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16. 여섯째날 : 낀따마니, 우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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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0분. 낀따마니 투어를 가야할 시간이다. 아침이 포함된 투어니까 배고파도 그냥 어서 나가자. 로비로 나가니, 어제 전화해 둔대로 여행사 아저씨가 나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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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와얀 아저씨의 현재 명함 |
낀따마니로 달려가며 와얀 아저씨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 |
나름대로 많은 대화를 나누어 먼저 도착한 곳은 발리니스 커피를 만든다는 농장이었다. 파인애플, 카카오, 바나나 등 각종 열매들이 달린 농장 안으로 쑥 들어가니 커피 볶는 냄새가 산에 가득하다. 계단식 논이 펼쳐진 산 중턱에서 모자를 비스듬히 놀러 쓴 멋진 할아버지가 커피를 볶고 계신다. 아침 일찍 커피향을 맡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나무들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커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드디어 우리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타 주던 농장의 젊은 직원은 한국말을 제법 한다. 박지성도 알고. 한국 여행객들이 자주 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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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직원들과 와얀 아저씨와 둘러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한국 얘기, 발리 얘기, 역사 얘기, 가족 얘기. 한참을 얘기하다 ‘와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발리에 왜 그토록 많은 ‘와얀’이 있는 걸까에 대하여.발리인들은 첫째 아들에게는 의례 ‘와얀’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둘째는 ‘마데이’ 셋째는 ‘뇨만’, 넷째는 ‘끄틋’ 라고 부른다고 한다. 참 재밌는 일이지. 그래서 그렇게 와얀이 많구나. 설명에 뒤이어 와얀 아저씨가 “가장 잘생긴 와얀은 누구?”하고 소리를 높이니, 농장 여기저기서 서로 자기라고 손을 든다. ^^커피를 마신 후 옆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물건을 팔아먹으려고 여행객들을 끌고 가는 상술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달리 생각하면,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구매를 연결시키려는 그들의 노력으로 볼 수도 있겠다. 어차피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건데, 똑같이 물건을 팔아도 그 사람들의 마음과 배려의 미묘한 차이가, 그런 마음먹기를 좌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보여준 발리인들의 모습이 우리 마음을 열기엔 충분했다. 발리 생각이 날 때마다 마시려고 커피를 조금 사고, 젯분 플라워의 향기를 담은 마사지 오일도 하나 샀다. 이것저것 소개해 주었지만, 결코 강하게 권하지 않아 쇼핑하기에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쇼핑 후에 망고스틴 몇 개를 서비스로 주기까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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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게 웃던 농장 사람들을 뒤로 하고 아침을 먹으러 낀따마니로 향했다. 낀따마니는 바투르산 서쪽의 위치한 지역으로 바투르 산과 호수의 전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아침을 먹었다. 토스트와 과일 정도의 간단한 아침이었지만 눈이 시원해서 그런지 배부르게 잘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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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려간 공터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던 자전거. 다섯 대의 자전거 중 크기에 맞는 걸 고르고 잠시 연습을 해 본다. 한국에서도 자전거는 자주 탔으니 자신이 있었는데, 자전거가 다소 높아 어깨에 힘이 많이 간다. 그래도 다닐만 하겠다. 자, 출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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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아프도록 할로를 외치면 지나가는 길, 시골 동네를 지나고, 작은 학교를 지나고, 슈퍼를 지나고, 논둑길을 지난다. 지나가다 숨이 차면 잠시 쉬어 숨도 고르고, 좋은 풍경엔 사진도 맘껏 찍는다. 너른 논이 나오면 멈춰 온갖 식물들의 소개를 받는다. 밭 일구던 아줌마가 웃으며 인사하면, 와얀 아저씨 짧은 담소도 나누고, 농사일에 대한 그들의 노고와 땀방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여행 내내 우리는 와얀이 정말 발리를 아낀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그저 식물 이름, 열매 이름들을 피상적으로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이것을 가꾸는 사람들의 노력과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즐거움, 그런 자연과 함께하는 발리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 발리인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설명들이다. 이 여행을 와얀과 함께 하게 되었다는데 감사하는 마음까지 생길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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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내려가는 길, 저 앞 골목께 작은 사원이 있다. 깃발을 매단 대나무가 문가에 높이 세워져 있는 곳. 지금 세레모니가 있나 보다. 자전거를 잠시 멈추고 와얀이 설명을 시작한다. ( 사진 보실래요? : 낀따마니의 작은 사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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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가다 처음으로 오르막을 만났다. 오르막에서는 기어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 지 배우고 왔건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조그만 오르막일 뿐인데도 자전거는 잘 올라가 주지 않는다. 에이~ 결국 내려 걸었다. 걸어 올라가 조그만 사당 앞에 멈추고 물을 마셨다. 이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자전거를 탔나 보다. 시간은 꽤 되었는데, 내리막으로 와서 그런지 별로 힘들지가 않다. 자, 다시 출발. 이제 점심때가 가까워져 가는지 태양이 중천이다. 팔이 뜨겁다. 썬블록 크림을 바르고 왔는데도 무지 탈 것 같다. 20분 정도 더 타고 갔더니 슬슬 힘들어진다. 중간중간 오르막도 생기고. 힘이 딸리는지 오르막마다 걸어야 했고, 쉬는 시간도 점점 늘어갔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쉬면서 뒷 차에 실린 아이스박스에서 차가운 물도 꺼내 마시고, 차가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보지만, 이젠 더 달릴 힘이 없다. 몸이 힘드니 사람들에게 할로 하고 인사도 못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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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는 와얀 아저씨네 집에서 먹는다. 진짜 발리의 가정식을 먹는 거다. 보통 레스토랑의 요리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솜씨라며 아저씨 부인의 요리 솜씨는 자랑하는데, 하하, 기대된다. 구불구불 한적한 동네로 들어가 차가 멈추었다. 좁은 대문으로 들어가니 ㄴ자의 집이 나온다. 작은 화장실과 창고가 집 옆으로 있는데, 여기에 자전거들을 세워 둔다. 이 여행사는 사무실이 우붓에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 집이 바로 사무실이란다. 널찍한 마루에 상이 차려져 있고, 각종 반찬들이 밥과 함께 한쪽에 쌓여 있다. 뷔페처럼 원하는 데로 퍼 먹으면 된다. 음식을 담고 방석에 앉자마자 비가 쏟아진다. 와, 우리 진짜 운 좋네. 시원하고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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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방에서 꼬마 여자아이가 나온다. 와얀 아저씨의 첫째 딸 데피. 노란 원피스에 예쁜 양말을 신고 색칠 공부를 하고 있다. 아빠한테 배운 짧은 영어로 우리에게 이름을 묻는다. ㅋㅋ 처음 만났을 땐 영 수줍어하더니, 자세히 보니 이 녀석 눈에 장난기가 가득이다.
( 사진 보실래요? : 낀따마니 자전거 투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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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으로 돌아가는 길. 아저씨의 차에 데피가 따라 탔다. 데피를 내 무릎에 앉히고, 서로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우붓으로 왔다. 안녕 하고 헤어지는 길, 아저씨가 가르쳐준 고맙다는 발리말, 마뚜르 쑥쓰마 로 아쉬운 맘을 대신 전했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면서 수영장에 들어갔다. 수영도 못하는 사람들이 수영장에 들어가 뭐하나 하겠지만, 그냥 물에 발만 담궈도 좋은 법. 제법 깊은 물속에 들어가 수영장 턱에 팔을 궤고 논들을 바라보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술술 나온다. 늘 같이 밥먹고 자고 놀며 얘기를 나누는데도 우리는 할 말이 참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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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저녁 먹고 어제 못 본 께짝 댄스나 보러 갈까. 어제 그 아저씨에게 표를 사야지.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니 밥을 먼저 먹어도 되겠다. 나시고렝도 조금씩 물려가는 듯 하니 오늘은 이탈리아 음식을 먹자. 얘길 많이 들어본 발리 페스토로 들어갔다. 어, 발리 페스토가 두 개네? 우리가 들어온 곳은 뉴 발리 페스토. 분점 비슷한 거겠지? 발리니스 피자하고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피자는 상당히 맛있었고, 스파게티는 좀 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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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6시 30분. 공연시간 30분 전에 들어가 좋은 자리를 맡아두어야 좋다길래 슬슬 떠나기로 했다. 오늘 께짝 댄스의 공연장은 우붓의 박물관 너머 있는 푸라 달렘 우붓 스테이지.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야외 공연장이 괜찮으려나. 지도를 보고 걸어가는데, 꽤 먼거리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싶어 사람들에게 물어보려 고개를 돌리면, 묻기도 전부터 500미터 더 가세요, 300미터 더 가세요,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이윽고 등불이 꺼지고 고요해진다. 무대에서 한 아저씨가 나와 중앙에 놓인 등잔에 불을 붙인다. 그 뒤 성직자 아저씨가 나와 무대에 성수를 뿌리며 공연의 성공을 기도한다. 그리고 또다시 정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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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께짝!!!’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꽃을 꽂은 장정들이 손을 흔들며 우르르 몰려 나온다. 정말 ‘우르르’이다. 첨엔 끝도 없이 나오는 줄 알았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부터 자신감이 넘치는 듯한 장년의 아저씨, 아직은 장난기 넘치는 서툰 눈빛의 소년까지. 쉴새없이 ‘께짝께짝께짝께짝’을 외치며 달려 나온다. 한 공연팀만도 4,50명이 족히 될 법한데, 우붓에서는 이런 께짝 댄스만 하루에 두서너 공연이 있고, 한 공연팀이 대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밖에 공연을 안 하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께짝 댄스가 공연되고 있는 거면, 우와, 밤마다 우붓의 모든 남정네들은 다 께짝 댄스 추러 나오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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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한 여자와 남자가 화려한 분장을 하고 달려 나왔다. 손끝까지 힘을 잔뜩 넣은채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춤을 추는데, 멋지다는 생각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 뿐이다. 뒤이어 빨간 원숭이도 나오고 하얀 원숭이도 나오고, 새도 나오고, 나쁜 놈도 나온다. 내용은 몰라도 누가 나쁜 놈인지는 알겠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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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면 불쇼(?)가 나온다던데. 어떤 걸까나. 기대에 가득 차 눈빛이 초롱초롱. 곧 사회자인 듯한 아저씨가 나와 잘 봤냐고 인사를 한다. 물론이죠! 이제 파이어 댄스가 남앗는데, 아쉽게도 오늘 비가 와서....쏼라쏼라... 그 뒤에 얘기는 너무 빨라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는데, 대강 눈치상, 원래는 야외무대에서 멋지게 해야 되는데 비가 와서 그냥 여기서 하게 되었으니 양해를 바란다, 뭐 그런 내용인 것 같다. ^^; ( 사진 보실래요? : 께짝 댄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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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아직도 귓가에 께짝 소리가 나는 듯해 잠을 잘 수가 없다. 게다가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밤 아닌가. 잘 수가 없지. 암, 없고말고. 맥주라도 한 잔 해야겠는데, 어디로 가지? 적당히 술이 올라 기분이 붕 뜨니, 새삼 내일 돌아간다는 게 속상하다. 우리 참 잘 놀았지. 로비나 좋았지? 응. 응. 돌고래 멋졌지? 아멧도 좋더라. 오토바이 타고 다니길 잘했지? 오늘 자전거 투어도 최고였지? 다음에 여행하면 한 2주 정도 해보자. 다음엔 어디로 갈까. 베트남 중부로 갈까? 푸켓처럼 초록빛 바다 있는 곳도 괜찮겠지? 그래 태국을 안 갈 수 없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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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따마니에 이런 투어가 있었다니요....전 미처모르고 가서 그런지 낀따마니에 대한 기억이 별루없네요. 사기꾼 레스토랑뿐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