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아빠
Lv.17
2012.10.21 11:18
댓글:20 조회:5,225
엇저녁 누사두아로의 귀환후 빵빵한 수신감도의 인터넷 속도에 절로 신이 났습니다.
무료한 밤시간이라 발리서프에 올린 제 예전 글들을 몽땅 찾아보다가 문득 한 가지 묘한 생각이 들더군요.
나름 다른 분의 글들을 열심히 찾아 읽고, 저또한 적지않은 양의 쓸모없는 토막글을 가득 올렸는데 그게 대부분
뭉뚱그려진 후기로만 편중되어 있었던 거지요.
분야별로 잘 정리된 수납함처럼 마련된 공간인데 저는 그냥 마구 쑤셔 넣기에 바빴던 모양입니다.
즉흥적인 감상만 주절주절 늘어놓았을 뿐 도움이 될만한 정보도 신통찮았고, 결국 건질만한 알맹이는 별로
없었다는 냉철한 자기반성에 이르렀습니다.
해서 처음으로 먹거리란에 제가 애용했던 식당 하나를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사실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났다는 가장 극명한 인식은 먹거리가 차려진 낯선 밥상 앞에서 최고조에 달합니다.
문화적인 이질감이 현실로 다가온 피할 수 없는 만남의 장인 것이지요.(안먹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먹거리에 대한 반응은 한 집안에 살아도 천차만별인데 그 까다롭고 변덕스런 입맛을 타국에서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아무 거나 잘 먹고 가리지 않는 저같은 궁기들린 입맛의 소유자라면 모를까)
아마 제가 예전에 소개했던 지중해 바닷가 마을 애드리안 아저씨의 "엘 불리'라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물론 근사하고 우아한 밥집에서 비싼 돈을 주고 먹는 걸 즐기는 분이라면 반론을 내세우겠지만 사실 그건
식감보단 분위기를 먹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게다가 날마다 그런 식사를 즐기기엔 대부분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을테니까요.
하물며 보통의 입맛을 가진 일반적인 사람이라도 먹거리에 대한 좋고 싫음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나는 지랄맞는데 왜 이 사람은 환장하고 열광하는 걸까 ?" 또는 그 반대로
"나는 좋아 죽겠는데 왜 이 사람은 소 닭 보듯 하는 걸까? "
두 가지의 경우 모두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동안 남보다 먹는 걸 즐기는 저도 발리에서의 먹거리에 관한 언급은 가급적 두리뭉실 지나갔더랬습니다.
그 분야에 조예가 깊은 고수들이 즐비한데다, 자칫 화력높은 언티댓글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과감히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예전부터 익히 알았더랬지만 웨스턴과 우린 여행 행태가 참 많이 다릅니다.
등짐을 지고서라도 구석구석 발 가는 데는 죄다 찾아가는 그들에 비해 우린 아직도 대로변을 선호합니다.
군자대로행을 제대로 배운 동방예의지국 백성이라서 그런지 골목 안길은 가급적 회피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그러다보니 발리를 찾는 여행자들도 대로변 이름난 식당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골목 맛집은 상대적으로
그 정보가 빈약한 편이지요.
하지만 많은 한국인의 입소문을 타고 큰 돈을 번 유명한 식당은 대부분 무정합니다.
조악한 서비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올리는 가격, 기타등등...
그래도 눈 뜬 봉사처럼 연모의 대상인 짝사랑 와룽을 향한 발걸음은 해마다 계속되는 것이지요.(제 사견입니다.)
그래서 제가 다녔던 와룽 몇 곳을 올리기로 한 것입니다.
예민한 혀를 가진 분이나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분이라면 사실 갈 데가 못 됩니다.
하지만 값이 매우 싸다는 장점과 아울러 음식의 질도 과히 떨어지는 곳들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한 번 맛을 보면 "이런 음식을 이 가격에!!!"라는 숙연한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드는 곳들이지요.
저처럼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나, 현지에서의 색다른 별식을 먹어보겠다는 분이라면 대체로 만족할 겁니다.
그런 집들 중의 하나가 우붓의 고샅길, 잘란 고타마의 골목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
와룽 끄레우(?), 끄레유(?)
발음조차 어려운 작은 미니식당이지요.
제일 처음 저 소박한 간판을 보면서 저는 개구리중사 케로로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케로로 대신 식당 안 화이트 톤의 벽과 천장 위로 앙증맞은 개코 도마뱀들은 무시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식당의 딱 절반이니 네 개의 테이블을 가진 간이식당인 셈이구요.
처음 이 곳을 찾게된 건 꼬망님 덕분이었습니다.
술시 즈음이라 술 생각이 동하는데 모처럼 저녁비까지 내리더군요.
짬뽕국물에 소주 한 잔 생각난다는 제 말에 꼬망님은 짬뽕은 없어도 군만두는 잘 하는 곳을 알고 있다며 화답합니다.
본인도 금홍이님을 통해서 알게 된 곳이라면서요.
그러면 그 분도 부르라고 제가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인데 알고보니 제 숙소와는 너무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숙소 앞길인 하노만로드를 따라 200m 쯤 올라가다 바로 옆 고샅길로 들어가 꺾어지니 저만큼 보입니다.
초행인 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얌전한 포즈이고 메뉴판을 펼쳐든 꼬망님은 이것저것 참 많이도 시키더군요.
솔직히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제가 산다고 앞장 서라고 했으니까)
잠시 후, 저또한 메뉴판을 훑어보고 그제서야 한시름 놓았지요.
일단은 음식값만 내는 노 택스의 와룽인데다 착한 가격의 음식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요.
군만두 만 오천Rp, 나시 고랭 만 오백Rp, 기타 등등 ... ...
이윽고 군만두 세 접시와 일품요리들을 담은 접시들을 주욱 늘어놓으니 한 상 가득입니다.
금홍이님도 뒤늦게 합류해서 먹은 그 자리의 밥값(적지않은 양의 빈땅 댓병을 포함한)은 삼만 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게 그 착한 가격보다 더 행복했던 건 군만두였습니다.
짜장면이 별식이던 오래 전, 계모임을 하는 어머니의 치맛단을 붙들고 따라간 중화요릿집에서 처음 맛봤던
그 육즙많은 군만두를, 이제는 대한민국 쨩꿰집에서는 멸종해버린 그 군만두를, 우붓의 허름한 와룽에서 먹게 될 줄이야...
우붓에 머문 짧은 동안, 그날 이후 저는 혼자서도 뻔질나게 이 집을 드나 들었습니다.
어떤 날은 점심과 저녁을 모두 이 곳에서 해결한 적도 있었지요.(만원짜리 홈스테이라도 조식은 나오니까)
날마다 돌아다니느라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들어와선 이내 포만감으로 나섰던 간이식당 와룽 끄레우...
저처럼 유별난 군만두의 추억이 없더라도 분명 한 번 정도는 찾아갈 만한 곳입니다.
그때 바로 옆 탁자에서 모국어를 쓰는 정겨운 한 가족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만난다면 그건 더더욱 행운이겠지요.
필시 금홍이님 가족일테니까요.
-
역시 구파발님 맞네요.
딱 떨어지는 길 설명...( 더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습니다. 찾기 쉬워요.)
요리사가 플로레스 섬(롬복의 오른편에 있는) 출신이래요.
만두얘기만 했는데 버섯탕수나 다른 것들도 아주 훌륭합니다.
그리고 이 동네 현지인들은
외국인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슬슬 발길을 끊는 추세구요.
비록 자리는 네 개라도
대우받으며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
낼 우붓가는데 가봐야 겠어요...우붓에 중국식만두 맛 너무 궁금합니다.
-
중국식 만두는 아닙니다.
메뉴판을 보면 교자라고 되어 있는데
교자는 중국에선 물만두,
일본에선 군만두를 의미하니까
일본식에 가깝습니다.
뭐, 요즘은 한국사람이 드나드니 한국식이라 해도 무방할테지요.
너무 맛있다고 양껏 드시면
거북할테고
한 접시(다섯 개 기준, 단골은 여섯 개)만 드세요.
분명 다른 것도 드실테니까... -
잉~~~오늘가서 설레는 마음으로 만두주문을 하는 순간 돌아온 대답 " finish" 헉...좌절했습니다.
-
늦게 가신 모양이네요.
아까 점심때만 해도 그 앞을 지나면서
언뜻 보니
자리가 다 비었던데...
그리고 만두가 아니더라도
그 집 다른 것들도
제법 입에 맞을텐데요.
만두가 없어서 그냥 헛걸음 하신건가요 ?
제가 미안해지려고 합니다. -
미안해 하실 거 없어요.
만두는 못먹었지만 덕분에 좋은 집 알아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마파두부랑 밥이랑 맛나게 먹고 왔습니다. 산책로 C에서 국토대장정같은 고행의 길을 걷고 세시쯤 갔었습니다. -
산책로에서 혼잡한 우붓의 찌푸린 모습만 보고 오셨군요.
지도를 보아하니 도보가 아닌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방향만 잘 잡으셨다면
삼모작을 보여주는 들판과 한창 모심는 사람들...
그 옆에서 유유히 노니는 황새떼의 장관까지 만나셨을텐데...
내일의 떠남을 앞두고서
저는 오후쯤해서 한 번 더 우붓으로 쳐들어갑니다.
다유스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우붓에서 좋은 시간 만드시길... -
저는 "산책로"라고 해서 걸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산책로 B코스를 다시 걸었습니다. 거금을 투자해 사라오가닉에서 점심도 먹었습니다. 수확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은 어디나다 똑같은 거 같습니다. 논에서 오리를 키우는 것을 보니 여기도 '여기도 오리농법을 하나?'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전 내일이 마지막이라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산책로 A에 도전....지도가 애매모호해서...망설여 지고 있습니다.
아님 아직 보지못한 미술관을 마저 돌아볼까 생각중입니다. 저도 얼마안되는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방금 전 우붓을 다녀와 집으로 갈 짐들을 꾸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늦은 점심은 다유스에서
그리고 저녁은 와룽 끄레유에서 skeorl76님이 못드신 만두를 세접시나
시켜 먹었습니다.(일행이 좀 많아서...)
만약 내일까지 우붓에 계실 거라면 제가 오늘 갔던
정말 환상의 산책로 한 곳을 알려드리지요.(못 잡수신 만두 대신에..._)
블랑코 미술관 못 미처 맞은편으로 "IBAH"라는 이름의 고급숙소가
대로변에 있거든요.
그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에서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편 계단으로 내려가시면 환상의 산책로가 펼쳐집니다.
우리 여행자들은 거의 모르는 곳이고
현지의 젊은 청춘들의 아베크 코스인데 "사랑의 언덕"이라 부르더군요.
거길 가 보세요.
"내가 우붓에 오길 정말 잘 했구나."
"언젠가 꼭 다시 와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겁니다.
내내 좋은 여행 되시길... -
고기가 A코스 아래 쪽 입구(또는 출구)랍니다. ㅎㅎ
-
여기가 거기였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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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먹고 왔습니다. ㅎㅎㅎ
다 먹고 제가 먹은 양에 놀랬습니다.
오늘 추천해주신 산책로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쁘라마버스를 예약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예약을 하고 메일을 받고 또 보내기를 서너번하다 안되서 결국 호텔리셉션에 부탁을 해 예약했습니다.그러고 났더니 해가 중천... 그래도 가봐야겠기에 나서기는 했는데 땀이 비오듯~다리를 지나 다시 조금만 오르면 되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나 마데스와룽가서 점심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ㅠ..ㅠ
담에 다시 우붓에 오면 꼭 기필코 가보겠습니다. 와야하는 빌미를 만들기위해 산책B코스에 보도블럭 하나 기증했습니다. 꼭 다시와야겠죠??? -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우붓이라고 별다르겠습니까 ?
잘 하셨네요.
그렇게 나중에 다시 올 빌미를 남겨두면 꼭 되돌아 오실 겁니다.
억지로 애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흐르면 다시 만나지는 것...
그렇게 사는 거랍니다. -
와우~ 보도블럭 기증하셨어요??? 저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언제나 하는게 아니던데 운이 좋으신거 같아요~ 다만 그게 언제쯤 바닥에서 볼수 있을지는 보통 내년? 이러던데요 ㅋㅋㅋ 기념으로 다시 가셔서 꼭 인증샷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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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아빠님...마일리지 너무너무너무 감사해요...제가 마일리지를 받다니...너무 감격스러워요~~~^^
*kupabal님...저희 지역 지명하고 똑같으셔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우붓에 다시 가게되면 꼭 인증샷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주말에 바로 아들과 가봤습니다.
역시 훌륭한 선택였습니다. 아쉬웠다면 군만두가 떨어져서 4개만 있다고 하는 말에
그거라도 꼭 가져오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맛은 음음... 평가하기엔 표본이 부족해서...
맛있었습니다...
다른 메뉴 특히 돼지고기 탕수육은 아주 훌륭한던 걸요...
돼지고기 잡채같은 요리도 맛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바로 행동이 먼저라서 사진도 이름도 가물가물합니다.)
개발해주신 금홍이님과 더불어 꼬망님, 정원이아빠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저랑 꼬망님이 가서
한번에 군만두를 너무 많이 시켜먹었던 후유증일까요 ?
왜 모두들 "sold out"의 아쉬움을 맛보는거죠?
하지만 말씀처럼 다른 것들도 다 맛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게지요.
안 그랬으면 개념없는 주인장(제가 앞으론 넉넉히 준비하라고 일렀거든요)
보단 제 욕을 더 했을텐데... -
첫번째 방문 때 시켰다가 "finish" 라는 말을 듣고 먹은 "마파두부" 이것 또한 짱
두번째 방문 때 먹은 군만두와 돼지고기요리? 요건 이름이...탕수육하고는 좀 다르던뎅??? -
우붓 가면 가야할 음식점이 하나 더 늘었네요^^ 우붓에서 숙박한 건 저번 한번 뿐이라 위치가 감이 안오지만 지도만 펼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만두도 탕수도 좋아하는데... 점심 먹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laparrr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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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만에서 데위시타로 바로 좌회전 안하고 그전 작은 골목길로 해서 저 차이니스식당으로 데위시타 빠져나감)
가격이 저렴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
다만 대부분 현지인이 이용하고 있어서 선뜻 안들어가지더라구요 맛좋다라는 후기는 추후에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