히(?) 마치고 와얀에게 말했습니다.
  고민스러워할  줄 알았는데  와얀은  "네." 하더니 스스럼없이 안내를 합니다.
  잠시 후 도착한 식당은 전형적인 발리의 와룽인데 와얀네 식구도 종종 들르는 곳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목도 축이고 무사히 마친 오늘 하루를 자축하고자 빈땅을 주문하니  일언지하에 안 판답니다.
  궁금해하는 제게 와얀의 부연설명은 일반적인 로컬식당은 술을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은데 여기도 그 중의 하나라네요. 
  젠장, 오늘 저녁도 정원이 녀석만 신났습니다. 
  나시 고랭은 당연히 기본이고 아얌 바카르까지  맛있다며 혼자서 두 접시나 시켜 먹었으니까요.




 - 와얀의 단골집 데폿 엠 27. 외관은 허름해 보였지만 이래뵈도 두 군데나  지점이 더 있단다.

  반 나절의 시내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헌데 와얀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반일 투어에 해당하는 돈을 건내주니 어라, 이 친구 도무지 돈을 받으려 하질
  않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가격을 잘못 알고 돈을 적게 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왜 안 받는거야 ? "  "저 이번에는 돈을 안 받을거예요."   "왜 ? "    "..." 
  재차 추궁하자 그제서야 와얀이 실토를 하더군요. "와이프가 돈을 받지말래요."
  이게 무슨 소리랍니까 ?  저 역시 그제서야 스쳐가는 생각 하나가 있었습니다.
  몇 차례 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지인들에게 와얀을 소개해 주었고, 며칠 전 인사차 들렀을 때도 아이들에게 돈을
  쥐어 준 것이 고맙거나 혹은 부담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내가 와얀을 소개한 건 네가 잘 해서지 예뻐서가 아니야. 그리고  이건 경우에 어긋나. 세상에 공짜 가이드가 어딨니 ?"
  그래도 와얀은 고집스레 거절만 합니다.
  저도 최후의 통첩을 했습니다. " 너 이거 안 받으면 우리 이제는 못 본다. " 
  그제서야 머뭇머뭇 돈을 받는데 미안한 표정이 얼굴 가득합니다.
  그렇게 와얀을 보냈습니다.
  점점 진국처럼 느껴지는 심성착한 이 친구, 참 쓸만한 녀석입니다.
  • shyyounga 2011.02.08 21:14 추천
    제가 후기를 쓰는 동안에는 정원이아빠님의 후기는 안 읽어야겠어요. 제 후기가 모자라게 느껴지는건 연륜뿐 아니라 제 인격이 한참 아래인 탓인것 같아 부끄럽네요.ㅎㅎ
  • 정원이아빠 2011.02.08 22:31 추천
    나이가 더 들었다고해서
    인격이 걸맞게
    따라가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게다가 남의 글에는
    자기가 느끼지 못한 것,
    자기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가 있지요.

    정말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으니
    염려 푹 놓으시고 올려주세요.
  • 청아 2011.02.09 10:31 추천
    덴파사시장은 ㅋㅋㅋ...30여년전의 남대문시장과 비슷무리하다고 말하면...억지일까요???
    와얀은 현명한 안사람을 두신 것 같습니다...
    가끔 돈이 앞서서 바깥사람 곤욕스럽게 하는 이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와얀댁은 고마움을 표현하시고 싶으셨나 봅니다...정원이 아버님에게...
    그리고 정원이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
    꿩대신 닭은 아니었던 곳이었습니다...역시나...
  • 정원이아빠 2011.02.09 14:29 추천
    앙코르 구경 잘 하셨나보군요.

    찌든 가난으로
    때론 가슴이 메어오지만
    그 이면엔
    아주 오래 전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그래서 아주 복잡미묘한 심정에
    사로잡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