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아빠
Lv.17
2012.10.31 15:30
댓글:16 조회:6,683
개인적으로 저는 사누르의 바닷길을 좋아합니다.
"르 마요르"를 코 앞에 둔 그랜드발리 호텔 앞바다에서 아래로는 머큐어 사누르 호텔까지...
짧지 않은 거리의 바닷길이지만 길게 연속된 바다는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디는 현지인들로만 붐비는 목욕탕같은 바다의 모습이고, 또다른 곳은 개미새끼 한 마리 찾아 볼 수 없는 적막강산입니다.
물론 그 긴 바닷길을 한걸음에 주파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구간을 딱딱 끊어서 보는 건 아니더라도 걷다가 기운이 빠지면 거기까지로 만족하고 바닷길과 수시로 만나는
골목 안으로 되돌아 나와야 합니다.
그러면 바닷길과 수평으로 달리는 "잘란 다나우 땀블링안"과 같은 안쪽의 큰 길과 금새 만날 수 있으니까요.
안쪽 길도 걷기엔 수월합니다.
인도와 차도의 분리가 오히려 꾸따시내보다 더 잘 되어있고, 간간이 나무그늘 아래 쉬어갈 자리도 보이니까요.
안쪽 길로는 아마도 "하이야트" 호텔에서 화덕피자집 "마씨모" 정도의 길이 괜찮을 겁니다.
그조차도 거리가 너무 멀다거나 땡볕이라서 싫다고 주저되면 저는 종종 짧은 코스인 "잘란 세마라"의 길을 걷습니다.
도로 양 옆의 자그마한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막다른 느낌을 주는 "쁘리 산뜨리안" 호텔 앞까지...
걷기가 끝나는 그 즈음에는 손님없는 택시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다음 목적지로의 이동도 수월하구요.
사실 이쪽으로 나오게 된 건 전날 저녁 보내온 마누라로부터의 메일 때문이었습니다.
맨날 싼 것만 찾아 댕기지말고 제대로 된 것도 좀 사 먹으라는 그 놈의 잔소리...
암만 그렇지 않다고 우겨대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니 차라리 마누라 말대로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걸 먹자 싶었거든요.
저는 사실 깔끔하고 개운한 일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해서 쁘리 산뜨리안 부근의 일식집 "스모"를 찾아가는 길이었지요.
"그래, 거기 가서 오랫만에 스페샬 도시락(벤또)하고 싱싱한 회 한 접시만 먹고오자."
이런 생각으로 나선 걸음이었는데 거의 목적지 코 앞에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x 눈엔 x 만 보인다고 제가 그만 봐서는 안될 다른 것을 봐버렸기 때문이지요.
길 건너 맞은편 골목 입구에 휘날리는 큼지막한 걸개 포스터가 마침 눈에 띈 겁니다.
"엥 !!! 일식 도시락 점심이 3만Rp..."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말, 정말 사실입니다.
냉큼 그리로 가보았습니다.
"와룽 사마사마"라고 예전에 이 길을 오가며 몇 번 안면을 익혔던 밥집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통상적인 해피 아워 세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식사류도 가격을 확 끌어내렸더군요.
사누르에서 서양인들로 제법 북적이는 이 거리도 비수기의 여파는 비껴가질 못한 모양입니다.
점심 시각임에도 테이블 세팅을 준비하는 직원 둘뿐, 텅 비었습니다.
한참을 걸어온 터라 저는 먼저 "라지 빈땅 사뚜"를 급히 외치고 두툼한 메뉴판을 열어보았습니다.
아주 친절한 메뉴판을 모처럼 만났습니다.
일본어/영어/한국어가 나란히 병기된 메뉴판엔 거의 없는 게 없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음식 말이지요. 김밥,찌개류,돌솥비빔밥에 심지어 짬뽕마저 보입니다.
고기도 불고기에 삼겹살을 넘어 부위별 분류까지 되어있고 테이블의 불판마저 친절한 한글설명이 박힌 우리 것입니다.
이 골목에 한국인은 그다지 오가는 이가 드물텐데... 저는 순간적으로 감동을 먹었습니다.
부리나케 종업원 하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너희 보스가 한국사람이니 ?" 고개를 가로로 내젖더군요.
"그럼 일본사람이야 ?" 그렇답니다.
오늘, 저는 사누르 구석쟁이에서 이름모를 일본인이 착한 가격에 우리 먹거리를 팔고있는 희한한 와룽을 찾아냈습니다.
주문을 넣은 야끼니꾸 벤또가 나왔습니다.
아주 맛있었다거나 양이 푸짐했다는 아니지만 3만Rp라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분명 흡족합니다.
다른 곳보다 쬐끔 쌌던 라지 빈땅도... 그리고 노텍스의 마지막 개운함까지...
제가 종종 한국에서 사먹는 음식 가운데 한솥 도시락이란 게 있습니다.
급하게 일을 보는 중에 패스트 푸드는 싫고... 그렇다고 어딜 들어가기엔 어정쩡할 때...
그러다가 우연히 그 밥집 간판을 만나면 왠지 까닭없이 반갑습니다.
밥에,국에,반찬에... 삼박자가 두루 갖추었으니 저렴하지만 제대로 먹은 느낌이 들지요.
제가 먹은 야끼니꾸 벤또는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일 경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 와룽, 먹을 만 했습니다.
물론 이 집의 또다른 우리 메뉴들에 대한 품평은 나중에 근방을 지나는 누군가가 새롭게 챙겨주셔야 할 몫일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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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의 질과 맛과 양은 그 앞 골목 "스모"가 훨씬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한끼 식사로 훌륭하더군요.
지나다니며 현지 사람들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제법 반성을 많이 한 결과입니다.
"저 정도로 적게 먹는데..." 혹은
"저렇게 부실하고 허름하게 한 끼를..."
그들을 보면서 포만감이 다가 아니며
식탐은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은 느낀 것이죠.
하지만 아직도 이 놈의 혀는
때때로 그 의지와 따로 놉니다.
싸고 맛있는 집의 그 유혹...
아직은 뿌리치기가 힘드네요. ㅎㅎㅎ -
재일교포(였던?)분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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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서프의 막강한
네트워킹 파워를 실감하네요... -
그곳 주인 할머니는 누사두아 사마사마주인 어머니시고
신선한 재료와 착한가격으로 맛난 음식을 판매하심니다
저는 한식먹고플때 비빔밥과 냉면을 시키는데 맛나더군요
야끼니꾸 무제한도 $10불이면 맘껏 먹고요 고기도 좋구요
할머님이 나름 단골이라고 총각김치도 주시는데 맛나요
교포분이신데 한국말도 잘하시고 회원분들 한번 드셔보세요 강추요~~~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점입가경의 정보력...
저도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잘하면 이 가족 사진도 올라올 기세네요 ㅎㅎㅎ
그리고 다금바리님의 혜안에 다시 한 번 감탄했구요.
제가 이 곳을 다녀왔다고 전하니까
그 집 언덕 아래 사마사마와 필시
인연이 있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흐미...
다들 대단한 내공의 실력들입니다. -
와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식탐이 좀 많은데 ㅎㅎ 가봐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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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사두아의 사마사마랑 잠시 헷갈렸는데 사누르에도 분점을 둔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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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내음이 느껴졌었는데 아래 댓글을 보니 맞네요,,,^^...
맛나는 음식을 원하는 것은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도 싸고 맛나는 음식이 좋습니다...
ㅋㅋㅋ,,,
뜬금없는 질문하나입니다...
정원이 아빠님은 혹시 주식을 하시는지요??? -
뜬금없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기소리만하게
예~~~ 입니다. -
오호 사마사마.. 김치찌개 판다는 예전 일본블러그보고 오힝~ 했는데..
재일교포셨군요 ㅋㅋㅋ -
정원이아빠님.....너무나 감사합니다..!!
드디어..한글메뉴판이 있는 식당을 추천하셨군요.....ㅎㅎㅎㅎ
저..때문에..이런..고생까지 하시고...!!!!
이제... 발리에서..밥걱정없이 지낼수있겠군요...
계속..계속...올려주세요....ㅎㅎㅎㅎ -
저는 맨땅에 헤딩인데
구파발님은 일본 블로그까지
섭렵하시는군요.
존경.... -
당분간 계속 올리긴 하겠지만
금새 밑천이 떨어질 것 같은데요. ㅎㅎㅎ -
확실히 누사두아보다는 산울사마사마가 훨씬좋음~일단 가격착하고 할머님의 써비쓰는 끝없이~^^ 최근에 룸도 생겨서 에어콘바람솔솔~덥다라는 단점까지 보완되서 강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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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제가 할머니를 못 뵙고 왔네요.
옹색하긴 했지만
바깥 그늘자리만으로도
족했는데
룸까지 생겼다니
확인하러 곧 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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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에 대학가근처의 도시락집에서 밥을 주문하면 저런 통으로 도시락이 배달되곤 했었습니다...
당시에도 가격은 3500-5000원 정도의 불고기 덮밥이나 김치덮밥같은...
그냥 망상을 해보면 그 일본인 한국의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다녔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사누르에서 정원이아빠님께서 추천해 주신 식당밥 챙겨먹으면서 쉬다 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