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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06.02.26 00:32 추천:9 조회:1,666

--2006.01.17. 마지막날 : 우붓, 인천


드디어 마지막 날이 밝았다. 에~이, 차라리 날이 밝지나 말지. 집에 가야 하잖아. 쳇.
어쨌거나 일어야지. 어쩔 수 없네. 일주일 간의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날. 일단 아침을 먹고 짐을 싸야겠다. 그동안 짐을 막 펼쳐 놓았는데, 빠뜨린 거 없이 잘 쌌나 모르겠네.
짐을 싸고 나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다. 우리는 밤 10시 비행기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을 일단 우붓에서 보내고 저녁 때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할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으니, 슬슬 걸어다니는 게 오늘의 일정. 몽키포레스트 거리, 하노만 거리, 데위시타 거리 우붓의 모든 거리를 걸어주리라.

 

- 사라 스파의 브로셔

일단 나오긴 했는데, 아침부터 꽤 햇살이 강하다. 어제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인지, 아니면 여행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피곤이 밀려와서인지, 몸 구석구석이 쑤시는 느낌이다. 마사지나 받아볼까.
마사지도 여행오기 전에 좀 골라두긴 했는데, 싸면서도 괜찮다는 평이 있는 사라 스파로 가기로 했다. 사라 스파는 몽키포레스트 거리에 있는 로터스 레스토랑 골목길 안쪽에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준비가 덜 된 듯하다. 10시면 너무 이른가. 1시간 짜리 발리니스 마사지가 35,000 루피. 오, 엄청난 가격이네. 우리돈으로 거의 4천원에 전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니. 이야~
마사지실로 들어갔더니 조그만 반바지 하나 주고, 먼저 샤워를 하라고 한다. 샤워장은 돌과 꽃들도 장식된 곳인데, 약간 오래된 느낌이 났다. 하지만 뭐, 호텔 스파 같은 시설을 기대한 건 아니니 상관없다. 안맞을까봐 걱정이 됐던 반바지가 쫙쫙 잘 늘어나 내심 안심을 하고 있자니, 마사지 해주는 분이 들어온다. 가만히 누워 있었더니 온 몸에 오일을 발라가며 죽죽 밀어내는 마사지를 시작한다. 베트남에서 받았던 마사지는 하도 온몸을 때려대서 놀랐었는데, 발리의 마사지는 부드럽게 밀어내고 눌러주는 식이다. 생각한 거만큼 시원하다 싶은 느낌은 없는데, 온몸이 이완되는 느낌이 의외로 편안하고 좋다. 막 잠이 들까말까 할 즈음, finish 라는 소리가 들렸다. 엥? 벌써 끝이야? 두어 시간 더 했으면 좋겠구만. 뭔가 2프로 부족한 느낌을 가지고 다시 샤워를 한 뒤 우리는 스파를 나왔다. 다른 곳에서 발리니스 마사지를 또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가격 대비 괜찮은 마사지인 듯 했다.


이제 걸어보자. 우선 몽키포레스트 거리를 걸으며 마음에 드는 상점을 기웃거렸다. 가장 다양한 목각 인형들이 마음에 들었다. 새초롬한 표정, 뚱한 표정의 고양이들, 강아지들, 쇼파에 앉아 있거나 낚시를 하는 폼이 우습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고.. 눈에 들어오는대로 몇 가지씩을 골랐다. 어차피 남으면 선물 주면 되는 거고, 선물 하고도 남으면 내가 갖지 뭐 하면서.

몽키 포레스트 근처에 오니 원숭이들이 나와 있다. 굳이 원숭이 숲에 들어가지 않아도 원숭이는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원숭이들도 그렇고, 어떻게 된 게 발리의 동물들은 좀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개들은 길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닭들은 골목길 한쪽에 양반걸음으로 여유롭게 꼬꼬거린다. 고양이는 또 어떻고. 레스토랑에 있는 의자에 한가롭게 앉아서 내가 쳐다보면 뭘 봐 하고 되묻는다. 그러더니 이젠 원숭이까지, 지나가는 차도 전혀 내몰라라 하고 앉아 있다.


- 우붓의 거리

몽키포레스트 거리를 돌아 하노만 거리로 올라갔다.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한적하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 좀더 외진 느낌이랄까. 사람은 적지만 띄엄띄엄 떨어진 상점들이 안정적인 느낌이다. 개성있는 상점들도 많아, 여기 어디메쯤의 상점에서 가방을 샀다. 하노만 거리는 거리대로 괜찮았는데, 이 거리를 걸을 때쯤 너무 더워서 슬슬 둘러볼 정신이 없었다. 목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으니, 상쾌하게 산보할 정신이 아니다.

점심 먹으면서 좀 쉬자. 데위시타 거리로 들어서서 전날 눈여겨 두었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카페 바탄 와루Batan Waru. 창가 쪽 자리도 멋지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밑으로 개울이 흐르는 자리들이 있는데, 그 자리들이 좀더 시원하고 좋다. 발리에서의 마지막 식사이니, 나시고렝을 먹어야지. 아보카도 샐러드와 나시고렝을 시켰는데, 샐러드도 일품이었고, 나시고렝은 여태껏 먹었던 것 중 최고였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좀더 외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도록 변화를 준 것 같았다. 가격은 다른 곳보다 약간 비쌌지만, 가게 분위기도 정갈한 게 아주 맘에 들었다. 디저트까지 천천히 먹고 땀을 식히며 발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아쉬워했다.

 

( 사진 보실래요? : 우붓의 거리 1 )


레스토랑을 나와 운동장 옆 골목으로 내려왔다. 학교 체육복인 듯한 운동복을 입한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마을 한 편에 자리한 운동장이야말로 우붓을 더욱 우붓답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몽키포레스트로 들어서니 한방울씩 비가 내린다. 공항으로 갈 픽업 차량이 올 때까진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비가 더 오기 전에 어디 들어가서 다리를 좀 쉬자. 그런 생각으로 들어간 곳은 카페 씨사Cisa. 사람이 한 명도 없길래 한적해서 좋다 하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약간 낡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이층 밖으로 우붓 거리를 둘러보고 있자니, 빗방울이 세차게 퍼붓기 시작한다. 지붕을 덮고 있는 짚들 상이로 빗방울이 후두둑거리고, 이내 오토바이들을 우비를 입고 달린다. 시원한 빗소리를 들으며 천하태평하게 과일쥬스를 홀짝이는 맛,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빗소리 따라 시간이 흘러, 자, 이제 떠날 시간이다.

 

 

( 사진 보실래요? : 우붓의 거리 2 )

- 비내리는 우붓

- 라쟈의 앨범

미리 부탁해둔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일주일 만에 익숙해진 발리의 풍경이 뒤로 스쳐지나간다. 운전하는 친구에게 발리 음악을 들려 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며, 라쟈Radja의 음악을 들려준다. 여행의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한 소절이 한 소절이 귀에 남아 우리는 결국 공항에서 이 밴드의 씨디를 사게 된다.

 

 

 

 

( 들어 보실래요? : 라쟈의 노래 'Wahai Kau Cinta' )


자그마한 발리 공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며, 발리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 눈을 반짝였다. 카메라를 대신해 눈으로 발리의 모습을 찍는다. 찰~칵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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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디어 다 올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제 홈페이지에 발리여행 길잡이에 대해 쓰면서, 발리서프 소개해 두었어요.
그냥 제 맘대로 소개한 건데, 그래도 괜찮겠죠? escape님?